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중소도시에 예고 폭격을 한듯하다. 이는 즉 예고 살인 사건과 같은 성질로 여겨진다. 예고 살인 사건은 대개 복수일 경우 그냥 죽이면 재미없다는 이유로 예고를 하고 공포와 혼란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고통 주어 만족하겠다는 악질적이고잔인한 성질을 띈다.
물론 예고하는 걸 통해 진정한 범죄 의도를 속이는 것도 예고 살인의 전형적인 한 형태이며 진정한 의도는 예고하지 않는데 존재한다. 즉 현과 시를 예고 폭격한다면 진짜 노림수는 다른 도시 공장이란 형태이며 이 또한 곧잘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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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는 스포츠, 스릴, 섹스의 3S라고 하는데 스릴은 요컨대 지식적으론 탐정 소설, 실천적으론 갱과 건맨이다. 미국 문학은 문화국의 최하등층에 속하나 탐정 소설만은 예외로 많은 걸작을 낳았다. 또 섹스면에서도 일본의 연애는 일반적으로 순정적이며 청렴담백하고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외부의 장애를 돌파해 행복해지는 이야기나 미국은 이렇지 않다. 싫어하는 여자를 오랜 세월 동안 조련해 자기 걸로 삼는단 성질을 띈다.
요컨대 스포츠, 스릴, 섹스는 형태는 달라도 같은 결을 지녀서 집요한 근성과 술수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그들의 일상 속 인생이자 취미이며 신조이다.
전술도 일상성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외려 미국의 전법은 3S의 연장이며 그 술수의 거국 총력적인 집대성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반면에 일본인은 탐정 소설 속 미국 피해자들하고는 다른 부류에 속한다. 일본인은 대개 유머가 부족하며 또 이를 좋아하지 않으나, 실은 뿌리부터 낙천적인 국민이며 일본인이 진심으로 비관에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내 토나리구미는 폭탄 소이탄의 비라 해도 좋을 정도로 무수한 세례를 받았으나 갓난아기를 안은 한 젊은 여인이 실수로 적기가 안 오는 날은 심심해, 하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이를 듣고 배를 붙잡고 웃어버렸는데, 일본인은 정말 겉으론 힘들어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 매일 적기가 오면 곤란하다 말하나, 사실 내심은 이만큼 두터운 근성을 지닌 거 아닐까 싶었다.
태워진 당초엔 또 몰라도 방공호 생활도 익숙해지면 느긋한 일상성을 되찾고 만다. 폭격 중에는 움츠러들고 마나 목을 넘기면 잊고 만다. 우리 토나리구미쵸에는 어린아이나 노인들이 잔뜩 있는데 물자 부족이란 점을 제외하면 폭격에 대한 불감증이 퍼지고 있다. 이 토나리구미는 공장 지대에 자리해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은 포격을 받았다. 그리고 되려 침착해진 상황이다.
일본 도시는 건축물에 한해선 서양과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폭격 피해를 받으나 국민의 낙천성은 미국 폭탄만으론 부족한 듯하다. 나는 탄 흔적 안에서 이를 통감하여 미국 탐정 소설 속 요령으론 이 낙천성을 죽일 수 없다는 걸 미소와 함께 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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