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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110

단단한 재능과 부드러운 재능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사사키 군은 단단한 재능을, 코지마 군은 부드러운 재능을 지녔습니다. 어찌 되었든 어느 쪽도 재능을 지닌 셈이지요. 저는 언젠가 사사키 군과 걷다 사사키 군이 자신과 부딪힌 남자에게 매섭게 따지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당시의 기세는 몽고왕의 자손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코지마 군도 도쿄 사람이니 화를 내는 건 탁월합니다. 하지만 코지마 군이 싸우는 모습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또 어느 쪽도 공부에 열심입니다. 사사키 군이 2, 3일 전에 제게 왔는데 그 동안에도 아무개 피란델로의 연국이나 사라 베르나르의 이야기 따위를 하여 저를 크게 계발시켜주었습니다. 코지마 군도 동서를 가리지 않는 독서가입니다. 이게 코지마 군이 소설가가 아니라 동화작가일 수 있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 2021. 3. 19.
시루코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쿠보 만타로 군이 '시루코(팥죽)'에 관해 적은 걸 보고 나 또한 '시루코'에 관한 걸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지진 이후로 도쿄는 우메조노나 마츠무라 이외에는 '시루코'집 다운 '시루코'집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어디서나 카페 천지다. 우리는 더 이상 히로코우지의 '토키와'에서 그릇에 넘치기 직전까지 담긴 '오키나'를 맛볼 수 없다. 이건 우리처럼 술 마시지 못 하는 사람에게는 적잖은 손실이다. 그뿐 아니라 우리 도쿄에게도 적지않은 손실이다. 차라리 '토키와'의 '시루코'에 필적할 정도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라도 있다면 우리는 그나마 행복하리라. 하지만 그런 커피를 마시는 건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나는 그 때문에라도 '시루코' 가게가 없는 걸 한심한 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시루코'.. 2021. 3. 18.
재능이란 다르지 않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볼테르는 어릴 적에 신동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열 살에 신동, 열다섯에 천재, 스물을 지나면 일반인. 그런 일도 있으니 어릴 적에 똑똑하다고 어른이 되었을 때 바보가 아니란 보장도 없지. 그러니 신동 소리도 생각해 보기 나름이야."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볼테르가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저씨는 어릴 적에 꽤나 똑똑하셨겠어요."하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와 동일한 이야기는 중국에도 있다. 북해의 공융 역시 신동이었다. 그런데 대중대부 진위란 사람이 역시, "어릴 적에 영특해도 어른이 되면 바보가 되기도 하지." 하고 말한 걸 공융이 듣고, "당신도 필시 어릴 적에는 신동이었겠지요."하고 말했다. 공융은 삼국시대 사람이니 이 이야기가 18세기 프랑스로 전해져 볼테르의 이야기.. 2021. 3. 17.
황량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노생은 죽은 줄만 알았다. 눈앞이 어두워져 자식이나 손자가 울먹이는 소리가 점점 먼 곳으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분동이 발끝에 매달린 것처럼 몸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싶더니 불쑥 깜짝 놀라서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베개맡에 도사 여옹이 태연히 앉아 있었다. 주인이 얹어 놓은 기장에도 아직 열이 돌지 않은 듯했다. 노생은 청자 베개에서 고개를 들어서는 눈을 문지르며 크게 하품을 했다. 한단의 가을 오후는 잎이 떨어진 나무 끝자락을 빛내는 볕이 있음에도 살짝 쌀쌀했다. "일어나셨나요." 여옹은 수염을 씹으며 웃음을 죽이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네." "꿈을 꾸셨지요?" "꾸었지요." "어떤 꿈이셨나요." "정말로 긴 꿈이었습니다. 시작은 청하의 최씨라는 여성과 함께였습니다. 아름.. 2021. 3. 16.
고독지옥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이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었다. 어머니는 본인의 큰숙부께서 들었다고 한다. 이야기의 진위는 알 수 없다. 단지 큰숙부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아, 이런 일도 제법 그럴듯하다 생각할 따름이다 큰숙부는 소위 마당발로 통하는 사람으로, 막부말 게닌이나 문인 사이에 지인을 여럿 두고 계셨다. 카와타케 모쿠아미, 류카테이 카네타즈, 젠자이 안에이키, 토에이, 9대째 단쥬로, 우지 시분, 미야코 센츄, 켄콘바우 료사이 같은 사람들 말이다. 개중에서도 모쿠아미는 "에도사쿠라쿄미즈세이겐"에서 키노쿠니야분자에몬을 쓸 때에 이 큰숙부를 참고로 했다. 작고하신지 오십 년 가까이 되었지만 살아 계실 적에는 금기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신 적이 있으니, 지금도 이름만은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성은 사이키,.. 2021. 3. 15.
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나는 문득 옛 친구였던 그를 떠올렸다. 그의 이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는 숙부의 집을 나와 고향의 인쇄소 2층에 자리한 육첩방을 빌렸다. 아래층의 유전기가 돌아갈 때마다 작은 배의 선실처럼 덜덜 떨리는 2층이었다. 아직 제1고등학교 학생이었던 나는 기숙사 저녁밥을 먹은 후 이따금 이 2층으로 놀러 갔다. 그러면 그는 유리 창문 아래서 남들보다 한 층 얇은 목을 굽히며 항상 트럼프로 운세를 점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머리 위에는 놋쇠 등유 램프 하나가 둥근 그림자를 떨구고 있었다. 둘 그는 숙부의 집에서 나와 같은 혼죠의 제3중학교를 다녔다. 그가 숙부의 집에 있던 건 부모님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없었다 해도 어머니만은 죽은 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보다도 이 어머니께――어딘가로 재..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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