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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쿠스야마 마사오

들어가기 전에 '파랑새' 역자 서문 - 쿠스야마 마사오

by noh0058 2022.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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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성 높은 '파랑새' 연극을 소년소녀 여러분을 위해 되도록 부드럽고 읽기 쉽게 이야기풍으로 써보았습니다.
 '파랑새' 원작은 육 막 이 경이라는 긴 연극으로 지금으로부터 삼십 년 전 근대 벨기에의 대시인 모리스 마테를링크란 사람이 썼습니다. 이 연극이 온 유럽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우리나라에서까지 이따금 무대에 오르게 되었으니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온 세계의 극장이 이 연극 덕을 봤다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작가인 마테를링크 씨는 그 상으로 노르웨이 정부에게 노벨 평화상이란 걸 받게 되었습니다.
 또 '파랑새'가 나오고 십 년 뒤 '파랑새'의 뒷이야기로 '약혼 또 다른 이름은 파랑새의 선택'이란 이 또한 오 막 십일 경의 연극을 같은 작가가 썼습니다. 저는 이 두 작품을 하나로 이어 1부를 '유년 시절', 2부를 '소년 시절'로 엮었습니다.(이를 쓰면서 마테를링크 씨의 부인 조제트 르블랑 씨가 쓴 '아이를 위한 파랑새', 마테를링크 씨의 모든 작품서 전문 번역가를 맡은 알렉산더 드 마토즈 씨의 '아이를 위한 틸틸' 두 권을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어느 쪽도 틸틸과 미틸 남매의 이야기면서 남자 주인공 틸틸이 전권에서는 열한 살인 유년 시절, 후권에서는 열일곱 살의 소년 시절로 나뉘어 활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랑새'의 줄거리를 이야기해보자면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나무꾼의 아이 틸틸, 미틸이 요녀한테 부탁을 받아 '파랑새'를 찾아 '빛'의 소녀의 이끌림을 받아 '개', '고양이', '빵', 그 외의 수많은 동료들을 데리고 인간의 마음이 느낄 수는 있어도 육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말하자면 영혼의 신비한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하니 개, 원숭이, 꿩을 데리고 금은보화를 찾아 오니가시마에 모험에 나서는 일본의 모모타로 이야기를 평화로운 마음 세계를 탐험하며 아이들이 꿈꾸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해도 될 테지요. 이어지는 '약혼 또 다른 이름은 파랑새의 선택' 이야기 또한 역시나 소년이 된 틸틸이 이번에도 '빛'의 안내를 받아 미래의 아내가 될지 모를 일곱 소녀를 데리고 먼 과거의 선조들이나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의 나라를 찾는, 이 역시나 크리스마스 전날 밤의 이야기로 인간 세상은 자신 한 세대만 아니라 선조부터 자손까지 이어지며 그 소중한 피를 잇는 '어머니'가 될 사람을 자신 혼자의 변덕이나 취향만으로 고른다고 안 된다 이야기하는 셈입니다.
 그럼 '파랑새'라는 건 뭘까요. '파랗다'는 예전부터 인간만이 가진 조용하고 깊은 지혜의 색이라 일컬어졌습니다. 인간은 육체의 눈만으로 세상을 보면 부, 명성, 권력 같은 겉모습에 이끌려 그걸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행복으로 착각하지만 밝은 지혜의 눈으로 보면 정말로 숭고하고 깊은 행복은 사실 자신 가까이에 있으며 볼품없고 싫더라도 남을 부러워하지 않고 얌전히 정직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내는 사람의 집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 그게 작가의 생각인 셈입니다. 그러니 '파랑새'라는 건 그런 마음의 지혜만이 느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매일과 생활의 행복에 형태를 주어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또 하나 이 이야기의 '소년 시절'에도 나오는데 고집불통인 '운명'이란 게 인간의 평생에 휘감겨서는 안 됩니다. 인간 세상은 얼핏 보면 평화롭지만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적이, 이를테면 천재지변이나 병, 죽음, 인간과 인간 또는 인간과 동물이나 식물, 우주의 만물 사이의 전쟁 등 인간을 조금도 조용히 두지 않는 적이 있어서 인간은 끝없이 방심하지 않고 그와 싸워야 합니다. 그런 걸 한 마디로 '운명'이라는 성가신 친구 삼아 시종 데리고 다니는 꼴인데 다행히 인간은 숭고한 마음의 지혜가 있어 그걸로 가슴속이 빛과 기쁨으로 넘쳤을 때 이 음침한 '운명'을 넘어 정신의 자유를 얻고 나라를 위해 집안을 위해 또 자신 스스로를 위해서도 안심하며 훌륭한 행동이나 괴로운 사명에 목숨을 맡길만한 용기를 짜내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눈앞에 굴러다니는 험악하고 불쾌한 욕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누구나 마음을 크고 높게 가져 말하자면 하느님에 가까운 지혜를 쌓아가야 합니다――그렇게 말하면 조금 어려운 듯합니다만 작가는 그러한 걸 이 '파랑새' 두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 자연스럽고 재밌게 알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마테를링크 씨는 서력 천팔백육십이 년 팔 월 생이시니 올해로 벌써 여든 살 노인이십니다. 벨기에 제국에서는 최고의 국민 시인이라 불리며 후작 지위도 받은 분인데 이번 대전으로 나라에서 쫓겨나 외국으로 유랑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년에 그런 지독한 꼴을 보는 게 안타깝다고 동정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 노인은 싱글벙글 웃을 테지요. "무얼, 파랑새는 어딜 가도 창문 아래서 노래하고 있는걸요."하고서.
   쇼와 십육 년 기원절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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