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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다두사철학 - 다자이 오사무 사태가 굉장히 복잡해지고 있다. 게슈탈트 심리학이 나오고 전체주의란 표어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세계관이 등장 준비를 시작했다. 낡은 노트만으론 충분치 않게 되었다. 문화 가이드들은 또 도서관을 오가야 하리라. 진지하게. 전체주의 철학의 인식론에 관해 곧장 마주할 난관이란 그 인식 확인의 양식이리라. 무엇으로 표시하는가. 말인가. 사상이란 영원히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가. 소리는 어떤가. 악센트는 어떤가. 색채는 어떤가. 모양은 어떤가. 몸짓은 어떤가. 표정으론 안 되는다. 눈동자 움직임이란 방법은 또 어떨까. 채용 가능한 요소가 없는지 조사해주었으면 한다. 안 되는가. 하나하나 정성스레 조사했는가. 아니, 여기서 연구 발표를 하나하나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 하나같이 대논문임이 분명할 테지. 그리고 역시나.. 2022. 2. 20.
작가상 - 다자이 오사무 고작 열 장짜리 수필 따위 못 쓸 것도 없으나 이 작가는 벌써 사흘이나 생각에 잠겨 썼다가는 금세 찢어버리고 또 썼다가는 금세 찢고 있다. 일본은 지금 종이가 부족한 시기기도 하여 이렇게 찢어서는 아까운 일이다. 스스로도 조마조마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그만 찢어버리고 만다. 말할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다. 이 작가는 하고 싶은 말과 해서 안 되는 말의 구별이 잘 가지 않는다. "도덕 적성"라 해야 마땅한 게 아직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이다. 하고 싶은 말은 산처럼 있다. 정말로 하고 싶다. 그때 문득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는 무슨 말을 하든 결국 자기변호잖아." 아니다! 자기변호가 아니라 서둘러 부정해도 마음 한구석에선 뭐 그럴지도 모르지 하고 약하게 긍정해버려서 나는 쓰다 만 원.. 2022. 2. 19.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 다자이 오사무 당신은 분게이순슈 9월호에 나를 향한 험담을 적었다. "전략――확실히 광대의 꽃 쪽이 작가의 생활이나 문학관을 한 층 풍부하게 드러내고 있으나 내가 보기에 작가의 눈앞 생활엔 불쾌한 구름이 껴 재능을 순수히 발휘하지 못할 듯할 우려가 있다." 서로 괜한 거짓말은 하지 않도록 하자. 나는 당신의 문장을 서점 앞에서 읽고 굉장히 불쾌해졌다. 이래서야 마치 당신 혼자서 아쿠타가와상을 정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당신의 문장이 아닐 테지. 분명 다른 누군가에게 쓰게 한 문장임에 분명하다. 심지어 당신은 그걸 드러내 보이는 노력마저 하고 있다. "광대의 꽃"은 삼년 전, 내가 스물네 살일 적의 여름에 쓴 글이다. "바다"란 제목이었다. 친구인 콘 칸이치, 이마 우헤이에게 읽게 한 글인데 지금 것에 비해 굉장히 소.. 2022. 2. 18.
정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 그건 이 여관 본진에 해당하는 나카무라란 옛 가문의 정원이었다. 정원은 메이지 유신 후 십 년 가량은 어떻게든 옛 모습을 유지하였다. 표주박 모양의 연못도 깔끔하였으며 살짝 솟은 언덕 위 소나무 가지도 늘어져 있었다. 세이카쿠켄, 센신테이――그러한 정자도 남아 있었다. 연못에 닿은 뒷산 기슭에는 하연 폭포도 졸졸졸 떨어졌다. 카즈노미야 님이 찾아오셨을 때 이름을 붙였다는 석등롱도 역시나 매년 넓어져 가는 황매화 나무속에 서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뿜어지는 폐허의 느낌은 감출 수 없었다. 특히 초봄――정원 안팎의 나뭇가지에 젊은 싹도 자랄 적에는 이 아름다운 인공 풍경을 등 뒤로 무언가 인간을 불안케하는 야만적인 힘이 한 층 더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나카무라 가문의 늙은 주인――대장부 기질의 노인은 그.. 2022. 2. 17.
봄산 가을산 - 쿠스야마 마사오 하나 옛날, 타지마노쿠니서 모시는 이즈시의 오오카미노오무스메가 이즈시오토메라는 굉장히 아름다운 여신을 낳았습니다. 수많은 신들은 이 소녀를 아내로 삼으려 다투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시집가는 게 싫어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 신들 중에 가을산의 시타비오토코와 봄산의 카스미오토코란 형제신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형인 가을산의 시타비오토코는 동생인 카스미오토코에게 "나는 저 소녀를 아내로 들이려 이래저래 힘을 써보았어. 하지만 도무지 말을 들어주지 않네. 어때, 너라면 들어줄 거 같아? 하고 물었습니다. "저라면 금세 듣게 할 수 있지요." 동생신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흥, 그럼 너랑 나 중 누가 먼저 저 소녀를 아내로 들이는지 경쟁해볼까. 만약 내가 지면 이 옷을 벗어 너한테 주마. 그리고 남.. 2022. 2. 16.
호남의 부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관동서 태어난 손일선쑨원 등을 제외하면 주목할만한 중국 혁명가는――황흥, 채악차이어, 송교인숭자오런 모두 호남후난서 태어났다. 이는 물론 증국번에게 감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감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호남 사람의 드센 기질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호남으로 여행 갔을 때 우연히 조금 소설과 같은 아래의 작은 사건과 만났다. 이 사건도 어쩌면 정열로 가득 찬 호난 백성의 면모를 보여준 걸지도 모르겠다………… * * * * * 다이쇼 십 년 오 월 육 일 오후 네 시 경, 내가 타고 있던 겐코마루는 장사창사 다리에 이르렀다. 나는 그 몇 분 전에 갑판 난간에 기댄 채로 서서히 좌현으로 다가오는 호남의 부성을 바라보았다. 높고 어두운 하늘의 산 앞에 하얀 벽이나 기와지붕을 겹겹이 쌓아 올린 장사는 예상 이.. 202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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