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번역110 에구치 칸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에구치는 결코 소위 쾌남아가 아니다. 좀 더 복잡하고 좀 더 음험하게 풍부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애증을 움직이는 법 또한 진지하면서도 병적인 집착을 품고 있다. 에구치 본인이 불쾌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근대적이란 말로 형용해도 좋다. 어찌 되었든 증오할 때에도 사랑할 때에도 모종의 박정함 따위가 반드시 에구치의 감정을 뜨겁게 하고 있다. 철이 달궈질 때에 흑열이라는 상태가 있다. 겉보기에는 검지만 손이 닿으면 곧장 그 손을 달궈버린다. 에구치의 성격이 이와 닮았다. 반복해 말하지만 결코 단순한 철 같은 쾌남아 따위엔 속하지 않는다. 또 에구치의 머리는 비평가보다는 창작가에 어울린다. 의논을 하더라도 논리보다는 직관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다. 때문에 에구치의 비평은 이따금 탈선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대개.. 2021. 3. 7. 공작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건 이본異本 '이소보모노가타리'의 한 장이다. 이 책은 아직 아무도 알지 못 한다. "어떤 까마귀가 한 사람을 기만하여 공작의 날개를 찾아내 여기저기에 두르고는 다른 새를 크게 깔보며 제보다 대단할 자 없다는 양 돌아다니니, 다른 까마귀가 생각하길 '진짜 공작도 아닌 주제에 왜 저렇게 건방져'하고 둘러싸고는 한참을 두들겨주었다. 그러자 날개가 뽑히고 다리가 부러져 이윽고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진짜 공작이 오자 다른 새들은 이 역시 까마귀인 줄 알고 때리고 걷어 차 죽여버렸다. 새가 말하가리를 '진짜 공작과 만나면 얼마든지 예의를 다 할 수 있을 것을. 왜 세상에는 이리도 가짜 공작이 많은지'." "사실――천하의 사람들은 다 바보 투성이다. 재능과 그렇지 못 한 걸 구분하지도 못 해." 2021. 3. 6. 잊을 수 없는 인상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카호에 관해 쓰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카호는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와 둘이서 아카기산과 메우기산에 오르는 김에 잠깐 하룻밤 머문 게 고작이다. 때문에 보기 좋게 써줄 수가 없다. 애당초 어떤 마을이고 어떤 탕이었는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단지 산에 무성한 어린잎 사이를 전차로 오른 건 희미하게 나마 기억하고 있다. 또 아무개 숙소에 머물렀더니 옆방에 그럴싸한 신사가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온천을 어지간히 좋아하는지 아침부터 하루에 여섯 번이나 목욕에 어울려야 했다. 그랬더니 배 밑바닥부터 노곤해져 걷는 것마저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지쳐서 한가하게 숙소에만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날 저녁 그 신사와 셋이서 타카자키의 정류장까지 내려갔다. 단지 막상 내려와 보니 내 지갑에는 우에노까지.. 2021. 3. 5. 어떤 사회주의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그는 젊은 사회주의자였다. 녹봉을 먹던 그의 아버지는 그 이유로 그와 절연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건 그의 열정이 격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의 친구들이 그를 격려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단체를 꾸려 열 페이지 가량의 팜플렛을 만들거나 경연회를 열고는 했다. 그도 물론 그런 모임에 빠짐 없이 참석한 데다가, 이따금 팜플렛에 자신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은 그들 이외에는 누구도 읽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개중에 한 편――"리프크네히트를 추억하며" 한 편에 약간의 자신감을 품고 있었다. 치밀한 사색은 없더라도 시적인 정열을 품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그는 학교를 나와 어떤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모임에 참석하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열심.. 2021. 3. 4. 사토 하루오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사토 하루오는 불행히도 항상 나를 오해하고 있다. 내가 '아리시마 이쿠마 군에게 말한다'를 썼을 때,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평소에도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기치선명한 게 좋잖아." 나는 항상 기치선명하다. 단 한 번도 바보라 생각한 군자에게 총명해지라고 말한 적이 없다. 단지 바보라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걸 기치선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사토의 오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또 내가 "야스키치의 수첩"을 쓸 때에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응, 그건 좋아. 단지 내가 생각하기에 미완성의 미를 인정하지 않는 건 너를 위해서도 유감이지 싶어." 이 또한 사토의 오해이다. 나는 미완성의 미에 냉담한 게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미완성작만 발표하지는 않을 터이다. 또 .. 2021. 3. 3. 내가 좋아하는 로망의 여성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Q. 좋아하는 로망의 여성은? A. 좋고 나쁨을 모두 좋아해 줄 여자. Q.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A. 그런 여성은 도무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기에. 2021. 3. 2. 이전 1 ··· 3 4 5 6 7 8 9 ··· 1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