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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소세키33

소설의 희곡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글장사에 관한 법률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이를테면 어떤 잡지사에 약 몇 장의 단편을 하나 건네 약 몇 엔을 받았다 치자. 그때 그 돈은 소설만 판 돈인가 혹은 소설이 쓰인 약 몇 장의 원고용지가 팔린 돈인가. 법률은 무엇 하나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게 우리의 원고라면 모를까 나츠메 선생님의 원고쯤 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가장 곤란한 건 어떤 종류의 저작권 침해이다. 이를 테면 얼마 전 키쿠치 칸은 소설 "기민진베이"를 세 막의 희곡으로 고쳐 썼다. 그런 걸 키쿠치 본인이 하지 않고 내가 희곡으로 고쳐 썼다고 치자. 그 경우 나는 의리 상, 혹은 관습 상 일단 키쿠치의 허가를 받은 후 희곡으로 바꿔 쓸 게 분명하다. 그뿐 아니라 그 원고료 내지는 상영료의 .. 2021. 5. 13.
장례식의 기록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멀리서 전화를 걸고 주름진 프록코트의 소매를 신경 쓰며 현관으로 오니 아무도 없었다. 손님방을 들여다보니 아내분이 누구인지 검은 몬츠키를 입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과 서재의 경계에는 아까까지 관의 뒤에 세워져 있던 하얀 병풍이 세워져 있다. 어찌 된 건가 싶어 서재 쪽으로 가보니 입구에 와츠지 씨와 두세 명 가량이 멈춰 서있었다. 안에도 물론 많은 사람이 있었다. 마침 다들 선생님의 얼굴에 마지막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나는 오카다 군의 뒤를 따라 내 순서가 오는 걸 기다렸다. 이미 밝아진 유리창문 바깥에는 서리 방지용 밀짚을 씌운 파초가 가장 빠르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올라와 있었다――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이윽고 사람이 줄어 서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2021. 5. 9.
부장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명사와 집 나츠메 선생님의 집이 팔린다고 들었다. 그런 커다란 집은 보존하는 게 쉽지 않다. 서재는 그리 크지 않으니 집에서 떼어내 보존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어찌 되었든 상당한 사람인 만큼 작은 집이나 혹은 외각에서 사는 편이 나중에 보존할 때에 형편이 좋다. 모자를 뒤쫓는다 길을 걷고 있으면 불쑥 바람이 불어 모자가 날아간다. 내 주위 모든 걸 의식하며 모자를 쫓는다. 그러니 좀처럼 모자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른 한 사람은 모자가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모자만 생각하며 그 뒤를 쫓는다. 자전거에 부딪힌다. 자동차에 치인다. 짐마차의 수레꾼한테 한 소리를 듣는다――그러는 동안 모자는 바람 방향을 따라 갈려간다. 그런 사람은 의외로 보자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인생은 결국 뜻대.. 2021. 4. 14.
내 주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책상 나는 학교를 나온 해 가을 "참마죽"이란 단편을 신소설에 발표했다. 원고료는 한 장에 40전이었다. 당시에도 그것만으로 입고 먹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때문에 나는 다른 벌이를 찾아 같은 해 12월에 해군 기관 학교의 교관이 되었다. 나츠메 선생님이 작고하신 건 그해 12월 9일이었다. 나는 한 달에 60엔의 월급을 받으며 낮에는 영문일역을 가르치고 밤에는 부지런히 일을 했다. 그로부터 일 년 가량 지난 후, 내 월급은 백 엔이 되었고, 원고료 또한 한 장에 2엔 전후가 되었다. 나는 그런 두 수입이 있으면 어떻게든 집안을 꾸려 갈 수 있겠지 싶어, 전부터 결혼을 약속한 친구의 사촌과 결혼했다. 내 낡은 자단 책상은 그때 나츠메 선생님의 사모님께 축하 선물로 받은 것이다. 책상은 가로로 세 척,.. 2021. 4. 9.
소세키 공방의 겨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어린 W군과 옛친구 M에게 안내를 받으며 오랜만에 선생님의 서재를 찾았다. 서재를 다시 세운 이후로 볕이 잘 들지 않게 되었다. 또 중국에서 사온 다섯 학이 그려진 융단도 어느 틈엔가 색이 바래버렸다. 또 본래 경사로 된 당지가 놓여 있던 토코노마는 선생님의 사진이 놓인 불단으로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다를 바가 없다. 서양 서적이 놓인 서재가 있다. '무현금' 액자가 있다. 선생님이 매일 원고를 쓰시던 작은 자단 책상도 있다. 벽돌 난로도 있다. 병풍도 있다. 엔가와 쪽에는 파초도 있다. 파초의 잎 뒤에선 커다란 꽃마저 썩어 있엇다. 동으로 된 도장도 있다. 세토의 각로도 있다. 천장에는 쥐가 갉아먹은 구멍도……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천장은 안 바꾼.. 2021. 3. 29.
소세키 공방의 가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밤의 추위가 매섭게 스며드는 오르막 거리를 오르자 낡은 판잣집 문 앞에 이른다. 문에는 전등이 들어 와 있지만 기둥에 걸린 명패는 거의 존재 여부조차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문을 넘자 모래와 돌이 깔린 길이 나온다. 또 그 돌과 모래 위에는 정원수의 낙엽이 난잡하게 떨어져 있다. 모래와 낙옆을 밟고 현관으로 향하니 역시나 낡은 격자문 이외에는 벽이라고 할 게 못 됐다. 하나 같이 덩굴에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안내를 구하려면 먼저 마른 덩굴 잎을 치우며 벨 버튼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게 겨우 벨을 누르면 불이 들어와 있는 문이 열리고 머리를 묶은 여종 하나가 바로 격자문의 잠금쇠를 풀어준다. 현관 동쪽으로는 복도가 있고 그 복도 난간 밖에는 겨울을 모르는 목적색이 정원을 한 가득 메우고 있다. 그러.. 2021.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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