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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도심에서 혹은 1916년의 도쿄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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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람에 나부끼는 성냥불만큼 꺼림칙하면서도 아름다운 푸른색은 없다.

     2

 왜 도심을 사랑하는가?――과거의 많은 여자를 사랑하듯이.

     3

 눈내린 공원의 마른 잡초는 무엇보다도 설탕 과자와 똑 닮았다.

     4

 내게 중세기를 떠올리게 하는 건 거친 붉은 벽돌로 된 감옥이다. 만약 간수만 없었다면 말에 올라 탄 잔 다르크가 뛰쳐 나와도 놀라지 않을 거 같다.

     5

 어떤 여자 종업원의 말.――싫다. 오늘 밤은 나이포크야.
 요컨대 나이프나 포크를 씻는 일을 말한다.

     6

 가로수의 대다수는 버즘나무다. 상수리나무, 단풍나무는 극히 적다. 물론 파출소 순사는 이 나무의 고전적 취미를 알지 못 하리라.


     7


 아가씨에 가까운 게이샤 한 명이 내 다섯 걸음 앞에 멈추고는 대뜸 손을 들어 인사했다. 나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같은 연령대의 게이샤 한 명이 역시나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8

 나를 가장 우울하게 하는 것. ――카키색 굴뚝. 전차가 지나지 않는 선로의 녹. 옥상 정원에 길러지는 원숭이. ……

     9

 나는 오전 한 시 경 어떤 뒷골목을 지났다. 그러자 진흙투성이 토공 두 사람이 가스인지 무엇인지를 공사하고 있었다. 좁은 길은 진흙투성이였다. 그뿐일까 그 진흙산 위에는 등 하나가 빛을 나부끼고 있었다. 나는 그 등 탓에 지나는 게 어려워졌다. 그러자 젊은 토공 하나가 구멍에서 반신을 내밀어 등을 옆으로 치워주었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하고 말했다. 하지만 무언가 나 자신이 불쌍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10   

 밤의 스미다 강은 몇 번 보아도 시인 S・M의 말을 넘을 수 없다. ――"양갱처럼 흐르고 있다."

     11

"XX야 놀자." 하는 아이 목소리.――음의 높낮이를 표현하면 XX야[#'야'는 우상으로 30도] 놀자[#'자'는 우상으로 30도]이다. 그 소리는 언제까지 남을까.

     12

 화재는 어딘가 제례와 닮아 있다.

     13

 도쿄의 겨울은 무엇보다도 채소 절임의 줄기 색에 드러난다. 특히 교외 마을이 그렇다.

     14

 무언가를 생각하기 좋은 건 카페의 가장 구석 테이블. 그리고 고독을 느끼기 좋은 건 인파가 많은 길거리 한가운데. 마지막으로 조용함을 맛보기 좋은 건 개막 중인 극장의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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