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W군과 옛친구 M에게 안내를 받으며 오랜만에 선생님의 서재를 찾았다.
서재를 다시 세운 이후로 볕이 잘 들지 않게 되었다. 또 중국에서 사온 다섯 학이 그려진 융단도 어느 틈엔가 색이 바래버렸다. 또 본래 경사로 된 당지가 놓여 있던 토코노마는 선생님의 사진이 놓인 불단으로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다를 바가 없다. 서양 서적이 놓인 서재가 있다. '무현금' 액자가 있다. 선생님이 매일 원고를 쓰시던 작은 자단 책상도 있다. 벽돌 난로도 있다. 병풍도 있다. 엔가와 쪽에는 파초도 있다. 파초의 잎 뒤에선 커다란 꽃마저 썩어 있엇다. 동으로 된 도장도 있다. 세토의 각로도 있다. 천장에는 쥐가 갉아먹은 구멍도……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혼잣말로 이렇게 말했다.
"천장은 안 바꾼 거야?"
"바꾸긴 했는데 말야, 쥐한테는 이길 수 없더군."
M은 기운 좋게 웃었다.
11월의 어느 밤이었다. 이 서재에 손님이 셋 있었다. 한 명은 O군이었다. O군은 와타누키 효이치로라는 필명을 쓰는 대학생이엇다. 다른 둘도 대학생이었다. 단지 두 사람은 O군이 그날 밤에 선생님께 소개한 것이었다. 한 사람은 하카마를, 또 한 사람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 세 손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제껏 평생에 세 번밖에 만세를 외친 적이 없다. 처음은……두 번째는……세 번째는……" 교복을 입은 대학생은 무릎 근처가 시려 한사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게 당시의 나였다. 다른 대학생――하카마를 입고 있던 게 K였다. K는 어떤 사건 때문에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로 오지 않게 되었다. 동시에 옛친구인 M하고도 절교하게 되었다. 이건 세간도 잘 아는 이야기다.
또 10월의 어느 밤이었다. 나는 홀로 이 서재에서 선생님과 마주 앉아 있었다. 화제는 내 상황이었다. 글자를 팔아 벌어 먹는 건 좋다. 그러나 파는 쪽은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 걸 일일이 주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먹고 살기 위한 거라면 모를까, 작품을 남발하는 건 피해야 한다. 선생님은 그런 이야기를 한 후, "자네는 아직 젊으니 그런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 테지. 이건 내가 자네 입장이 되어 하는 말이야."하고 말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본 선생님의 웃음을 기억하고 있다. 아니, 어두운 복도에 놓인 파초의 살랑임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훈계에 충실히 살고 있다 단언할 자신은 없었다.
또 12월의 어느 밤이다. 나는 역시 이 서재에서 벽돌 난로의 불을 지키고 있었다. 나와 같이 앉은 건 선생님의 사모님과 M이었다. 선생님은 이미 작고하셨다. M과 나는 사모님께 선생님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선생님은 저 작은 책상에서 원고용 펜을 움직이며 바닥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에 고민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교토 근방에 사는 사람의 집과 비교해보게나. 천장은 구멍투성이지만 내 서재는 큼직하니 말이야." 구멍은 지금도 뚫려 있다. 선생님이 타계하셔 7년이 된 지금도……
그때 젊은 W군의 말이 나를 추억에서
"일본책은 벌레 먹지 않을까요?"
"먹지요. 그 녀석들에게도 약하니까요."
M은 높은 선반 앞에 W군을 안내했다.
× × ×
30분 후, 나는 먼지 섞인 바람을 받으며 W군과 거리를 걸었다.
"겨울이면 서재가 꽤 쌀쌀하겠어요."
W군은 두터운 지팡이를 휘두르며 내게 그렇게 말했다. 동시에 나는 마음속에 그곳을 떠올렸다. 적막이 흐르는 선생님의 서재를.
"쌀쌀하겠지."
나는 무어라 흥분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몇 분의 침묵 후, W군은 다시 말을 걸었다.
"그 스에츠구 헤이조 말인데요, 이국어주인장을 조사해보면 케이초 9년 8월 26일에 또 주인을 받았는데요……"
나는 묵묵히 걸었다. 정면으로 부는 먼지바람 속에서 W군의 경박함을 미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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