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나처럼 할 수 있는가?――쥘 르나르
나는 굴욕을 받으면 어째서인지 바로 불쾌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래저래 한 시간 정도 보내면 점점 불쾌해지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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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댕의 우골리노 백작을 보았을 때――혹은 우골리노 백작의 사진을 보았을 때 바로 남색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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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목을 바라볼 때, 우리 인간처럼 앞뒤가 존재할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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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따금 폭군이 되어 수많은 남녀를 사자나 호랑이 먹이로 주고 싶단 생각을 한다. 하지만 퍼스펜 안에 떨어진 피투성이 거즈를 보기만 해도 육체적으로 불쾌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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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따금 타인이 죽기를 바랄 때가 있다. 또 죽었으면 하는 사람 중에 우리 부모님마저 들어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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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양심도――예술적 양심마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신경은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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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미워하지는 않는다. 대신 가끔 경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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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에 따르면 가장 심한 자기혐오의 특색은 갖은 것에서 거짓을 찾는 것이다. 심지어 그런 발견에서 조금도 만족을 느끼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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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는 한다. 이를테면 생선 가게 꼬맹이의 "곤니치와아"의 같은 말에. 그 말은 모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로마자로 표기하면 Konchiwaas 쯤 되리라. 왜 그 말은 필요도 없는 S를 마지막에 품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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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나 혼자가 아니다. 아들, 남편, 수컷, 인생관상의 현실주의자, 기질상의 로맨티스트, 철학상의 회의주의자 등등――그 사이에 계급은 없다. 하지만 몇 명인가의 나 자신이 항상 싸우는 통에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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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지의 여성에게 편지나 무언가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그 여자가 미인일지 아닐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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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말은 돈처럼 반드시 양면이 존재한다. 나는 그를 "허세꾼"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는 그 점에선 나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나 자신에 따르면 나는 그저 "자존심이 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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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사가 상태를 물을 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정확히 스스로의 상태를 말해낸 적이 없다. 따라서 거짓말을 한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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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거처를 벗어남에 따라 내 인격도 애매해지는 걸 느낀다. 이 현상이 나타나는 건 거처를 떠나 30 마일 전후로 시작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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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신적 생활은 제대로 걷는 법이 없다. 언제나 벼룩처럼 뛰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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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인의 지인을 만날 때면 반드시 먼저 인사를 하고 만다. 따라서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 할 때는 "손해봤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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