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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49

역사와 현대 - 사카구치 안고 이전에 아라이 시라이시의 '서양기문'을 통해 시도티의 잠입에 관한 소설을 쓸 때 야쿠시마는 어떤 섬일지 생각해 봤다. 키리시탄의 흔적을 찾아 아사쿠사까진 갔으나 야쿠시마는 가지 않았다. 다행히 이 소설은 섬의 풍경을 서술할 필요가 없었기에 사료만으로 해결이 됐으나 훗날 후카다 큐야 씨의 야쿠시마 기행을 읽고 참 놀랐다. 야쿠시마는 천칠백 미터나 되는 커다란 산덩어리이며 온섬이 천 년에서 천오백 년은 된 나무로 이루어진 밀림이라 하지 않던가. 확실히 시라이시의 기사를 봐도 시도티가 처음 만난 일본인은 나무꾼이긴 했다. 하지만 만남의 서술은 해가 잘 드는 평범한 산속 초원을 연상케하며 험난한 지형의 밀림은 떠올릴 수 없다. 천 년에서 천오백 년 가량 지난 밀림이니 시도티가 왔을 때의 약 이백 년 전에도 지금.. 2023. 2. 7.
'문예 책자'에 관해 - 사카구치 안고 고향인 설국에 이런 잡지가 나온 것만으로도 즐겁지 싶습니다. 절에 계신 스님도, 시골 의사도, 시장님도 제 생각을 자유롭게 쓰신 게 정말로 유쾌하군요. 문학 같은 틀에 넣으면 곤란해지니 단지 먹과 붓과 본래의 혼이 그대로 표현된다면 이 작은 잡지는 우리의 작은 생활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친구가 되겠지요. 스님은 스님처럼 의사는 의사처럼 시장은 시장처럼 다들 제각기 혼으로 설국의 자그마한 도시에서 생활하는 그 감정이 고스란히 흘러주길 바랍니다. 이런 잡지의 존재는 굉장히 존재하며 그 존재 방식에 따라 문학이 아니기에 외려 진짜 문학보다 더 문학 다워질 것입니다. 그런 얌전한(그렇기에 진정된) 생활 감정이 드러나기 위해서는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며 이 잡지는 아직 진짜 혼이 담기지 않은 듯하나 그 분위기의 싹.. 2023. 2. 6.
괴이한 기구 - 사카구치 안고 "마차 이야기"(신토호) 촬영을 위해 이토로 로케이션을 간 도쿠가와 무세이 씨의 수필에 적혀 있다. 낮밤으로 술 파티다. 가끔 촬영이 있다. 오후 다섯 시가 되면 시간 됐다고 딱 멈춘다. 예로부터 영화계에는 시간과 돈을 들이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미신이 있는 듯하다. 채플린이 아무개 작품에 3년을 들였다, 백만 달러짜리 영화다. 그런 선전문만 아니라 일본 영화인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다. 예술가의 변덕스러운 기질은 칭찬할 게 못 된다. 3년이나 걸린 걸 세 달 만에 할 수 있다면 세 달 만에 하는 게 좋다. 하물며 로케이션에 이르러선 밤낮으로 술에 취해 아주 가끔 밖에 촬영하지 않고 또 막상 하는가 하면 시간 됐다고 끝낸다. 이런 식으로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는 명백하리라. 모.. 2023. 2. 5.
예고 살인 사건 - 사카구치 안고 적은 중소도시에 예고 폭격을 한듯하다. 이는 즉 예고 살인 사건과 같은 성질로 여겨진다. 예고 살인 사건은 대개 복수일 경우 그냥 죽이면 재미없다는 이유로 예고를 하고 공포와 혼란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통 주어 만족하겠다는 악질적이고잔인한 성질을 띈다. 물론 예고하는 걸 통해 진정한 범죄 의도를 속이는 것도 예고 살인의 전형적인 한 형태이며 진정한 의도는 예고하지 않는데 존재한다. 즉 현과 시를 예고 폭격한다면 진짜 노림수는 다른 도시 공장이란 형태이며 이 또한 곧잘 이용된다. * 미국 문화는 스포츠, 스릴, 섹스의 3S라고 하는데 스릴은 요컨대 지식적으론 탐정 소설, 실천적으론 갱과 건맨이다. 미국 문학은 문화국의 최하등층에 속하나 탐정 소설만은 예외로 많은 걸작을 낳았다. 또 섹스면에서도 일본.. 2023. 2. 4.
'복원 살인 사건'에 관해 - 사카구치 안고 7~8월에 걸친 병 탓에 '복원 살인사건'이 중단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매달 고작 세 개 있는 연재지만 그 중 하나가 한 달에 백 장이 넘고 '복원'이 또 50장에서 7, 80장 정도 되니 치료 후의 과로를 피하기 위해 '복원'을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기운을 되찾아 내년 1월호부터 연재를 재개합니다. 아직 적어도 대여섯 번은 걸릴 테고 사건이 굉장히 복잡하니 이해하고 읽어주세요. 이미 답에 이른 분도 계신 듯하나 이는 연재가 중단되어 이미 답이 나왔다 착각한 탓이라 봅니다. 사건은 아직 발단에 지나지 않고 앞으로 극속도로 깊어집니다. 작가가 독자를 속이려 호시탐탐 노리는 건 이 뒷이야기이며 지금은 초반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나왔습니다. 이제까지 나온 답은 해답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2023. 2. 3.
'꽃'의 확립 - 사카구치 안고 문학도 물론 그렇지만 생활도 평시가 기본이다. 전쟁은 특수한 과도기이며 소위 비상시이니 전장에 문학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 생활도 자리해 있지 않다. 전쟁에서 이겨 국력을 확대하고 개인 생활을 확대해야 비로소 문화도 문학도 미래에 이어진다. 전쟁 전의 일본은 생활 정도가 참 낮았다. 일본인은 가장 간소한 국민이며 관념 생활은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생활 정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활 감정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생활에 낭만적 정열의 정당한 잠자리가 없었기에 감정과 함께 가야 하는 지성 또한 발달할 이유가 없으니 한없이 혼란스럽고 예술의 모습 또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본래 쿨리에게 예술이란 없다. 쿨리에겐 쿨리의 예술이 있어야 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예술은 마땅한 장소에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신일..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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