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쿠스야마 마사오

개구리 임금님 - 쿠스야마 마사오 역

by noh0058 2022. 2. 13.
728x90
반응형
SMALL

         하나

 옛날옛날, 누구의 어떤 바람이나 마음대로 이루어졌을 때의 일입니다.
 어떤 곳에 한 임금님이 계셨습니다. 그 임금님에게는 아름다운 공주님이 잔뜩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린 공주님은 정말로 아름다워서 세상 모든 걸 보고 알고 계실 법한 해님마저도 매일 비추어 보다 그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였습니다.
 그런 임금님의 성 근처에 깊은 숲이 하나 잇고 그 숲 안에 오래된 보리수나무 아래에 아름다운 연못이 솟아나 있었습니다. 뜨거운 여름날이면 공주님은 곧잘 그 숲으로 가서 연못 옆에 앉아 쉬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지루해지면 금으로 된 공을 꺼내 그걸 높이 던져서는 손으로 받는 걸 가장 재미난 장난삼아 놀았습니다.
 어느 날, 공주님은 이 숲에 와서 여느 때처럼 좋아하는 공을 던지며 놀았습니다. 그러다 그만 공을 손에서 놓쳐 연못으로 데굴데굴 굴러갔습니다. 공주님은 놀라서 공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공은 물 안에 잠긴 채로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연못은 굉장히 깊어서 아무리 들여다 봐도 밑바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주님은 슬퍼서 울었습니다. 우는 동안 목소리는 점점 커져서 엉엉 울고 있자니 스스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졌습니다.
 공주님이 그렇게 슬피 울고 있자니 어디선가 공주님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공주님, 왜 우시나요. 공주님. 그렇게 우시면 돌도 슬퍼 울겠습니다."
 어라? 그런 생각에 공주님은 목소리의 방향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선 개구리 한 마리가 말랑말랑 부풀어 올라 괴상한 머리를 물 안에서 내민 채 공주님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아, 물속의 미끌미끌 첨벙 씨. 지금 네가 말한 거니?" 공주님은 눈물을 닦으며 물었습니다. "내가 우는 건 금공을 연못 안에 빠트려서 그래."
 "이제 울지 마세요. 제가 도와드리죠."
 "그럼 공을 찾아주는 건가요?"
 "그래, 찾아 드리죠. 그런데 공을 찾아오면 뭘 주시겠나요."
 "귀여운 개구리 씨." 공주님은 말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게. 내가 입고 있는 것도 빛나는 진주도 아름다운 보석도 그리고 금 왕관이라도."
 "아뇨, 저는 그런 걸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저를 어여삐 여겨 저와 친구가 되어 당신의 테이블 옆에 앉혀 주셔 당신의 금접시로 무엇이든 먹고 당신의 작은 잔으로 술을 마시며 밤이 되면 당신의 귀여운 침대 옆에서 잘 수 있다면 저 물 안에서 공을 찾아다 드리죠." 개구리는 말했습니다.
 "그래, 좋아. 좋아. 금공을 가져와주면 네가 말하는 모든 걸 약속해줄게." 공주님은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마음속으론 '개구리 주제에 인간처럼 굴다니 정말 뻔뻔하네. 멍청해서 그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개구리는 약속대로 물 안에 들어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니 금공을 입에 문 채 첨벙 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자, 주워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풀 안에 공을 두었습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그 공을 줍자마자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개구리는 목소리를 높여.
 "잠시만요, 잠시만요."하고 말했습니다. "저도 같이 데려가요. 저는 그렇게 달리지 못해요."
 하지만 개구리가 뒤에서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공주님은 그런 건 들리지 않는지 척척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개구리 따위 깔끔히 잊고 말았습니다.
 개구리는 도리가 없어 힘없이 본래의 연못으로 들어갔습니다.

         둘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공주님이 임금님이나 신하들과 테이블에 앉아 금접시로 밥을 먹고 있자니 밖에서 누군가가 첨벙첨벙 대리석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위까지 올라와 문을 두드리며
 "공주님, 막내 공주님, 부디 이 문을 열어주세요"하고 말했습니다.
 공주님이 일어나 누군가 하는 생각에 문을 열자 어제 만난 개구리가 질척거리게 앉아 있었습니다.
 공주님은 놀라서 문을 쾅 닫고는 모르는 얼굴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걱정입니다. 공주님의 가슴이 뛰는 걸 임금님께서 보시고는
 "공주야, 왜 그리 움찔거리니. 문밖에 오뉴도 오니라도 와서 너를 잡아간다고 했니?"하고 물었습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공주님은 대답했습니다. "오뉴도 오니가 아닌걸요. 근데 꺼림칙한 개구리가 왔어요."
 "그 개구리가 너보고 뭐라고 했길래."
 "그 아빠,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제 제가 숲 연못에서 놀고 있었더니 금공이 물 안에 데굴 떨어지지 뭐예요. 그래서 제가 울고 있자니 개구리가 와서 공을 주워와줬어요. 그리고는 개구리가 끈질기게 부탁하니까 그럼 친구가 되어주겠다 개구리와 약속했죠. 설마 개구리가 물 안에서 기어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으니까요. 그 개구리가 저렇게 찾아와 안에 들여 달라지 뭐예요."
 그때 또 복도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더니 큰 목소리로 부릅니다

막내 공주님
부디 열어주세요.
차가운 연못 옆에서
어제 약속한 일을
공주님께선 기억하실 테죠.
막내 공주님
부디 열어주세요.


