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

덴노에 관한 짧은 생각 - 사카구치 안고

by noh0058 2023. 1. 25.
728x90
반응형
SMALL

 일본은 덴노 덕에 종전의 혼란서 벗어났다는 상식이 존재하나 이는 거짓말이다. 일본인은 내심 싫은 일이라도 대의명분 같은 게 없으면 싫다 못하는 기질이 있다. 소위 대의명분이란 건 그런 의미로 이용되어 왔으나 이번 전쟁에서도 덴노의 이름으로 창을 거두었단 건 교활한 표면에 지나지 않으며 전쟁을 잘 수습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정치가가 잘 이용하고 인민 또한 이를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인의 생활에 잔존한 봉건적 기만은 그 뿌리가 깊어서 과거의 모든 권의에 회의나 부정을 품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 패전은 그 절호의 기회였으나 그런 단순한 기만이 또 무의식적으로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주의 정당이 선거 전술을 위해 이를 이용해 덴노제를 지지하는 것에 이르러선 일본의 크나큰 비극이요 문화적 빈곤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일본적 지성 속에서 봉건적 기만을 벗겨내기 위해선 덴노를 단순한 덴노 일가로 바꾸는 게 굉장히 중요하며 역대 산릉이나 삼종 신기 따위도 과학의 당연한 검토 대상으로 보며 모든 신격을 벗겨내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과학 앞에서 공평한 한 인간이 되는 게 일본의 역사적 발전을 위해 필요 불가결이고 과학 앞에서 전라가 되어 한 인간이 되었음에도 일본인의 생활에 덴노제가 필요하다면 필요에 따라 덴노제를 만들면 된다. 인간 덴노는 기관으로서 존불이 논해지는 게 마땅하겠지만 단순히 정치적으로만 논해질 게 아니라 한 번 과학 앞에서 벌거벗은 인간으로 만들고서 종교적 깊이로 돌아가 고찰할 필요가 있다 본다.

 인간에게서 신을 떼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 인간의 입장을 부정해선 정치도 죽는다. 일본과 덴노의 관계가 신의 문제와 필적할지는 앞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이나 일단 덴노를 단순한 인간으로 되돌리는 건 현재 일본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믿는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