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에 의하면 현대의 독자는 대개 소설의 줄거리를 읽는다. 그 다음으로는 소설 속에 그려진 생활에 동경을 품는다. 이러한 현상엔 이따금 신기할 때가 있다.
실제로 내 지인 중 하나는 경제적으로 꽤나 어려워하면서 부호나 귀족만 나오는 통속 소설을 애독한다. 그뿐 아니라 본인의 생활과 비슷한 소설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세 번째 경우로는 두 번째와 달리 독자 본인의 생활과 엇비슷한 것만 찾는 독자가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러한 세 마음은 동시에 우리 속에서도 존재한다. 나는 줄거리가 재미 있는 소설을 애독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생활과 먼 생활을 쓴 소설도 애독하고는 한다.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의 생활과 가까운 소설을 애독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단 소설을 감상할 적에 내 평가를 결정하는 게 꼭 그러한 기분만은 아니다. 만약 내가(독자로서) 세간의 독자와 다른 게 있다면 그런 점에 있으리라. 그럼 무엇이 내 평가를 결정하는가 하면 바로 감명의 깊이이다. 그에는 줄거리의 즐거움이나 나 자신의 생활에 멀거나 가까운 점 따위도 물론 꽤나 영향을 주리라. 단지 그러한 영향 말고도 또 무엇이 있다 믿고 있다.
이 무언가에 움직이는 독자군이 즉 독자 계급이라 불리는 것이다. 혹은 문예적 지식 계급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러한 계급은 의외로 폭이 좁다. 혹은 서양보다도 한 층 더 좁으리라. 나는 지금 그런 사실의 선악을 논하는 게 아니다. 단지 사실로서 조금 이야기했을 뿐이다.
(쇼와 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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