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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늦은 밤의 일이었다.
나는 이와노 호메이 씨와 함께 스가모행 전철을 타고 있었다. 호메이 씨는 태연히 우산 손잡이에 망토 자락을 걸치고, 여느 때처럼 큰 목소리로 서양 꽃의 재배법이나 위건강을 지키는 법 따위를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던 중 무슨 연유였을까. 당시에 비평 받던 어떤 소설의 매상이 화제로 올랐다. 그러자 호메이 씨는 안하무인하게,
"그나저나 자네는 신진작가니 책이 많이 팔리지는 않겠군. 내 책은 대개――부 정도 팔리는데 자네는 몇 부나 팔리나?"하고 물었다.
나는 살짝 움츠러들면서도 도리 없이 '괴뢰사'의 매상을 답했다.
"다들 그런가?"
호메이 씨는 더욱 추궁했다.
나보다도 잘 팔리는 신진 작가는 많았다. ――나는 전해 들은 두세 소설의 매상고를 대답했다. 불행히도 호메이 씨보다 많이 팔리는 책들이었다.
"그런가 꽤나 팔리는군."
호메이 씨는 잠시 불쾌하다는 양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아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사이에, 호메이 씨의 눈에는 곧장 이전 같은 발랄한 빛이 돌아왔다. 동시에 호메이 씨는 마치 천하가 안타깝다는 양 태연히 이렇게 말했다.
"뭐 내 소설은 어려우니 말이지."
시인, 소설가, 희곡가, 평론가――그러한 자격은 남이 정하는 게 맞다. 물론 내 눈에 비친 우리의 이와노 호메이 씨는 어떤 장엄함 따위가 느껴질 정도로 사랑스러운 낙천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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