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쿠스야마 마사오

룸펠슈틸츠헨(RUMPELSTILZCHEN) - 쿠스야마 마사오 역

by noh0058 2022. 2. 5.
728x90
반응형
SMALL

 옛날 어떤 곳에 밀가루 장수가 있었습니다. 물레 방아로 밀가루를 만들어 파는 장사를 하며 어렵게 생활하였는데 그곳에는 아름다운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연찮게 이 밀가루 장수가 왕과 마주하고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위세를 갖추기 위해 밀가루 장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게 딸이 하나 있는데 밀을 엮어서 금으로 만듭니다."
 임금님은 밀가루 장수의 이야기를 듣고
 "허허, 그거 참 신기한 일이로구나. 네 딸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제법 재밌을 거야. 그럼 내일 바로 성으로 오거라. 내가 한 번 확인해보마"하고 말했습니다.
 딸이 도리 없이 임금님을 찾으니 임금님은 곧장 딸을 밀이 잔뜩 쌓인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물레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하거라 오늘 밤부터 내일 아침 밝을 때까지 이 밀로 금을 짜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없는 줄 알아라."
 임금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방문을 잠갔습니다. 딸은 혼자 남았습니다.
 딸은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어쩌면 좋을지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밀로 금을 짜다니 그런 건 알 도리도 없습니다. 점점 걱정이 되고 기어코 참을 수 없어져 딸은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불쑥 문이 열렸습니다. 콩알처럼 작은 남자가 하나 들어오더니 이렇게 말한 것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밀가루 파는 아가씨. 왜 그렇게 슬프게 우시는 건가요?"
 "밀로 금을 엮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딸은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난쟁이가 말했습니다.
 "내가 대신 그걸 엮어주면 뭘 주실 건가요?"
 "이 목걸이를 줄게." 딸은 말했습니다.
 난쟁이는 목걸이를 받고는 물레 앞에 앉았습니다. 덜컥덜컥, 덜컥덜컥. 세 번 돌리자 물레가 금으로 된 실로 가득해졌습니다. 난쟁이는 다시 밀을 얹고는 덜컥덜컥, 덜컥덜컥, 덜컥덜컥 세 번 돌리자 두 번째 실뭉치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반복하는 사이 낮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밀들은 남김 없이 금으로 된 실이 되었습니다.
 해가 뜨자 임금님이 곧장 찾아와 방을 한가득 채운 금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자 괜히 금이 더 갖고 싶어졌습니다.
 임금님은 딸을 다시 다른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역시나 밀로 가득하고 심지어 훨씬 큰 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또 목숨이 아까우면 하룻밤에 이걸 전부 금으로 된 실로 만들라 말했습니다.
 딸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울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도 역시 문이 열리고 난쟁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밀로 금을 엮으면 뭘 주실 건가요?"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반지를 줄게." 딸은 대답했습니다.
 난쟁이는 반지를 받고는 다시 물레를 빙글빙글,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침까지 밀을 남김없이 반짝이는 금으로 된 실로 만들었습니다.
 임금님은 얇게 쌓인 금더미를 보고 히죽히죽 웃으면서도 미처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밀이 가득 쌓인 더 큰 방에 딸을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자, 밤중에 이걸 마무리하거라. 대신 잘 해내면 내 왕비로 삼아주마"하고 말했습니다.
 "그래, 설령 밀가루 장수 따위의 딸이라도 전 세계에 이만한 금부자 아내는 없을 테니 말이야." 왕은 그렇게 생각한 것입니다.
 자, 딸이 혼자 멍하니 서있으니 역시나 난쟁이가 다시 찾아와 물었습니다.
 "자, 이번에도 제가 금을 엮으면 뭘 주실 건가요."
 "나는 이제 줄 게 없어." 딸은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임금님의 왕비가 되어 가장 먼저 낳는 아이를 제게 주시겠다 약속해주시는 겁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게 뭐야.' 딸은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궁지에 몰린 지경에 달리 도리도 없습니다. 때문에 딸은 난쟁이가 바라는 대로 약속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난쟁이는 다시 한 번 금을 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왕이 찾아와 주문한 대로 이루어진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임금님은 딸과 혼례식을 치르었고 밀가루 장수의 예쁜 딸은 왕비가 되었습니다.
 일 년이 지나 왕비는 아름다운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난쟁이 따위는 잊은지 오래였습니다. 그러자 난쟁이가 슬쩍 방안으로 들어와
 "약속하신 걸 받으러 왔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왕비는 놀랐습니다. 아이를 주지 않는 대신 이 나라의 온 재보를 줄게. 그렇게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난쟁이는
 "아뇨, 살아 있는 게 온 세상의 보물보다 좋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왕비는 울먹울먹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훌쩍훌쩍 코를 울었습니다. 그러자 난쟁이도 조금 안타까워졌습니다.
 "그럼 삼 일을 드리지요." 난쟁이는 말했습니다. "만약 그전까지 제 이름이 뭔지 알아내시면 아이는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왕비는 하룻밤을 꼬박 생각에 잠겨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이름을 떠올려 이건가 저건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따로 하인을 불러온 나라를 걷게 하여 이 세상에 대체 어떤 이름이 어느 정도 있는지, 아무리 먼 거리도 아랑곳 않고 최대한 걷게 해 묻고 다니게 했습니다.
 그 다음 날, 난쟁이가 찾아왔습니다. 왕비는 카스팔이니 멜히올이니 바르쉘이니 떠오르는 이름부터 시작해 밖에서 알아 온 모든 이름을 전부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름도 말할 때마다
 "그런 이름 아닙니다"하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둘째날, 왕비는 신하를 불러 이번에는 가까운 곳을 걷게 하며 세상이 어떤 이름을 붙이는지 묻고 다니게 했습니다. 그리고 난쟁이가 다시 나타나자 되도록 익숙하지 않고 되도록 이상한 이름을 골라 말했습니다.
 "아마 릿펜비스트일 거야. 아니면 하멜스워드이려나. 아니면 슈닐바인?"
 하지만 난쟁이는 여전히
 "그런 이름 아닙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하인이 돌아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다 새로운 이름은 듣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높은 산 아래, 숲 외각을 걷고 있을 때였죠. 그때 마침 여우와 토끼가 잘 가, 잘 자, 하고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문득 그 주변서 자그마한 집 한 채를 찾았습니다. 그 집 앞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불 주위에 황당하고 우스운 차림의 난쟁이가 심지어 발을 하나만 든 채 콩콩 뛰며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를.

오늘은 빵을 굽고 내일은 술을 만들자.
하룻밤만 지나면 왕비의 딸이 오는구나.
이거 참 축하할 일이구나. 아무도 모르는 거야.
내 이름은
룸펠슈틸츠헨.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인의 이야기서 난쟁이의 이름을 들었을 때 왕비는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자, 마침 그때 그 난쟁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자, 왕비님. 어떠신가요. 제 이름은 아셨나요?"하고 물었습니다.
 왕비는 일단 일부러.
 "쿤시?"
 "아니에요."
 "그럼 하인시."
 "아니고요."
 "그럼 아마 네 이름은 룸펠슈틸츠헨."
 "악마가 말해준 거야. 악마가 말해준 거야." 난쟁이는 그렇게 소리쳤습니다. 그리고 성이 풀리지 않아 오른다리로 바닥을 뻥 걷어차자 몸이 묻힐 정도로 깊은 구멍이 생겼습니다. 그러고도 화가 나서 양손으로 두 다리를 붙들고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둘로 쪼개버렸습니다.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