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여름 오후, 나는 타니자키 씨와 칸다 외출을 나섰다. 타니자키 씨는 그 날도 검은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장대한 옷깃 장식에 상징적인 로맨티시즘을 느꼈다. 물론 이건 나뿐만이 아니다. 길거리 사람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와 같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엇갈리면서도 다들 뚫어져라 타니자키 씨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타니자키 씨는 도무지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건 자네를 보는 거지. 미치유키 1같은 걸 입으니까."
나는 마침 여름용 외투를 대신해 아버지의 미치유키를 빌려 입고 있었다. 하지만 미치유키는 다도 스승도 보다지의 스님도 입는다. 대중의 눈을 끈 건 분명 한 송이 장미꽃을 닮은 비범한 넥타이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타니자키 씨는 나처럼 로직을 존중하지 않는 시인이기에, 나 또한 구태여 이 진리를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사이, 우리는 우라신보쵸에 위치한 한 카페를 찾았다. 마침 목이 말랐기에 탄산수나 음료수를 마시러 들어간 것이다. 나는 음료수를 주문한 후에도 타니자키 씨의 목가에서 활활 불타는 로맨티시즘의 봉화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얀 가루가 묻은 여급 하나가 양손에 컵을 든 채로 우리 테이블에 다가왔다. 컵은 진리처럼 투명한 물에 약한 거품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급은 그 잔을 하나씩 우리 앞에 놓았다. 그러고는――나는 아직도 그 여급의 말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여급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양 테이블에 한 손을 둔 채로 타니자키 씨의 가슴을 들여다 보았다.
"어머, 멋진 넥타이를 하고 계시네요."
십 분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50전의 팁을 주려 했다. 타니자키 씨는 여러 도쿄인처럼 괜한 팁을 주는 것에 경멸을 느끼는 한 사람이었다. 이때도 물론 50전의 팁은 타니자키 씨의 냉소를 피할 수 없었다.
"봉사도 안 받아놓고 무슨 봉사료를 줘?"
나는 선배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주름투성이 지폐를 여급에게 건넸다. 여급은 단지 우리에게 탄산수를 옮겨준 것만이 아니다. 실은 나를 위해 붉은 넥타이에 관한 진리를 천하에 드러내준 셈이다. 나는 아직도 이때의 50전만큼 성의가 담긴 팁을 준 적이 없다.
- 추운 계절에 방한과 동시에 먼지 막이용으로 상의로 걸쳐 입는 것이 미치유키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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