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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소세키33

한산과 습득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오랜만에 소세키 선생님댁을 찾았다. 선생님은 서재 한가운데 앉은 채로 팔짱을 끼고 무언가 생각에 잠겨 계셨다. "선생님, 무슨 생각하세요?"하고 물으니 "지금 고코쿠지의 삼문에서 운케이가 인왕을 새기는 걸 보고 온 참이야"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세상에 운케이 같은 건 아무래도 좋지 싶어서 내키지 않아 하는 선생님을 붙들고 톨스토이니 도스토옙스키 같은 이름이 들어간 어려운 의논을 조금 나누었다. 그리고 선생님댁을 뒤로하여 에도가와 종점에서 전철을 탔다. 전철은 지독히 복잡했다. 하지만 겨우 구석 손잡이를 붙들고 품에 넣어둔 영역판 러시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노동자가 어쩐 일로 미치광이가 되어 다이너마이트를 던지고 끝내는 그 여자마저 어떻게 했다. 어찌 되었든 만.. 2021. 7. 11.
모리 선생님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여름밤, 아직 문과대학 학생이었던 친구 산구 마코토 군과 칸쵸로를 찾은 적이 있다. 모리 선생님은 하얀 셔츠에 하얀 병사용 하카마를 하고 계셨던 걸로 기억한다. 무릎 위에 작은 자제분을 앉히시고 프랑스 소설이나 중국 희곡 등을 이야기하셨다. 이야기하는 도중, 서상기와 비파기를 실수하셨기에 선생님도 이따금 실수하신단 걸 알고 되려 친근함을 느낀 적이 있다. 방은 네즈 주변이 잘 보이는 2층, 나가이 카후 씨의 히요리 게타에 기재된 것과 같은 방이지 싶다. 그 시절의 선생님은 얼굴을 까맣게 태우셔서 참 군인처럼 느껴졌지만 근엄이나 딱딱함은 느끼지 못했다. 영웅 숭배로 가득 찬 우리에게는 쾌활한 선생님으로만 보였다. 또 나츠메 선생님의 장례식 때, 아오야마 장례식장 천막서 조문객을 받은 적이 있는데 늦가.. 2021. 7. 8.
이이다 다코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목요일 밤. 소세키 선생님께 놀러 가니 모종의 박자로 아카기 코헤이가 한참을 이이다 다코츠를 칭찬했다. 당시의 나는 17자를 늘어놓은 적이 없는 인간이었다. 물론 이이다 다코츠의 이름도 알지 못 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사람을 알지 못하는 것도 걸려 그 이이다 다코츠란 사람의 구를 두세 개 들어 보았다. 아카기는 곧장 묘한 구만 외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아카기처럼 대단하다 여기지 못 했다. 또 정직하게 "별로네"하고 말했다. 그러자 화가 난 아카기는 "네가 하이쿠를 알겠냐"며 나를 혼냈다. 마침 그 전후로 "호토토기스"를 들여다보았더니 쿄시 선생님께서도 다코츠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구도 몇 개인가 발췌되어 있었다. 내 평가는 여전히 네거티브했다. 특히 아내의 히스테리를 소재로 삼은 구가 마음.. 2021. 6. 10.
마사오카 시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키타하라 씨. "알스 신문에" 시키의 이야기를 쓰라고 하신 말씀 분명히 읽었습니다. 시키라면 말씀하시지 않아도 쓰고 싶지만 이번에는 다른 볼일이 많아 도무지 쓰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쓰라고 하신다면 시키에 관한 나츠메 선생님이나 오오츠카 선생님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시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급조한 시키론보다도 더 흥미로울 테니까요. × "먹물 한 방울"인지 "병상 육 척"인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키는 둘 중 하나서 나츠메 선생님과 산책했더니 선생님이 벼를 몰라 놀랐다는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이 벼 이야기를 나츠메 선생님께 해본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벼를 왜 모르겠어"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시키가 거짓말을 쓴 거냐 반문하니 "그것도 .. 2021. 5. 31.
타키타 테츠타로 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타키타 군과 처음 만난 건 나츠메 선생님의 집이었으리라. 하지만 아쉽게도 당시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 하고 있다. 타키타 군이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온 건 내가 대학을 나온 해 가을――내가 처음으로 "츄오코론"에 "한케치"라는 소설을 썼을 때이다. 타키타 군은 소설을 보고 내게 "조금 냉소적이군요"하고 말했다. 그로부터 타키타 군은 두세 달 간격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 어느 해 봄, 나는 원고가 써지지 않아 적잖이 고심하고 있었다. 그때 타키타 군은 나를 위하 타네자키 준이치로 군의 원고를 보여주어(그건 정말로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원고였다.) 나를 크게 격려해주었다. 나는 그 덕에 용기를 얻어 어떻게든 완성해낼 수 있었다. 내가 타키타 군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항상 연말에 열리는.. 2021. 5. 30.
나츠메 선생님과 타키타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내가 대학 생활을 막 마쳤을 즘, 쿠메 마사오 군과 이치노미야에 갔을 때였습니다. 나츠메 선생님이 편지로 "매주 목요일에 편식 없는 사람이 찾아와 아무 글자나 받아 간다"는 말을 전해 달라길래, 그 편지를 타키타 씨께 보여드렸습니다. 그러자 이건 너무하다며 나츠메 선생님께 따져 물으니 선생님께서 사과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나츠메 선생님의 면회일은 목요일이었습니다. 저희가 낮에 놀러 가면 타키타 씨는 밤에 가서 옥판선지에 여러 글자를 적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나츠메 선생님의 글자를 꽤나 가지고 계셨지요. 글귀나 그림, 골동품을 사는데 열심이라고 타키타 씨는 직접 말씀하셨는데, 듣자 하니 살 생각도 없이 니혼바시의 나카도리를 어슬렁거리던 때에 하니와 같은 걸 발견해 한 시간도 되지 .. 2021.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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