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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110

소설 작법 10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 소설은 갖은 문예 중에서 가장 비예술적이란 걸 알아야 한다. 문예 중의 문예는 시뿐이다. 즉 소설은 소설 속 시 덕에 문예 중 하나로 취급될 뿐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역사서나 전기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2. 소설가는 시인인 이외에 역사가 내지는 전기작가기도 하다. 따라서 인생(한 시대의 나라)과 마주해야 한다. 무라사키시키부부터 이하라 사이카쿠에 이르는 일본 소설가의 작품은 이 사실을 증명해준다. 3. 시인은 항상 자신의 내면을 누군가를 향해 호소해야 한다.(여자를 꾀기 위해 연가를 짓는 걸 보라.) 소설가는 시인인 이상으로 역사가이자 전기 작가이기에, 전기 중 하나인 자서전 작가 또한 소설가 자신의 내부에 존재해야 한다. 때문에 소설가는 일반인에 비해 스스로의 암담한 인생과 자주 마주하게 된.. 2021. 2. 26.
소설의 독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내 경험에 의하면 현대의 독자는 대개 소설의 줄거리를 읽는다. 그 다음으로는 소설 속에 그려진 생활에 동경을 품는다. 이러한 현상엔 이따금 신기할 때가 있다. 실제로 내 지인 중 하나는 경제적으로 꽤나 어려워하면서 부호나 귀족만 나오는 통속 소설을 애독한다. 그뿐 아니라 본인의 생활과 비슷한 소설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세 번째 경우로는 두 번째와 달리 독자 본인의 생활과 엇비슷한 것만 찾는 독자가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러한 세 마음은 동시에 우리 속에서도 존재한다. 나는 줄거리가 재미 있는 소설을 애독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생활과 먼 생활을 쓴 소설도 애독하고는 한다.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의 생활과 가까운 소설을 애독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단 소설을 감상.. 2021. 2. 26.
문장과 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장 내게 "문장이 너무 딱딱해. 그렇게 딱딱하게 쓰지 마."하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나는 딱히 필요 이상으로 문장을 딱딱하게 쓰지는 않는다. 문장은 무엇보다도 또렷이 쓰고 싶다. 머릿속에 담긴 걸 또렷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나는 오로지 그것만 염두에 두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펜이 술술 움직이는 법이 없다. 반드시 어지러운 문장이 된다. 내가 문장을 쓸 때 고심하는 게 있다면(만약 고심이라 할 수 있다면) 그런 걸 또렷이 만드는 것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문장에 관해 주문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또렷하지 않은 문장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적어도 좋아질 수는 없다. 즉 나는 문장상의 아폴론적 예술을 추구한다. 나는 누가 뭐라 한들 방해석처럼 또렷한, 애매함을 용납하지 않는 문장을 쓰고 싶다. 말 .. 2021. 2. 26.
문학을 좋아하는 가정에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우리 집은 대대로 오쿠보즈였는데, 어머니도 아버지도 대단한 특징이 없는 평범한 분이셨습니다. 아버지는 샤미센, 바둑, 분재, 하이쿠 등의 도락은 즐겼지만 어느 것도 대단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츠토의 조카로, 옛날이야기를 많이 아셨습니다. 그 외에 백모가 한 분 계셔서, 저를 잘 돌봐주셨습니다. 지금도 신세를 지고는 합니다. 집안에서 저와 얼굴이 가장 닮은 것도 백모시고, 심적으로 공통점이 가장 많은 것도 백모십니다. 백모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의 저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문학의 길을 걷는 건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을 시작하여 백모께서도 문학을 꽤나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되려 사업이나 공학을 한다 했다면 반대하셨을지 모릅니다. 연극이나 소설은 꽤나 어릴 적부터 봤습니다. 이전 대의 .. 2021. 2. 26.
술래잡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그는 마을의 외진 곳에서 연하의 여성과 술래잡기를 했다. 주위는 아직 밝았지만 마침 길가의 가로등에 가스가 감돌 시각이었다. "한 번 잡아봐라." 그는 어렵지 않게 도망치면서 술래가 되어 쫓아오는 여자를 돌아본다. 여자는 그를 바라보며 있는 힘껏 쫓았다. 그는 그 얼굴을 본 순간, 묘하게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지 싶었다. 그 얼굴은 꽤나 오랫 동안 그의 마음에 남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느샌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이십 년이 지난 후, 그는 북쪽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우연히 여자와 만났다. 창밖이 어두워지면서 신발이나 외투의 냄새가 몸으로 옮겨 갈 시각이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는 담배를 물면서(그가 동지와 함께 형무소를 나온지 3일이 지난 날의 일이었다.) 문득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 2021. 2. 26.
이와노 호메이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을 늦은 밤의 일이었다. 나는 이와노 호메이 씨와 함께 스가모행 전철을 타고 있었다. 호메이 씨는 태연히 우산 손잡이에 망토 자락을 걸치고, 여느 때처럼 큰 목소리로 서양 꽃의 재배법이나 위건강을 지키는 법 따위를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던 중 무슨 연유였을까. 당시에 비평 받던 어떤 소설의 매상이 화제로 올랐다. 그러자 호메이 씨는 안하무인하게, "그나저나 자네는 신진작가니 책이 많이 팔리지는 않겠군. 내 책은 대개――부 정도 팔리는데 자네는 몇 부나 팔리나?"하고 물었다. 나는 살짝 움츠러들면서도 도리 없이 '괴뢰사'의 매상을 답했다. "다들 그런가?" 호메이 씨는 더욱 추궁했다. 나보다도 잘 팔리는 신진 작가는 많았다. ――나는 전해 들은 두세 소설의 매상고를 대답했다. 불행히도 호메이 씨보다 .. 2021.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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