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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쿠스야마 마사오

충성스러운 개 - 쿠스야마 마사오

by noh0058 202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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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옛날옛날 무츠노쿠니에 사냥꾼 한 명이 있었습니다. 매일 개를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가 멧돼지나 사슴을 쫓아서는 개한테 물게 해 붙잡아 와 그 가죽을 벗기거나 고기를 잘라 팔아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어느 날 사냥꾼은 평소처럼 개를 데리고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그날따라 사냥감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짜증이 나 그만 조심성 없이 사냥감을 찾는 사이에 점점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고 그러는 사이 해가 져버렸습니다.
 이런 산 깊은 곳에 들어간 이상 이제 와서 발걸음을 돌려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도리가 없기에 오늘 밤은 산 안에서 야숙을 하기로 했습니다. 커다란 나무의 움푹 팬 곳에 들어가 개들에게 나무를 모아오게 해 불을 크게 피워 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낮의 피로가 몰려와 사냥꾼도 개도 곧 푹 잠에 들었습니다.

     둘

 밤이 되자 커다란 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냥꾼은 놀라서 잠에서 깼습니다. 희미하게 꺼져 가는 모닥불로 주위를 두르니 가장 똑똑하여 사냥감을 가장 잘 잡는 개가 불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미치광이처럼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사냥꾼은 무슨 일이 일어났지 싶어서 칼을 차고 뛰쳐나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울부짖을 만한 수상쩍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개도 눈을 떠서 같이 멍멍 짖으며 역시나 사냥감을 찾아다녔습니다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머뭇머뭇 꼬리만 흔들며 다가옵니다
 그런 가운데 방금 전 강아지는 여전히 미치광이처럼 짖으며 주인의 소매를 잡아끌거나 등 뒤로 달려드는 등 굉장히 어쩔 줄 몰랐고 끝내는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거칠게 주인을 위협했습니다. 그 모습이 서서히 무서워진 사냥꾼은 꺼림칙함을 느꼈습니다. 검을 뽑아 위협하자 개는 더더욱 미치광이처럼 주위를 돌았고 주인이 휘두른 검 아래로 빠져나가 대뜸 그 가슴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사냥꾼은 놀라서 저도 모르게 개를 내치고는 들어 올린 검으로 개의 목을 자르려 했습니다. 산속에서 심약해져 미치광이가 되었다. 사냥꾼은 그렇게 생각한 걸 테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잘린 개의 목이 대뜸 튀어 오르더니 사냥꾼이 잠들어 있던 머리 위 나뭇가지를 잡았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으으, 으으 하고 신음하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파삭하고 마치 거목이 쓰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 위에서 커다란 게 떨어졌습니다. 사냥꾼은 놀라서 불을 붙여 잘 보자 커다란 뱀 한 마리가 꽈리 튼 채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개의 목은 뱀의 목덜미를 꽉 깨물고 있었습니다. 나무 위에서 살던 뱀이 밤중에 사냥꾼을 깨물려 내려온 걸 똑똑한 개가 발견해 주인을 구해내려 한 것이지요. 그런데 주인은 그걸 알지 못하고 불쌍하게도 죽여버리고 만 것입니다. 하지만 개는 주인을 향한 마음 하나로 목을 날려 뱀을 물어 죽여버렸습니다.
 사냥꾼은 개가 불쌍해져 눈물을 흘리며 죽은 개를 위해 훌륭한 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충성스러운 개의 묘. 모두가 그 묘를 찾아서는 꽃이나 향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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