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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110

라쇼몬의 뒤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책에 담긴 단편은 '라쇼몬', '오소리', '충의'를 제외하면 대부분 과거 1년 동안――내가 세는 나이로 스물다섯일 적에 쓴 것들이다. 그리고 절반은 우리가 경영하는 잡지 '신사조'에 한 번 게재한 것들이다. 이 시기의 나는 도쿄 제국 문과 대학의 나태한 학생이었다. 강의는 일주일에 대여섯 시간 밖에 듣지 않았다. 시험은 항상 지극히 애매한 답안으로 통과했다. 졸업 논문 따위는 바쁘기 짝이 없는 일주일의 틈바구니에서 작성했다. 그런 내가 이러한 여흥에 젖으면서도 졸업할 수 있었단 건 교수님들의 아량 덕이 적지 않다. 단지 편협한 스스로가 속내로는 그러한 아량에 감사하지 못 하는 사실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라쇼몬' 이전에도 몇 개의 단편을 썼다. 아마 미완성작도 더하면 이 책에 들어간 것의 두 .. 2021. 3. 1.
아들과 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난 쥐가 되어 도망칠 거야. 그럼 아빠는 고양이가 되면 되지. 그럼 난 곰이 될 거야. 곰이 되면 호랑이가 되어 쫓아가마. 뭐야, 호랑이 따윈 사자가 되면 아무것도 아닌걸. 그럼 아빠는 용이 돼서 사자를 먹어 버릴까. 용?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대뜸) 좋아, 나는 스사노오가 돼서 퇴치해버릴 거야. 2021. 2. 28.
천장 위를 걷는 자 - 에도가와 란포 1 아마 그것은 일종의 정신병이기도 했을 겁니다. 고다 사부로는 어떤 놀이도, 어떤 직업도, 무엇을 보아도 도무지 이 세상이 즐거워지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나온 이후로――그 학교에서도 일 년에 며칠 정도 밖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만――할 수 있을 법한 직업은 전부 해본 것입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평생을 바칠만한 일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를 만족시킬만한 직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길어봐야 일 년, 짧으면 한 달 단위로 직업을 바꾸어 갔습니다. 그리고 끝내 깨달은 것일까요. 이제는 다음 직업을 찾는 법도 없이 말 그래도 아무것도 않고 재미도 없는 그날그날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놀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카루타, 당구, 테니스, 수영, 등산, 바둑, 장기, 심지.. 2021. 2. 27.
유령 - 에도가와 란포 "츠지도 녀석. 끝내 죽어버렸습니다." 심복이 살짝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렇게 보고했을 때, 히라타는 적지 않게 놀랐다. 물론 츠지도가 꽤나 오랫동안 병으로 마룻바닥 신세를 지고 있다는 이야기야 줄곧 들어왔다. 하지만 그렇게나 집요하게 자신을 노리며 복수(제멋대로 그렇게 떠들고 있다)를 평생의 목적으로 살아온 그 남자가, "녀석의 배때기에 이 단도를 꽂기 전까지는 절대 못 죽는다"는 말을 입버릇 삼아 온 그 츠지도가 그 목적을 이루지 못 하고 죽어버렸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인가?" 히라타는 그만 심복에게 그렇게 되물었다. "사실이고 자시고 지금 막 녀석의 장례식이 시작되는 꼴을 보고 온 참입니다. 혹시 몰라 이웃들에게 확인도 해봤는데 역시 틀림없었어요. 아들 놈이랑 둘이 사는 와중에 아.. 2021. 2. 27.
쿠로테구미 下. 숨겨진 사실 - 에도가와 란포 "자네, 아무리 "쿠로테구미"와 나눈 약속이라도 나한테만은 이야기해줄 거지?" 저는 큰아버지 댁을 나오자마자 아케치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물론이지." 그는 의외로 간단히 받아들여주었습니다. "그럼 커피라도 마시며 느긋이 이야기할까?" 그렇게 저희는 카페에 들어가 안쪽 테이블을 골라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발자국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했지." 커피를 주문한 아케치는 그렇게 탐정담의 운을 뗐습니다. "발자국이 없다는 사실에는 적어도 여섯 개의 가능성이 있지. 하나, 자네의 큰아버지나 형사가 도적의 발자국을 놓쳤다는 해석. 도적은 동물이나 새의 발자국으로 우리의 눈을 속일 수 있으니 말이야. 둘, 이건 조금 비약적인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도적이 무언가에 매달리거나 줄타기를 하는 등, 발자국이 남지.. 2021. 2. 27.
쿠로테구미 上. 밝혀진 사실 - 에도가와 란포 또다시 아케치 코고로의 공적 이야기입니다. 이는 제가 아케치와 알게 된지 일 년 정도 지났을 즘 있었던 일로, 사건에 비극적인 색채가 담겨 꽤나 재밌을뿐더러 저희 집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제게는 한 층 더 잊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저는 아케치에게 훌륭한 암호 해독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독자 제군의 흥미를 위해 그가 푼 암호문을 미리 서두에 적어두겠습니다. 一度お伺いしたい/\と存じながらつい (한 번 뵙고 싶다/\생각하면서도) 好い折がなく失礼ばかり致して居ります (마땅한 때가 보이지 않아 실례만 끼치고 있습니다) 割合にお暖かな日がつゞきますのね是非 (마침 따스한 날이 계속되고 있으니 부디) 此頃にお邪魔させていただきますわ扨さて日いつ (가까운 시일 내에 찾아뵙겠습니다. 요전) 外.. 2021.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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