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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쿠게누마 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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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쿠게누마의 숙소 2층에 누워 있었다. 또 머리맡에는 아내와 큰어머니가 앉아 정원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오늘은 비가 내릴 거야"하고 말했다. 아내와 큰어머니를 믿어주지 않았다. 특히 아내는 "이런 날씨에요?"하고 말했다. 하지만 2분도 지나지 않아 보기 드문 큰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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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인기척 없는 소나무 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내 앞에는 하얀 개가 한 마리. 꼬리를 흔들며 걸었다. 나는 그 개의 불알을 보고 옅은 붉은색에 쌀쌀함을 느꼈다. 길모퉁이가 나오자 개가 불쑥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분명히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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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거리의 모래 속에 비개구리 한 마리가 있는 걸 발견했다. 그때 저 녀석은 자동차가 오면 어쩔 셈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은 자동차는 한 대도 없는 골목길이었다. 하지만 나는 불안해져 지팡이를 써 길가에 무성한 풀 안으로 개구리를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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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바람 방향을 따라 일제로 굽어진 소나무 안에서 하얀 양옥집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러자 양옥관도 일그러졌다. 나는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봐도 양옥관은 역시 일그러져 있었다. 꺼림칙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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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욕탕에 들어갔다. 오후 열한 시의 일이었다. 욕탕 안에서는 청년 하나가 타올도 쓰지 않고 얼굴을 씻고 있었다. 털을 뽑은 닭처럼 마르고 여윈 청년이었다. 나는 불쑥 불쾌해져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방안에 복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내가 놀라서 허리띠를 풀어보니 역시 내 것이었다.(이상 숙소에 있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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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꿈을 꾸는 동안에는 평소의 나이다. 어제(7월 19일)은 사사키 모사쿠 군과 마차에 타 걸으며 밀짚모자를 쓴 마부에게 베이징의 물가 따위를 물었다. 하지만 잠에서 깨면 20분도 되지 않아 곧 우울해지고 만다. 단지 회색 천막의 찢어진 틈으로 밝은 경치를 보면 서서히 평소처럼 돌아온다. 아무래도 나는 머리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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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역시 산책하는 사이에 하얀 수영복을 입은 아이와 만났다. 아이는 작은 대나무 가죽을 토끼처럼 귀에 차고 있었다. 나는 대여섯 걸음 떨어져 그 날카로운 대나무 가죽의 끝자락이 묘하게 무섭게 느껴졌다. 그 공포는 아이와 엇갈린 후로도 잠시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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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멍하니 담배를 피우며 불쾌한 생각만을 했다. 내 앞의 안방에는 여기에 와서 고용한 여종 하나가 내게 등을 돌린 채 기저귀를 접고 있었다. 나는 불쑥 "그 기저귀에는 모충이 붙어 있는데."하고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러자 여종은 얼빠진 목소리로 "어머, 정말이네."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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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버터캔을 열며 카루이자와의 여름을 떠올렸다. 그 박자에 목이 움찔했다. 놀라서 돌아보니 카루이자와에 잔뜩 있는 말파리 한 마리가 날고 있었다. 그것도 이 근처의 말파리가 아니다. 마침 카루이자와의 말파리 같은 녹색 눈을 가진 말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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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요즘처럼 하늘이 어둡고 바람이 강한 날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주위 풍경은 적의를 가진 채로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그런 주제에 전에 두려웠던 개나 번개는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그제(7월 18일)도 두세 마리의 개가 소리치는 가운데를 걸었다. 하지만 소나무 사이에서 바람이 불면 낮에도 머리까지 이불을 덮거나 아내가 있는 안방으로 피난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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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홀로 산책하는 사이에 치과 의사의 팻말이 붙은 집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삼일 지나 아내와 그곳을 지나자 그런 집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분명 있었는데"하고 말하고, 아내는 "분명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장모님께 여쭈어보았다. 그러자 역시나 "있었다"하고 답했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분명히 있었던 것만 같았다. 그 팻말은 齒자를 정자로 적고, 의사를 가나로 적은 보기 드문 광경을 하고 있었으니 잘못 볼 리가 없다.(이상 집을 빌린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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