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옛날, 타지마노쿠니서 모시는 이즈시의 오오카미노오무스메가 이즈시오토메라는 굉장히 아름다운 여신을 낳았습니다. 수많은 신들은 이 소녀를 아내로 삼으려 다투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시집가는 게 싫어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 신들 중에 가을산의 시타비오토코와 봄산의 카스미오토코란 형제신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형인 가을산의 시타비오토코는 동생인 카스미오토코에게
"나는 저 소녀를 아내로 들이려 이래저래 힘을 써보았어. 하지만 도무지 말을 들어주지 않네. 어때, 너라면 들어줄 거 같아?
하고 물었습니다.
"저라면 금세 듣게 할 수 있지요."
동생신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흥, 그럼 너랑 나 중 누가 먼저 저 소녀를 아내로 들이는지 경쟁해볼까. 만약 내가 지면 이 옷을 벗어 너한테 주마. 그리고 남은 기장만큼 술을 쌓고 바다산의 진미를 마련해 손님을 불러주마."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카스미토코가 재밌다는 양
"좋군요. 대신 만에 하나 제가 진다면 형님 대신에 제가 진미를 마련하지요."
그런 약속을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동생신은 형신과 도박한 사실을 어머니께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래그래. 내가 그 내기서 이기게 해주마."
하고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하룻밤만에 수많은 덩굴로 옷과 하카마, 신발에 양발까지 뜨고 짜고 만들고 덩굴 활이나 화살도 마련해주셨습니다.
동생신은 크게 기뻐하며 어머니가 마련해주신 덩굴 옷이나 신발을 신고서 덩굴 화살과 활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이 나서 들을 넘고 산을 넘어 소녀의 집으로 서둘렀습니다.
그렇게 여신의 집 앞에 이르자 옷부터 신발, 화살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보라색 등나무 꽃이 피어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아름다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동생신은 등나무 꽃이 핀 화살을 소녀의 집 문앞에 걸어두었습니다. 소녀가 나오다 그걸 발견하니 신기하고 아름다워 그만 손을 뻗었습니다. 그때 동생신이 그 뒤로 다가가.
"부디 제 아내가 되어주시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소녀는 깜짝 놀라 자신에게 옷을 덮어 준 방향을 돌아보았습니다. 그곳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꽃 장식을 한 젊은 남신이 숭고한 모습으로 서있었습니다. 소녀는 곧장 남신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이윽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 하나가 태어났습니다.
둘
그후 동생신이 형신에게
"이전에 한 약속처럼 저는 소녀를 아내로 들이고 아이까지 낳았습니다. 그러니 약속한 것처럼 형님의 옷을 벗어주시지요. 그리고 진미도 받아 가겠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형신은 동생신의 행복을 질투하여 자못 뻔뻔하게
"그런 약속은 한 기억이 없는데."
하고 말하며 옷도 주지 않았고 진미도 주지 않았습니다.
동생신은 억울해서 어머니 여신을 찾아 일렀습니다. 그러자 여신이 크게 화가나 형신에게
"너는 왜 거짓말을 하느냐. 신인 주제에 불쾌한 인간이나 할 법한 거짓말을 하느냐."
하고 꾸짖었습니다.
그럼에도 형신은 약속을 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여신은 이즈시가와의 나카노시마에 자란 어린 대나무를 잘라와 거친 바구니를 짰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강의 돌에 소금을 뿌리고 대나무잎으로 싼 걸 넣어서
"형과 같은 거짓말쟁이는 이 대나무잎이 새파래져 이윽고 시드는 것처럼 새파래져 시들어 버려라. 이 소금이 마르 듯이 말라 버려라. 그리고 이 돌이 가라앉듯이 가라앉아 버려라."
그렇게 저주하며 그 바구니를 아궁이 위에 올렸습니다.
그러자 형신은 그 후로 팔 년 동안 마르고 갈라지며 병을 얻어 점점 괴로워졌습니다. 그렇게 쇠약해져 울며불며 어머니 여신께 사죄를 올렸습니다.
그제야 여신도 저주를 거두고 형신은 다시 본래의 튼튼한 몸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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