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여름에 내게 야마카타현에서 편지가 왔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야마자키 미사오라는 사람이었다. 이제까지 편지를 받거나 만나보지 못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편지를 열어 보니 당신에게 빌려 준 백 엔을 어서 돌려달라, 돌려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적혀 있어 깜짝 놀랐다. 글을 읽어보니 내가 센다이에 위치한 하리키우 여관이란 곳에 머물렀을 때, 전보 거래로 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야마카타는 물론이요 센다이에 간 적도 없다. 당연히 하리키우 여관에 머문 적도 없다.
야마자키란 사람이 보낸 편지에는 내용증명도 동봉되어 있었다. 나도 곧장 내용증명으로 당신을 만난 적도 없을뿐더러 돈을 빌린 기억은 더더욱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나는 카루이자와에 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도쿄에서 카루이자와까지 야마자키란 사람의 편지가 전송되어 있다. 이번에는 내용증명은 없었지만 역시 당신에게 빌려 준 백 엔을 돌려달라는 말이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여자이며 지금 병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여자 이름이 야마자키 미사오란 사실에 안타까움도 느꼈지만, 빌리지도 않은 돈을 돌려달라니 불쾌함 밖에 느끼지 않았다. 또다시 당신에게 돈을 빌린 기억이 없다. 당신도 돈을 재촉하기 전에 당신이 아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전해두었다.
그 이후로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일은 없었다. 두 번째 편지는 이자카 온천에서 온 것이었는데, 누군가가 내 이름을 써서 돈을 빌린 게 분명했다.
그런가 하면 그전에 나가노현에서 아무개라는 사람이 도난위안 편지를 보냈다. 역시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 끝에 당신에게 서문을 받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물론 나는 그 사람 책에――애당초 어떤 책인지도 불명이다――서문을 써 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그 편지에는 아쉽게도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았다. 아직까지 대답을 못 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게 꼭 나만의 일은 아니다. 문단 작가들의 이름을 사칭하는 경우가 이따금 존재한다.
화가나 시인 행세를 하면 실제로 그림이든 시든 만들게 하면 간단히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가를 사칭하면 눈앞에서 소설을 쓰라는 말을 할 수 없으니 간파하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지방의 문예 애호가들은 그런 가짜의 손아귀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애당초 내 입장에서는 동물원의 코끼리라도 보고 싶어 하는 것마냥 소설가를 보고 싶어 하는 것부터가 의문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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