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아쿠타가와 류노스케355 오소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기록에 따르면 일본에선 스이코 텐노 35년 봄 2월 미치노쿠에서 처음으로 오소리가 사람으로 변했다. 물론 일설에 따르면 사람으로 변한 게 아니라 사람 사이에 뒤섞여 산 것이라는데 어느 쪽이든 그 후에 우타를 읊었다니 사람으로 변했든 사람 사이에 뒤섞였든 어지간한 사람만큼 우타를 읊은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그 이전에도 스이닌 당시의 기록을 보면 87년, 탄바의 미카소라는 사람의 개가 오소리를 물어 뜯어 보니 배 안에서 팔척경곡옥이 있었다고 적혀 있다. 이 곡옥은 바킨이 팔견전에서 야오비쿠니 묘친을 내놓을 때 차용했다. 다만 스이닌 시대의 오소리는 단지 뱃속에 곡옥을 품고 있을 뿐으로 후세의 오소리처럼 변화무쌍이진 않다. 그럼 오소리가 사람으로 변한 건 역시 스이코 덴노 35년 봄 2월이 처음이리라. 물론.. 2021. 8. 12. 이상한 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등나무 장의자에 멍하니 누워 있다. 눈앞에 난간이 있는 걸 보면 배 간판이라도 되는 듯하다. 난간 너머에는 회색 파도에 뛰어드는 생선인지가 빛나고 있다. 하지만 무얼 위해 배에 탔는지는 이상하리만치 떠오르지 않았다. 일행이 있는가 혼자인가. 그런 것마저 애매했다. 파도 너머도 안개가 짙은 탓인지 한없이 애매하기 짝이 없다. 나는 장의자에 누운 채로 몽롱히 피어오른 안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그러자 염력이라도 통한 것처럼 서서히 섬 그림자가 떠올랐다. 중앙에 산 하나가 우뚝 선 원뿔에 가까운 섬 그림자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강의 윤곽 이외엔 또렷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먼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옅은 섬 그림자는 여전히 희미하기만 하다. 염력.. 2021. 8. 11. 가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노부코는 여자대학에 있을 적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녀가 일찍부터 작가로서 문단에 서리란 건 거의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개중에는 그녀가 재학 중에 이미 삼 백몇 장의 자서전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를 하며 돌아다니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보니 아직 여학교도 나오지 않은 여동생 테루코와 그녀를 뒷바라지하며 홀로 집안을 받친 어머니 앞에서는 그런 어리광을 부릴 수는 없다는 복잡한 사정만이 남아 있었다. 때문에 노부코는 창작을 시작하기 전에 세간의 습관처럼 혼담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노부코에겐 슌키치라는 사촌 오빠가 있었다. 그는 당시엔 아직 대학 문과에 재적을 두고 있었는데 역시 장래엔 작가 동료에 몸을 둘 뜻이 있는 듯했다. 노부코는 이 사촌 대학생과 옛날부터 친근하.. 2021. 8. 10. 마법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비내리는 밤의 일입니다. 저를 태운 인력거는 오오모리 외각의 험난한 언덕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며 겨우 대나무숲에 둘러싸인 작은 서양관 앞에 멈춰 섰습니다. 회색 페인트가 벗겨진 좁고 갑갑한 현관을 인력거꾼이 걸어 둔 제등의 빛으로 보니 주위와 달리 새로운 도자기 문패가 인도인 마틸람 미슬라라는 일본어로 적힌 채로 걸려 있습니다. 마틸람 미슬라 군이라 하면 이미 아는 분들이 적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미슬라 군은 오랫동안 인도의 독립 계획을 세우고 있는 콜카타 출신의 애국자로 또 동시에 하산 칸이라는 명성 높은 브라만에게 비법을 배운 젊은 마법대가기도 합니다. 저는 마침 한 달 전부터 어떤 친구의 소개로 미슬라 군과 교제를 했는데 정치와 경제 문제로 이런저런 의논을 나누는 일은 있어도 중요한 마.. 2021. 8. 9. 파스텔 용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는 상하이에 머무는 중 병상에서 한 번역이다. 상징주의에서 심상주의로 옮겨 간 영국과 프랑스 시의 변천은 이 두 여시인의 작품에서도 조금 엿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명성 높은 고티에의 딸은 카튈 망데스와 헤어진 후 Tin-tun-Ling이란 중국인에게 중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이태백이나 두소릉의 번역시를 보아도 도무지 번역시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팔 할 가량은 여사 자신의 창작이라 봐도 되리라. 유니스 티젠스는 훨씬 새롭다. 이는 실제로 중국 땅을 밟아 본 현존 미국 부인이다. 일본에서는 에이미 로웰 여사가 유명하지만 티젠스 여사도 범재라고는 할 수 없다. 여사의 책은 두 권 있다. 이는 1917년에 나온 두 번째 책인 PROFILES FROM CHINA에서 번역했다. 번역은 하나같이 자유 번역이다... 2021. 8. 8. 어머니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방구석에 놓인 전신거울에는 서양풍으로 벽을 칠하고 일본풍 다다미가 있는――상하이 특유의 여관 2층 일부가 또렷이 비치고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하늘색 벽. 그리고 몇 첩인가 되는 새로운 타타미. 마지막으로 거울에 뒷모습을 비추고 있는 머리를 서양식으로 묶은 여자 하나――차가운 빛 속에는 그 모든 게 쓸쓸할 정도로 선명히 담겨 있다. 여자는 아까부터 뜨개질을 하고 있다. 물론 뒤를 돌아보고는 있다 해도 밋밋한 명선 하오리를 입은 어깨너머론 앞으로 내려온 머리 사이로 창백한 옆얼굴이 살짝 보인다. 물론 살이 많지 않은 귀에 희미하게 빛이 비치는 것도 보인다. 약간 긴 구레나룻은 귀 안쪽을 살짝 옅게 보이게 했다. 거울이 놓인 방에는 옆방 갓난 아기의 울음소리 외엔 무엇 하나 침묵을 깨는 일이 없다.. 2021. 8. 7.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60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