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사토 하루오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3. 3.
728x90
반응형
SMALL

 사토 하루오는 불행히도 항상 나를 오해하고 있다. 내가 '아리시마 이쿠마 군에게 말한다'를 썼을 때,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평소에도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기치선명한 게 좋잖아." 나는 항상 기치선명하다. 단 한 번도 바보라 생각한 군자에게 총명해지라고 말한 적이 없다. 단지 바보라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걸 기치선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사토의 오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또 내가 "야스키치의 수첩"을 쓸 때에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응, 그건 좋아. 단지 내가 생각하기에 미완성의 미를 인정하지 않는 건 너를 위해서도 유감이지 싶어." 이 또한 사토의 오해이다. 나는 미완성의 미에 냉담한 게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미완성작만 발표하지는 않을 터이다.
 또 내가 어쩌다 "희극을 쓰고 싶다"고 말했을 적에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희극이라면 금방 쓸 수 있을 거야." 내 성질은 엄숙하다. 모든 정신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평범한 말조차 쉽지 않다. 사토는 나 또한 세간과 마찬가지로 간단하리라고 오해하고 있다.
 또 어떤 신진 문호가 사토를 칭찬하고 나를 폄하했을 때, 사토는 내게 이런 편지를 주었다. "내가 너와 비교되는 게 굉장한 민폐지 싶어." 이 또한 오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나는 한 편의 코토우타를 쓴 작가가 신진 문호와 엇비슷한 두뇌의 소유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말해주는 사토의 깊은 뜻에 감사한 건 사실이었다.
 또 지진 후에 만나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긴자가 회복할 적에는 우리 둘 다 흰머리를 하고 있겠는걸." 이것이 사토가 내게 품은 가장 큰 오해이다. 언젠가 전라를 보니 사토는 시인과 어울리지 않는 당당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도무지 사토와 나란히 천수를 누릴 거 같지 않았다. 추악한 노년을 맞이하는 건 당연히 사토 하루오에게만 신들이 내려준 숙명이리라.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