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상하이에 머무는 중 병상에서 한 번역이다. 상징주의에서 심상주의로 옮겨 간 영국과 프랑스 시의 변천은 이 두 여시인의 작품에서도 조금 엿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명성 높은 고티에의 딸은 카튈 망데스와 헤어진 후 Tin-tun-Ling이란 중국인에게 중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이태백이나 두소릉의 번역시를 보아도 도무지 번역시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팔 할 가량은 여사 자신의 창작이라 봐도 되리라. 유니스 티젠스는 훨씬 새롭다. 이는 실제로 중국 땅을 밟아 본 현존 미국 부인이다. 일본에서는 에이미 로웰 여사가 유명하지만 티젠스 여사도 범재라고는 할 수 없다. 여사의 책은 두 권 있다. 이는 1917년에 나온 두 번째 책인 PROFILES FROM CHINA에서 번역했다. 번역은 하나같이 자유 번역이다.
달빛
――Judith Gautier――
만월이 물에서 나와
바다는 은빛 판이 되었네.
작은 배에선 사람들이 잔을 말리고
달빛을 머금은 구름이 희미하게 보이네.
구름은 산 위에 떠올라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황제의 백의 입은 황후라고.
어떤 사람은 말한다――
하늘을 나는 백조 무리라고.
도기 정자
――동상――
인공 호수 안.
녹색과 청색, 도기 정자 하나.
길은 벽옥 다리.
다리가 굽어진 게 꼭 호랑이 등만 같다.
정자 안 사람들은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시원한 술은 잔에서 말라갔다.
이야기하고 또 시를 짓고.
소매를 높게높게 들면서.
모자챙을 눕히면서.
물속.
밝게 비친 다리는
벽옥의 초승달만 같이.
화려한 차림의 사람들은
거꾸로 매달려 술을 마신다.
도기 정자 안에서.
저녁 어스름
――Eunice Tietjens――
마른 가을 나뭇잎 위에 비가 뚝뚝 떨어지는 듯하다. 아름다운 아기 여우들이 작은 발소리를 내는 게.
세련된 사람
――동상――
그는 녹색 비단 옷을 입은 채로 자못 건방지게 걷고 있다. 그의 두 번째 웃옷 테두리는 모피로 되어 있다. 그의 벨벳 신발 위에는 바지 소매를 감은 의기양양한 복사뼈가 움직이고 있다. 힐끔힐끔 유쾌하게.
그의 손톱은 굉장히 길다.
가히 유행의 귀감이라 해도 좋을 모습이다!
그 가련한 한 손에는――이게 마지막 규칙인데――대나무 새장이 들려 있다. 그 안에 작은 갈색 새가 항상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남자는 활기찬 미소를 띄고 있다. 유행과 상냥한 마음 그 두 개를 모두 만족시킨 사람의 웃음이다. 새도 외출이 필요하지 않을까?
작시술
――동상――
두 궁인은 그를 앞에 두고 패랭이꽃 색과 닮은 비단 병풍을 펼치고 있다. 한 후궁은 무릎 꿇고 앉은 채로 그의 벼루를 바라보고 있다. 그때 술에 취한 이태백은 하늘 위에 뜬 한 조각 달에 다가가는 탁월한 시를 병풍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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