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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다자이 오사무

세계적 - 다자이 오사무

by noh0058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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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근대인이 쓴 '그리스도전'을 두세 권 가량 읽었다. 별로 감탄하지는 못 했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듯했다. 성서를 깊게 읽지 않은 것이다. 이건 의외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어릴 적부터 할머니를 따라 절을 찾지 않는가. 또 장례식이나 법요 때면 스님의 경을 듣기도 한다. 하물며 국보인 불상을 구경도 다니지만 글쎄, 외국인이 불교란 어떤 종교냐 물으면 백 중 아흔아홉은 입을 다물 게 분명하다. 아무것도 모른다.
 외국인 또한 마찬가지다. 마리아님과 예수님이 정말 고마운 분인 건 교회 분위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릴 적부터 기도하는 습관도 들지만 꼭 성서에 담긴 그리스도의 비원을 아는 건 아니다. J・M・마리란 사람은 유럽의 일류 사상가지만 그 '그리스도전'에선 새로운 발견도 없다. 한 번 정열을 품고 성서를 정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답을 거창하게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만한 '그리스도전'이 외국 지식인들 사이서 존경을 받으며 읽히고 있다면 일반 성서 지식수준도 알 법하다 싶었다. 대단할 게 없는 것이다. 과거 일본 사람에게 그리스도 정신을 가르쳐준 건 유럽과 북미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배울 필요도 없다. '신학'의 역사적 지리적 연구야 아직 외국에 미치지 못 할 테지만 그리스도 정신 이해는 빠른 편이다.
 그리스도교뿐일까. 요즘의 일본인은 점점 의기양양해져 외국의 사상을 별거 아니라며 속닥속닥 나누고 있다. 큰 진보이다. 일본은 곧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될지 모른다.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얼마 전, 어떤 외국의 신간을 펼쳤더니 내 친구 사진이 실려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일본의 대표 사상가란 설명이 붙은 그 친구는 팔손이나무 옆에서 당당히 가슴을 펴고 있었다. 나는 이 친구와 술을 마시며 "너는 바보야"하고 말한 게 떠올라 몸이 움츠러들었다. 대체 누가 바보란 말인가. 이미 세계적인 평론가인데.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되려 진가를 알 수 없는 법이다. 조심해야 한다.
 일본 유수의 형용은 그대로 세계 유수의 실상이니 자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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