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번역110 무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저는 오늘 강연회에 나갈 예정이었는데 속이 좋지 않아 나가지 못 했습니다. 본래 강의란 육체 노동에 가까우니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또 바보 같은 이야기로, 설사를 할 때는 마치 생선알이라도 낳는 듯한 기분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을 잃고 맙니다. 더군다나 위장마저 고래처럼 이따금 파도를 뿜어냅니다. 때문에 친구인 사사키 모사쿠 군께 이 문장을 읽어달라 했습니다. 물론 사사키 군은 읽는 것만 아니라 스스로의 강연도 해주리라 믿습니다. 만약 하지 않는다면 부디 발을 굴러 소란을 떨어주세요. 이만 마치겠습니다. 2021. 2. 25. 먹을 걸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카나자와 방언으로 '맛있어 보인다'는 '살쪘다'라는 뜻이라 한다. 이를테면 살찐 사람을 보고는 맛있어 보이는 사람이라 표현하는 듯하다. 이 방언은 마치 식인종이 쓰는 듯한 말이라 유쾌하게 다가온다. 나는 이 방언을 생각할 때마다 자연스레 친구를 먹을 걸로 보게 된다. 사토미 톤 군은 가죽을 벗겨 사시미로 만들면 맛있을 게 분명하다. 키쿠치 군도 코를 표고버섯과 같이 삶으면 기름이 올라와 맛있으리라. 타니자키 슌이치로 군은 서양술로 삶으면 굉장히 맛있을 터이다. 키타하라 하쿠슈 군으로 만든 비프스테이크도 분명 맛있을 것이다. 우노 코지 군은 로스트비프에 적합하리란 건 전에도 모종의 이야기를 하면서 적어 본 적이 있다. 사사키 모사쿠 군은 꼬치를 꽂아 구워 먹는데 적합하다. 무로우 사이세이 군은――지금 내 .. 2021. 2. 25.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질 때까지――가레노쇼, 기독교인의 죽음――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떤 한 작품을 쓸 때에는 수많은 경로를 거쳐 만들어질 경우와 곧장 첫 계획 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테면 당초엔 흙으로 된 병을 쓰려 했는데, 어느 틈엔가 철로 된 병이 완성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또, 당초부터 흙으로 된 병을 쓰려하여 그대로 흙으로 된 병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흙병마저도 덩굴을 감으려 했는데 대나무가 꽂혀 있는 경우도 있다. 내 작품을 꺼내 보자면 '라쇼몬'은 전자이며 지금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가레노쇼', '기독교인의 죽음'은 후자에 속한다. '가레노쇼'란 소설은 바쇼의 임종에 입회한 제자들, 키카쿠, 쿄라이, 죠소 등의 심정을 그리고 있다. 글을 쓸 적에는 '하나야 일기'라는 바쇼의 임종을 다룬 책이나 시코, 키카쿠가 쓴 임종기 같은 걸 참고하여 바쇼가 죽기 .. 2021. 2. 25. 호랑이 이야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12월의 어느 밤. 아버지는 다섯 살 아이 를 품에 안고 같이 코타츠 안에 들어갔다. 아이 아빠, 이야기해줘! 아버지 무슨 이야기? 아이 뭐든지. ……아냐, 호랑이 이야기가 좋아. 아버지 호랑이? 호랑이 이야기는 어려운걸. 아이 싫어, 호랑이 이야기해줘. 아버지 호랑이 이야기라. ……그럼 호랑이 이야기를 해줄까. 옛날에 조선의 나팔수가 술에 취해서 산속에서 쿨쿨 잠에 들었단다. 그런데 얼굴이 젖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떠보니, 어느 틈엔가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꼬리 끝자락에 물을 묻히고 나팔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지. 아이 왜? 아버지 그야 나팔수가 취해 있으니까. 술 냄새가 풍기니까 먹으려 한 거지. 아이 그래서? 아버지 나팔수는 각오를 굳히고 있는 힘껏 호랑이 엉덩이를 향해 나팔을 내질렀단다... 2021. 2. 25. 두 가짜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번 여름에 내게 야마카타현에서 편지가 왔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야마자키 미사오라는 사람이었다. 이제까지 편지를 받거나 만나보지 못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편지를 열어 보니 당신에게 빌려 준 백 엔을 어서 돌려달라, 돌려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적혀 있어 깜짝 놀랐다. 글을 읽어보니 내가 센다이에 위치한 하리키우 여관이란 곳에 머물렀을 때, 전보 거래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야마카타는 물론이요 센다이에 간 적도 없다. 당연히 하리키우 여관에 머문 적도 없다. 야마자키란 사람이 보낸 편지에는 내용증명도 동봉되어 있었다. 나도 곧장 내용증명으로 당신을 만난 적도 없을뿐더러 돈을 빌린 기억은 더더욱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나는 카루이자와에 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쿄에서 카루이자와까지 야마자키란.. 2021. 2. 25. 매문문답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편집자 다음 달에 저희 잡지에 실을만한 글을 써주실 수 있을까요? 작가 어렵습니다. 요즘 들어 몸이 안 좋아 도저히 뭔가를 쓸 상황이 아니에요. 편집자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이 사이에 글로 적으면 한 권은 나올 벽창호 같은 문답이 있다. 작가 ――그렇게 됐으니 이번만은 좀 넘어가주시죠. 편집자 곤란하네요. 내용은 상관 없습니다. 한두 장이든 석 장이든 괜찮아요. 선생님 성함만 있으면 됩니다. 작가 그런 걸 실는 건 실수 아닙니까? 독자에게 미안한 건 물론이고 잡지에도 손해만 되겠지요. 양머리를 걸어두고 개고기를 팔면 무슨 욕을 들을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편집자 아니, 손해 볼 건 없지요. 무명 작가의 작품을 싫을 때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잡지사가 책임을 지지만 유명한 대가의 작품이면.. 2021. 2. 25.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9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