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49

당대 낙서장 - 사카구치 안고 아이즈 선생님. 근래 도쿄에서 선생님이 사장이고 제가 편집장인 신문이 니가타에 나타나 소란스럽습니다. 정말 그런 신문이 나온다면 아마 한 시대를 풍미하겠지요. 언젠가 정말로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아. 2023. 1. 26.
덴노에 관한 짧은 생각 - 사카구치 안고 일본은 덴노 덕에 종전의 혼란서 벗어났다는 상식이 존재하나 이는 거짓말이다. 일본인은 내심 싫은 일이라도 대의명분 같은 게 없으면 싫다 못하는 기질이 있다. 소위 대의명분이란 건 그런 의미로 이용되어 왔으나 이번 전쟁에서도 덴노의 이름으로 창을 거두었단 건 교활한 표면에 지나지 않으며 전쟁을 잘 수습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정치가가 잘 이용하고 인민 또한 이를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인의 생활에 잔존한 봉건적 기만은 그 뿌리가 깊어서 과거의 모든 권의에 회의나 부정을 품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 패전은 그 절호의 기회였으나 그런 단순한 기만이 또 무의식적으로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주의 정당이 선거 전술을 위해 이를 이용해 덴노제를 지지하는 것에 이르러선 일본의 크나큰 비극이요 문화적 .. 2023. 1. 25.
전통의 무산자 - 사카구치 안고 프랑스는 파리 보존을 위해 조국의 운명을 걸었다고 한다. 이는 아마 이 대전의 전설 중 하나일 테지만 전쟁이 가깝단 목소리를 듣고 루브르 박물관의 미술품을 가장 먼저 감춘 그들은 전통 유선을 이어가는 건 알아도 자신들 또한 전통을 낳는 자란 건 알지 못했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유럽에 비하면 꽤나 부족하다. 겐지모노가타리가 있다. 호류지가 있다. 세아미도 있다. 하지만 나라 전체의 문화는 결코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식의 방법이 확립되어 능력에 따라선 무한히 문화 섭취가 가능한 시기가 되었으니 전통 같은 건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우리는 도쿄가 폐허로 변해도 훌륭한 제도를 만들 수 있고 호류지의 기와를 대포로 바꾸는 것에 큰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전통 유산을 가지지 못한 대신에 전통을 낳는 우리.. 2023. 1. 24.
신인에게 - 사카구치 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는 문학자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 전체의 문제이다. 인간의 삶이란 게 당연히 그래 마땅하니 문학자 또안 그럴 뿐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이 인간의 당연한 문제가 아니며 문학만의 특별한 문제로 여겨지는데 일본 문학 사상의 위조성, 부족한 전문성, 유아독존, 문학 신성 주의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죄의 자각과 고독의 발견은 문학의 텃밭이지만 이는 또 모든 인간의 삶의 모태이기도 하며 문학 고유의 삶의 방식, 태도, 사상 같은 특별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 문학은 단지 인간의 것일 뿐이다. 나는 새로이 문학을 할 젊은 사람들은 문학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임을 발견함과 동시에 가장 겸손한 인간임을 자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본다. 인간의 발견과 쓰고 싶은 의욕만 있다면 소설.. 2023. 1. 23.
선후감(제27회 아쿠타가와상 선후평) - 사카구치 안고 이번에는 모이긴 했으나 특별히 우수한 건 없었다. 미우라 슈몬 '도끼와 마부', 야스오카 쇼타로 '숙제', 타케다 시게타로 '아세쿠가와', 쇼노 세이이치 '이 세상이 있는 한', 코야마 키요시 '자그마한 거리', 거기에 후보작 두 개. 하나 같이 제대로된 작품이나 적극적으로 어느 하나를 밀고 싶진 않았다. "구름과 식물의 세계"는 앞부분에만 감탄했다. 말을 쓰는 사이엔 눈을 반짝였으나 사람이 나타나고 전쟁이 벌어지니 경험 부족이 드러나 봐줄 구석이 없다. 하지만 기병 생활을 한 사람은 몇십 만 명이나 있어도 말을 이렇게 써낸 사람은 이 사람뿐이니 이는 훌륭한 재능이리라. 이 사람에게 부족한 건 인생 경험이다. 지극히 부족한 모양이다. "연못"은 구성이 제대로된 작품이나 나는 이런 악인을 쓰지 못하는 혹은.. 2023. 1. 22.
작가의 말('불, 제1부) - 사카구치 안고 일본에서 전쟁이 벌어져준다면――나는 스무해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소설가로서의 나는 내 평생 속에 전쟁이 있는 걸 반쯤은 막연히 하지만, 반쯤은 명확히 희망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스탕달을 읽을 때마다 나라면 전쟁을 이렇게 묘사하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때문에 어떻게든 평생 속에서 전쟁을 직접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은 평화를 사랑하는 동물이기도 하나 갈등을 피하고 싶은 동물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성은 갈등 속에서 드러나며 평화는 그 후의 결론으로 나오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이란 개인간의 싸움보다 인간의 본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외교 속 책략에 비하면 개인간의 책략 따위는 별 볼 일 없을 따름이다. 개인은 법률이나 의리, 인정 같은 여러 인연에 따라 본성 노출에 속박이 가해지나 국가의 속박.. 2023. 1. 21.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