 그러자 왕은 말했습니다.
 "그건 네 잘못이구나. 한 번 약속한 일은 지켜야지. 저 어서 가서 문을 열어주거라."
 공주님은 마지못해 일어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자 개구리가 껑충 뛰어 들어와 공주님의 뒤를 따라 깡총깡총 의자 옆까지 왔습니다.
 개구리는 그곳에 앉아 위를 보면서
 "저를 그 의자 위로 올려주세요"하고 말했습니다. 공주님이 머뭇거리고 있자 또 아버지가 개구리가 원하는 대로 해주라 말했습니다.
 공주님은 어쩔 수 없이 개구리를 의자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개구리가 또 말했습니다.
 "저를 테이블 위로 올려주세요."
 공주님이 개구리를 테이블 위에 얹어주자 이번에는
 "자, 그 금접시를 제 앞으로 놔주세요. 그럼 둘이 같이 먹을 수 있으니까요"하고 말했습니다.
 공주님은 개구리 말을 따랐습니다. 정말로 개구리가 맛있다는 양 혀를 날름 거리자 옆에서 먹는 공주님은 한 입 한 입이 목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개구리는 양껏 먹고는 배를 앞에 내밀고서
 "아아, 배불러 잠이 오네요. 공주님 자, 저를 공주님의 방으로 데려다주시죠. 귀여운 당신의 침낭 안에서 푹 자고 싶군요."
 공주님은 더는 참을 수 없어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정말로 미끌미끌 질척질척 만지는 것도 꺼림칙한 개구리가 공주님의 깔끔한 침대 안에서 자고 싶다고 하니 공주님이 슬퍼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자 또 임금님이
 "울 일이더냐. 누구라도 곤란할 때 도와준 사람한테 나중에 모른 척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하고 말했습니다.
 공주님은 정말로 꺼림칙하다는 양 손가락 끝으로 살짝 개구리를 들어 올리고 방까지 가서는 구석에 가만히 두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침대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개구리는 금세 다가와서
 "아아, 힘들어라 힘들어. 어서 마음 편히 자고 싶은걸. 자, 저를 그곳에 올려주세요. 안 그러면 아버지께 이르겠어요"하고 말했습니다.
 이제 공주님은 화가 제대로 났습니다. 때문에 대뜸 개구리를 들어서 있는 힘껏 벽에 던졌습니다.
 "자, 이제 푹 자지 그래. 정말 짜증 나는 개구리야."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개구리는 바닥에 구른 순간 더는 개구리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상냥한 눈을 가진 왕자님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자, 이 왕자는 공주님의 아버지 뜻을 따라 공주님과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왕자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나쁜 마녀에게 저주받아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는데 그런 왕자님을 연못에서 구해줘 본래의 인간 모습으로 돌려준 게 이 공주님뿐이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내일 곧장 둘이 함께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다고 말했습니다.

         셋

 그렇게 둘은 푹 쉬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해님이 두 사람을 깨울 적 여덟 마리의 백마가 끄는 마차가 들어왔습니다. 어느 말이나 머리에 하얀 타조 깃털을 꽂고 금색 사슬을 끌고 있었습니다. 마차 뒤에선 젊은 임금님의 신하가 서있었습니다. 충성스러운 하인리히였습니다.
 충성스러운 하인리히는 철로 된 줄 세 개로 가슴을 둘러매고 있었습니다. 이는 주군을 개구리로 만든 게 너무나 슬퍼 당장이라도 가슴이 찢어질 거 같았기에 줄로 붙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중한 임금님이 본래의 모습을 돌아왔다기에 오늘은 곧장 여덟 마리가 끄는 마차로 마중을 왔습니다. 충성스러운 하인리히는 둘을 마차 안에 태우고 자신 또한 마차 뒤에 서서 주군이 다시 세상에 나온 사실에 몸이 움찔거릴 정도로 기뻤습니다.
 마차가 조금 달렸을 참입니다. 임금님의 귀 뒤에서 콰직콰직 무언가가 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젊은 임금님은 그때 뒤를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하인리히, 마차가 부서지고 있구나."
 "아뇨아뇨, 폐하.
이건 마차 소리가 아닙니다.
가슴에 두른 철사 소리입니다.
폐하를 개구리로 만들어
연못에서 우는 통에
터질 거 같았던 이 가슴에
이 가슴에 둘렀던 철사 소리입니다."


 그럼에도 콰직콰직 또 무언가가 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젊은 임금님은 그때마다 마차가 부서지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역시 주군이 인간으로 돌아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되어 하인리히의 가슴이 펼쳐져 그 철사가 튀는 소리였습니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