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조금만 더-아쿠타가와상 제30회 선후평 - 키시다 쿠니오 후보 작품 아홉 편 중 내가 가장 상을 주기 걸맞다 생각한 건 쇼노 준조의 '유목'과 코지마 노부오의 '흘음학원'이었다. 위원회 자리서 히로이케 아키코의 '온리's'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둘셋 있었으나 나는 찬성하기 어려웠다. 쇼노 준조는 이미 단행본도 출간한 신진 작가로 내가 보기에 그 역량은 이미 아쿠타가와상 수상 수준에 이르러 있다. 하지만 이 '유목' 한 편은 특히 이 유망 작가의 수작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사람의 재능을 굉장히 높게 사는 만큼 천천히 우수한 소재에 임해 좀 더 중량감 있는 걸작을 내줬으면 하는 바이다. 코지마 노부오의 '흘음학원'은 꽤나 확고하며 좋은 작품이다. 나는 이렇게 밸런스가 잘 잡힌 재능을 일본 문학의 장래를 위해 소중히 아끼고 싶다. 신선한 서정미와 고전적인.. 2022. 7. 14. '12월' - 키시다 쿠니오 이는 본지 4월호의 페이지를 점령한 코야마 유시 군의 역작이다. 앞선 카와구치, 이가 야마 두 사람의 대작도 그렇고 백 페이지 가량의 작품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단 행운은 극작 동인에게 한없이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12월'은 꽤나 좋은 작품이다. 부족한 역작은 열등한 범작보다 죄가 무거우나 훌륭한 대작은 자그마한 걸작보다 소리 높여 칭찬해지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그 사람 심리를 떼내어 나는 코야마 군의 작품을 마주하리라. 희곡의 생명을 서정미에만 의존하는 걸 경계한 사례는 자크 코포 등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이제까지의 코야마 군은 그야말로 이런 잘못을 범해 온 듯했다. 심지어 그 서정미는 일말의 생활적 앳됨을 둘러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으나, 코야마 군은 드디어 자신이 가진 .. 2022. 7. 13. 신극의 대중화 - 키시다 쿠니오 상업 극장의 말을 흉내내 소위 신극 단체가 각본난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끝내는 서양극을 번역하게 된다. '대물주의'로 가는 게 흥행 성적을 올릴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물론 무작정 쓴 창작물로는 신극을 기를 힘이 없다. 하지만 번번이 말한 것처럼 번역극 시대가 지나간 중대한 이유가 오늘날만큼 명확히 밝혀진 적도 없다. 무엇보다 그만한 포부를 품고서 계속되어 상연되는 번역극은 한편으론 관객층을 한정짓게 하고 한편으론 배우 연기를 기형화해버리고 만다. × 하지만 나는 요즘 약간의 실례를 통해 신극은 배우가 뛰어나지는 것으로 대중화되는 것이며 동시에 배우가 그렇게 사람을 사로잡으면 각본난은 당장은 아닐지언정 서서히 해결되리란 지론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 신협극단소가 상연하는 '북동의 바람.. 2022. 7. 12. 한 마디(키시다 아키코에 관해) - 키시다 쿠니오 내가 여기서 죽은 아내를 논하는 건 자제하고 싶다. 두 딸들도 무언가 쓰라는 위원들의 권유를 받은 듯하나 그것만은 봐달라고 내게 청했다. 이 또한 알아줬으면 한다. 이 기념첩은 우리 일가가 받은 과분한 우정의 산물이다. 나도 딸들도 또 죽은 아내의 지인 일동도 감사의 말 이외엔 할 말이 없다. 편집의 고생을 맡아준 이가 야마 군은 죽은 아내의 유고를 담고 싶다 말했으나 본래 펜을 들 여유도 없고 준비되지 않은 단편적인 일기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 일기는 결코 공표해도 좋을 물건이 아니리라. 단지 유고란 의미가 아니라 그녀의 평생 중 한 시기의 면모를 전한다는 의미서 극히 일부만을 시험 삼아 읽어보았다. 와카 또한 평생 동안 지었다기보다는 병상에 누운 몇 달 동안 마음 가는 대로 노트에 적은 정도이기.. 2022. 7. 11. 라디오 문학의 수확 '눈사태' - 키시다 쿠니오 마후네 유타카 씨의 라디오 드라마집을 읽고 느낀 건 소위 '라디오 드라마'가 형식상 눈에 띄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대신 희곡의 정석을 착실히 밟으며 라디오적인 효과를 노린 독특한 계산이 이뤄지고 있단 점이다. 본래 희곡가 마후네 유타카 씨의 재능은 현실적인 시점에 존재한다. 한 인간이 가진 생활의 일면은 정확한 일상적 관찰과 드물게 보는 집요한 접착력으로 참으로 생기 넘치는 풍경으로 그려져 왔다. 마후네 씨는 이 재능에 더해 갖은 무대적 작법을 관대하고 솔직하게 구사하여 작품에 충분한 방점을 주었고 또 갖은 소재는 일종의 북극적 모습이 되어 눈보라와 말 썰매의 종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만인의 마음을 끄는 이유이다. 본집에 수록된 라디오 드라마 네 편은 제각기 방송될 적에 호평을 받은 것들인데 지.. 2022. 7. 10. '나의 생활 기술' 후기 - 키시다 쿠니오 현대 일본인은 올바른 '생활관'을 지니지 않았다는 게 여러 상황서 증명되곤 하나, 그와 동시에 어느 틈엔가 넓은 의미의 '생활의 기술'을 잃어 굉장히 어색하기 짝이 없으며 국민으로선 꽤나 손해인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있단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 싶다. 많은 사람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단지 세간이란 게 원래 이렇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시대에 유럽과 미국 사람의 '생활' 그 자체를 찬가 할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확고한 생활관과 자연에서 갈고 닦인 일종의 생활 기술을 익혔고 그걸 통해 업무 능률을 높이며 건강을 유지하고 사교를 즐기면서 민족적 우월감을 만족시키고 있다 생각하면 우리 일본인이 왜 오늘날 '생활'이란 문제를 새삼스레.. 2022. 7. 9.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41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