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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

선후감(제27회 아쿠타가와상 선후평) - 사카구치 안고

by noh0058 202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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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모이긴 했으나 특별히 우수한 건 없었다. 미우라 슈몬 '도끼와 마부', 야스오카 쇼타로 '숙제', 타케다 시게타로 '아세쿠가와', 쇼노 세이이치 '이 세상이 있는 한', 코야마 키요시 '자그마한 거리', 거기에 후보작 두 개. 하나 같이 제대로된 작품이나 적극적으로 어느 하나를 밀고 싶진 않았다.

 "구름과 식물의 세계"는 앞부분에만 감탄했다. 말을 쓰는 사이엔 눈을 반짝였으나 사람이 나타나고 전쟁이 벌어지니 경험 부족이 드러나 봐줄 구석이 없다. 하지만 기병 생활을 한 사람은 몇십 만 명이나 있어도 말을 이렇게 써낸 사람은 이 사람뿐이니 이는 훌륭한 재능이리라. 이 사람에게 부족한 건 인생 경험이다. 지극히 부족한 모양이다.

 "연못"은 구성이 제대로된 작품이나 나는 이런 악인을 쓰지 못하는 혹은 쓸 의지를 지니지 않은 작가는 좋아하지 않는다. 요컨대 남의 악행을 용서하거나 눈을 돌리거나 놓치는 식으로 자신의 악에도 눈을 감고 만다. 그런 세속적인 처세법이 사상의 뿌리로 내려져 있으니 나는 이런 게 본질적인 의미로 통속 문학이라 본다.

 위원회의 두세 명의 의견 중에 이 작가는 뿌리가 강하단 찬사가 있었다. 뿌리가 강하단 의미를 잘 모르겠으나 그게 강하다고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보지는 않고 아마 본질적인 통속성을 가리키며 뿌리가 강하다고 말하는 거 아닐까 싶었다.

 미우라 쇼몬, 야스오카 쇼타로, 타케다 시게타로, 쇼노 세이이치 등은 장래성이 좋은 사람들이지 싶다. 조금 아쉬운감은 있으나 수상은 작품에 주는 것이니 이번에 상을 놓친 건 도리 없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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