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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번역413

세계적 - 다자이 오사무 유럽의 근대인이 쓴 '그리스도전'을 두세 권 가량 읽었다. 별로 감탄하지는 못 했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듯했다. 성서를 깊게 읽지 않은 것이다. 이건 의외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어릴 적부터 할머니를 따라 절을 찾지 않는가. 또 장례식이나 법요 때면 스님의 경을 듣기도 한다. 하물며 국보인 불상을 구경도 다니지만 글쎄, 외국인이 불교란 어떤 종교냐 물으면 백 중 아흔아홉은 입을 다물 게 분명하다. 아무것도 모른다. 외국인 또한 마찬가지다. 마리아님과 예수님이 정말 고마운 분인 건 교회 분위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기도하는 습관도 들지만 꼭 성서에 담긴 그리스도의 비원을 아는 건 아니다. J・M・마리란 사람은 유럽의 일류 사상가지만 그 '그리스도전'에선 새로운 발견도 없다. 한 번 정열을 품.. 2022. 2. 26.
'주문이 많은 요리점' 서장 - 미야자와 겐지 우리는 얼음 설탕을 원하는 만큼 가지지 못해도 깔끔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먹고 복숭앗빛의 아름다운 아침햇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저는 밭이나 숲 안에서 지독히 너덜너덜한 옷이 가장 아름다운 벌벳이나 비단옷, 보석이 박힌 옷으로 보이는 걸 번번히 경험했습니다. 저는 그런 아름다운 음식이나 옷을 좋아합니다. 이러한 제 이야기는 모두 숲이나 들, 철도선로에서 무지개나 달빛에서 받아 온 것입니다. 정말로 카시와바야시의 푸른 저녁을 홀로 걷거나 11월의 산바람 속에서 떨며 서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어 도리가 없습니다. 정말로 도무지 그런 일이 생긴 듯해 도리 없는 일을 저는 있는 그대로 적을뿐입니다. 그러니까 이 중에는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내용도 있을 테고 아무 의미도 없을 내용도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저로선.. 2022. 2. 25.
열차 - 다자이 오사무 1925년에 우메바치 공장이란 곳에서 만들어진 C51형 기관차는 같은 공장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삼 등 객차 세 량과 식당차, 이등객차, 이등침대차 각각 한 량과 그 외에 우편이나 짐을 담는 화물차 세 량과 도합 아홉 개의 상자에 대략 이백 명의 여행객과 십만을 넘는 통신과 그에 따른 비통한 이야기를 싣고서 비 내리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오후 두 시 반이 되면 기적을 울리며 우에노에서 아오모리를 향해 달렸다. 때에 따라선 만세 소리를, 때로는 손수건에 품어진 작별을, 때로는 오열을 동반한 불길한 인사를 받고는 했다. 열차번호는 103이었다. 번호부터 꺼림칙했다. 1925년부터 지금까지 8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이 열차는 수만 면의 애정을 찢어발겼다. 실제로 나 또한 이 열차 탓에 지독한 꼴을 보았다. .. 2022. 2. 24.
마음의 왕자 - 다자이 오사무 얼마 전 미타의 자그마한 학생 둘이 저희 집을 찾았습니다. 저는 아쉽게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자고 있었는데 잠깐 하면 끝날 이야기라면, 하고 마루서 나와 잠옷 위에 하오리를 걸치고 만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예의가 바르고 심지어 용건만 빨리 끝내 곧장 물러났습니다. 요컨대 이 신문에 수필을 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보기엔 하나같이 열여섯열일곱으로 밖에 안 보이는 온화한 학생이었는데 역시 스물 넘은 어른이었던 걸 테지요. 요즘 들어 영 남의 연령이 구분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열다섯도 서른도 마흔도 또 쉰도 같은 일로 화를 내고 같은 일로 웃고 마찬가지로 조금 치사하고 또 마찬가지로 약하고 비굴하여 실제로 사람의 심리만 보아서는 나이 구분 따위 혼란스럽기 짝이 없어서 아무래도 좋아져 버립니다. 방금 .. 2022. 2. 23.
용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우지노다이나곤타카쿠니 "이거야 원, 낮잠에서 일어나 보니 오늘은 한 층 더운 거 같구나. 저 소나무 가지의 등나무 꽃을 흔들 정도의 바람 하나 불지 않으니. 항상 시원하게 들리는 연못 소리도 유지매미 소리에 섞여서 되려 덥고 갑갑하기만 해. 어디, 또 아이들에게 부채질이나 부탁해 볼까." "뭐, 거리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럼 그쪽으로 가보자. 너희도 그 커다란 부채 잊지 말고 뒤에서 잘 따라오너라." "그래, 내가 타카쿠니일세. 헐벗고 있는 무례는 용서해주게나." "오늘은 그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일부로 이 우지노테이에 모은 걸세. 실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소시 하나를 만들어 보려 해. 근데 이게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쉽게도 나는 글로 쓸만한 이야기를 알지 못하잖나. 그렇다고 성가.. 2022. 2. 22.
'원숭이 얼굴을 한 남자' 후기 - 다자이 오사무 수록――"원숭이 얼굴을 한 남자", "다스 게마이네", "이십 세기 기수", "신 햄릿" 이번 선집에는 대전 중에 재판할 수 없었던 작품만 수록했다. 그리고 이 선집을 하나 읽으면 다자이가 이 십 년 동안 대체 어떤 일을 괴로워 한 작가인지 대강 알 수 있도록 편찬했다. 마지막 '신 햄릿'은 새로운 햄릿 형태의 창조와 더욱이 또 하나 클로디어스를 사용해 근대악을 묘사하기를 꾀했다. 여기 나오는 클로디어스는 과거의 전형적인 악당과 크게 달라 어쩌면 마음 약한 선인처럼도 보이면서 선왕을 죽이고 불결한 사랑에 성공하여 그걸 숨기려 전쟁 등을 꾀한다. 우리를 괴롭혀 온 악당은 이런 형태의 어른이 많았다. 이 작품을 출판할 당시 문단의 평론 중 대부분은 클로디어스의 새로운 형태의 악을 놓치고 마사무네 하쿠쵸 씨도.. 2022.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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