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내게 "문장이 너무 딱딱해. 그렇게 딱딱하게 쓰지 마."하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 나는 딱히 필요 이상으로 문장을 딱딱하게 쓰지는 않는다. 문장은 무엇보다도 또렷이 쓰고 싶다. 머릿속에 담긴 걸 또렷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나는 오로지 그것만 염두에 두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펜이 술술 움직이는 법이 없다. 반드시 어지러운 문장이 된다. 내가 문장을 쓸 때 고심하는 게 있다면(만약 고심이라 할 수 있다면) 그런 걸 또렷이 만드는 것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문장에 관해 주문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또렷하지 않은 문장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적어도 좋아질 수는 없다. 즉 나는 문장상의 아폴론적 예술 1을 추구한다.
나는 누가 뭐라 한들 방해석처럼 또렷한, 애매함을 용납하지 않는 문장을 쓰고 싶다.
말
50년 전 일본인은 '신'이란 말을 들었을 때 대개 머리를 묶고 목에 곡옥을 찬 남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요즘의 일본인은――적어도 오늘날의 청년은 대개 긴 턱수염을 가진 서양인을 떠올린다고 한다. 말은 같은 '신'이다. 하지만 마음에 떠오르는 모습은 이미 달라져 있다.
なほ見たし花に明け行く神の顔(葛城山)
다시 본 꽃에 괜스레 떠오르는 산신의 얼굴(카츠라기산)
나는 언젠가 코미야 씨와 바쇼의 하이쿠를 두고 논의를 한 적이 있다. 자규거사의 생각에 따르면 이 하이쿠는 해학적인 내용이라 했다. 나도 그 설에 이의는 없었다. 하지만 코야마 씨는 참으로 장엄한 하이쿠라 주장했다. 그림은 오백 년, 글은 팔백 년을 간다고 한다. 문장의 힘은 몇 백 년을 갈까?
- 오늘의 고전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전하며,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나누어 설명합니다. 아폴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빛의 신으로 음악·시·예언 등을 도맡았고,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입니다. 니체는 기독교 중심의 도덕 법칙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며,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며 원초적인 예술을 두고 '디오니소스적'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을 '아폴로적'이라고 하며 완벽하고 이성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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