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두 서양 화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피카소는 항상 성을 공격한다. 잔 다르크가 아니면 무너트릴 수 없는 성을. 그는 어쩌면 성이 무너지지 않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홀로 석화시 아래서 고집스럽게도 성을 공격하고 있다. 그런 피카소를 지나 마티스를 볼 때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는 게 꼭 나만 그런 건 아닐 터이다. 마티스는 바다에 요트를 띄우고 있다. 무기 소리나 화약 냄새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복숭아색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삼각돛만이 바람을 품고 있다. 나는 우연히 이 두 사람의 그림을 보고 피카소에게 동정을 느끼는 동시에 마티스에게 친근함이나 부러움을 느꼈다. 마티스는 우리 아마추어의 눈으로도 리얼리즘을 품은 팔을 지니고 있다. 또 리얼리즘을 품은 팔은 마티스의 그림에 색채를 드리우지만 이따금 그림의 장식적 효과에 약간의 .. 2021. 8. 24. 덴키치의 원수 갚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건 효자 덴키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 이야기이다. 덴키치는 신슈 미노치군 사사야마무라에 사는 백성의 외동아들이었다. 덴키치의 아버지는 덴조라고 하여 "술을 좋아하고, 도박을 좋아하고, 쌈박질하기를 좋아하니" 사람들에게 양아치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각주 1) 어머니는 덴키치를 낳은 다음 해에 병으로 달아겼다고 한다. 혹은 남편에게 정이 떨어져 나가버렸다고도 한다. (각주 2) 하지만 어느 쪽이 사실이든 이 이야기가 시작할 쯤에는 자리해 있지 않은 게 분명하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덴키치가 겨우 열두 살 먹은(일설에 따르면 열다섯이라고도 한다) 텐포 7년의 봄이라고 한다. 덴키치는 어쩌다가 "에치고의 떠돌이 무사 핫토리 헤이시로란 자의 분노를 사서 자칫 칼에 베어 죽을 뻔" 했다고 한다. 헤이시로는 당.. 2021. 8. 23. 두 명의 코마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오노노코마치, 키쵸 뒤에서 소시를 읽고 있다. 그때 불쑥 황천의 심부름꾼이 나타난다. 황천의 심부름꾼은 색이 검은 젊은이. 심지어 토끼 귀를 하고 있다. 코마치 (놀라서) 당신은 누구죠? 심부름꾼 황천의 심부름꾼입니다. 코마치 황천의 심부름꾼! 그럼 저는 죽는 건가요? 이제 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건가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저는 이제 스물하나에요. 아직 아름다울 시기라고요. 부디 살려주세요. 심부름꾼 안 됩니다. 저는 하늘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도 용서하지 않는 심부름꾼입니다. 코마치 당신은 온정을 베풀 줄 모르나요? 제가 지금 죽어보세요. 후카쿠사노쇼쇼는 어떻게 해야 하죠? 저는 쇼쇼와 약속했어요. 하늘에선 한 쌍이 되자고, 땅에서는 연이어진 가지가 되자고――아아, 그 약속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2021. 8. 22. 창부미와 모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근래 창부형 여자가 늘어나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당신은 물었다. 하지만 나는 창부형 여자가 늘어났단 사실을 믿지 않는다. 물론 여자도 가정 밖에서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게 되면 남자를 보는 게 맹수처럼 될 건 사실이다. 이는 물론 창부형 여자를 늘리는 결과가 되리라. 또 출산을 피할 과학적 방법 및 도덕론도 거의 완벽히 갖춰지면 이 시대의 여인도 꼭 교합을 기피하지는 않으리란 것도 사실이다. 만약 오늘날의 사회 제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겨 갖은 아이의 교육이 사회의 책임이 된다면 이런 경향은 오늘날보다도 더 증가하리라. 하지만 교합이란 반드시 출산을 동반하는 일이기에 남자에게는 모험도 무엇도 아니지만 여인에겐 항상 생사를 거는 모험임을 벗어날 수 없다. 항상 생사를 걸어야 하는 마당에 교합을 두려워하지.. 2021. 8. 21. 도쿄 일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거울 나는 무작정 책만 쌓아 둔 서재 안에 꿇어앉아 쓸쓸한 봄소나무의 시간을 한없이 나른하게 보내고 있었다. 책을 펼쳐 보고 적당한 문장을 써보고 그에도 질리면 엉망진창 하이쿠를 지어 보기도 하고――요컨대 태평 시대의 사람처럼 느긋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던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이웃 사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연시 인사를 겸해 놀러 왔다. 이 사모님은 옛날부터 젊게 살고 싶단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러니 데리고 온 여자아이가 벌써 다섯 살이나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녀일 적의 아름다움을 어제 일처럼 보존하고 있었다. 그날 내 서재에는 매화꽃이 펴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매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치에라는 여자아이는 그 동안 서재에 걸린 그림이나 족자를 힐끔힐끔 곁눈질하며 지루하다는 양 앉아 .. 2021. 8. 20. 아이의 병――일유정에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츠메 선생님은 붓글씨를 담은 족자를 보고 혼잣말처럼 "쿄쿠소구나"하고 말했다. 낙관을 보니 확실히 쿄쿠소 우가이였다. 나는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쿄쿠소는 탄소의 손자죠? 탄소의 자식은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하고 말하자 선생님은 곧 "무소夢窓일 거야"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불쑥 눈이 떠졌다. 모기장 안에 방안의 전등 빛이 들어온다. 아내는 두 살 먹은 남자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는 듯했다. 아이는 물론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쪽에 등을 돌린 채로 다시 한 번 잠에 들려고 했다. 그러자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안 돼, 타카. 또 아프면 안 돼." 나는 아내한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네, 배가 조금 아픈 모양이에요." 이 아이는 장남에 비하면 병에 쉽게 걸리는 편이었다. "내.. 2021. 8. 19.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