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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49

손바닥 자서전 -나의 약력- - 사카구치 안고 나는 내 뜻으로 태어난 게 아니니 아버지나 어머니를 고를 수 없었다. 그런 제한은 인간의 평생에 뒤따르는 법으로 인간은 도리 없이 무언가 하나를 고르더라도 생활 기반이란 건 본인의 뜻과 무관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남이 던진 주사위로 태어나게 되니 우리의 문화가 큰 소리로 자유 의지 같은 걸 외쳐도 사상누각일 뿐으로 껍질을 벗기고 지식의 끝에 이르면 부자유로 환원된다. 연애결혼을 진보적이라 여기며 맞선 결혼을 바보 취급하나 연애 따위 별 볼 일 없다는 게 언젠가 간파되면 남이 떠멱여준 맞선 결혼이야말로 그 스릴 때문에라도 백 년 뒤 문화인의 장난감이 될지도 모른다. 내 경력이라 해봐야 니이가타시에서 태어나 지정된 초등학교 중학교에 올랐고 이 중학교에서 쫓겨났다. 이즘부터 내가 고른 필연의 길인 셈인데.. 2023. 1. 20.
날짜 이야기 - 사카구치 안고 연말에 달력을 받아 페이지를 넘기며 새로운 해를 생각한다. 이번 달의 역사란 페이지를 읽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런 기분은 일반인은 알아차릴 수 없으며 그게 일반적이나 소설가, 특히 역사 소설을 쓰는 내 입장에선 정말 기묘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를테면 츄신구라의 원전이 되는 일은 겐로쿠 14년 극월(12월) 14일이란 게 나니와부시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태음력이니 오늘날 통용되는 태양력을 통해 보면 아마 내년 1월 십 며칠이 되리라. 오늘날의 태양력은 메이지 정부가 채용한 것으로 그 이전에는 태음력을 사용했다. 그러니 한 달 이상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내가 이 사실을 강조하는 건 내가 시마바라의 난을 소재로 삼으려 문헌을 찾기 시작할 적부터로 키리시탄의 문헌은 자료가 일본측과 .. 2023. 1. 19.
단독 범행이 아니다 - 사카구치 안고 평범한 시간에 집을 나와 출근도 하지 않고 미츠코에 가 개점할 때까지 무리하게 자동차 산책까지 해가며 개점 시간에 맞췄다는 건 누군가와 만나는 등 중대한 약속이 있었던 거라 여겨진다. 그 약속은 국철노조의 누군가를 보는 게 아니라 좀 더 개인적인 일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러니 범인은 개인적인 것이나 개인을 이용한 것이다. 범행은 라디오에서 떠든 후에 이뤄졌으리라. 강우 속에서 그렇게나 옮기려면 집단이어야만 한다. 국철 노조 조직을 통핸 범행이라곤 생각되지 않으나 그걸 이용해 이뤄졌으리라. 이를 추리소설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철도에 깔려 죽게 한 건 자살인지 타살인지 불명확하게 만들기 위함과 범행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엔 철도 문제를 끌어오는 의미도 있는 듯하다. 범행은 .. 2023. 1. 18.
짧은 생각 - 사카구치 안고 오늘날, 잡지가 저널리즘이라는 은근히 많은 악덕을 암시하는 오명을 통해 불리는 시대가 되어 문학의 본질마저 만사유유해 진정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는 이 시기에, 하나 정도는 저널리즘에 초연하여 올바른 유행을 만들면서도 유행을 쫓지 않는 잡지가 있었으면 한다. '작품'이 그렇다 말할 정도로 거창하게 칭찬할 수도 없으나 저널리즘의 악덕을 지니지 못한 건 사실이다. 침착함이 존재한다. 프루스트의 방대한 작업을 '작품'에서 다루기 시작한 건 푸르스트가 시류에 올라 탄 이후의 일로 기억한다. 앨런은 분명 식자 사이에는 유행을 만들었다. 키타하라 군의 번역은 그야말로 플로벨의 재독을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나는 소년 시절 플로벨은 읽어도 재미 없다 일갈했으나 이 번역에 암시를 받아 다시 읽었고 감탄할 수 있었다.. 2023. 1. 17.
앞으로의 사원 생활에 대한 사견 - 사카구치 안고 사원에 특수한 생활이 있다면 물론 금욕 생활이겠지요. 하지만 일반인에게 맞는 생활, 즉 욕정이나 욕심에 충실한 생활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원 사람들은 금욕 생활을 중시하여 소위 번뇌에, 즉 생활 속에서도 도덕이나 해탈의 힘이 있음을 잊는 듯합니다. 금욕 생활이 도덕적으로 우수할 이유도 없으며 또 대단히 빨리 깨달아야 할 일도 아닙니다. 생활이란 그 사람의 신조이자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으로, 요컨대 애욕이나 인연도 포기할 필요는 없단 뜻입니다. 금욕 생활 이외의 곳을 지키려 하는 건 너무나도 얄팍하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욕심에 충실한 생활을 토대 삼아 다시 출발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2023. 1. 16.
진상은 이러하다 - 사카구치 안고 '진상'이란 잡지에 내가 작년 '풍보'에 실은 문장이 일부 발췌 기재되었다. 이는 내 승낙을 받은 게 아닌 무단전재이다. 이를 내게 알리기 위해 일부러 찾아 준 친구는 저작권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히죽이며 말했다. "저작권법에 걸릴 거 같지?" "물론 그렇지." "근데 그렇지 않아." 그는 육법전서를 꺼내 저작권법 20조 2항을 가리켰다. "시사문제에 관핸 공가 연술은 저작자의 이름, 연술시의 장소를 명시하면 이를 신문 또는 잡지에 게재할 수 있다(생략)" 오호라. '진상'에 전재된 문장은 시사문제라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문장 말미에 '풍보 제2권 제1호에서'라고 시와 장소를 표시해두었다. 여기에 이르러 내 분노가 폭발했다. 나는 육법전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떤 격론을 나눌 때에도 육법..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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