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 하루오는 불행히도 항상 나를 오해하고 있다. 내가 '아리시마 이쿠마 군에게 말한다'를 썼을 때,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평소에도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기치선명한 게 좋잖아." 나는 항상 기치선명하다. 단 한 번도 바보라 생각한 군자에게 총명해지라고 말한 적이 없다. 단지 바보라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걸 기치선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사토의 오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또 내가 "야스키치의 수첩"을 쓸 때에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응, 그건 좋아. 단지 내가 생각하기에 미완성의 미를 인정하지 않는 건 너를 위해서도 유감이지 싶어." 이 또한 사토의 오해이다. 나는 미완성의 미에 냉담한 게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미완성작만 발표하지는 않을 터이다.
또 내가 어쩌다 "희극을 쓰고 싶다"고 말했을 적에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희극이라면 금방 쓸 수 있을 거야." 내 성질은 엄숙하다. 모든 정신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평범한 말조차 쉽지 않다. 사토는 나 또한 세간과 마찬가지로 간단하리라고 오해하고 있다.
또 어떤 신진 문호가 사토를 칭찬하고 나를 폄하했을 때, 사토는 내게 이런 편지를 주었다. "내가 너와 비교되는 게 굉장한 민폐지 싶어." 이 또한 오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나는 한 편의 코토우타를 쓴 작가가 신진 문호와 엇비슷한 두뇌의 소유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말해주는 사토의 깊은 뜻에 감사한 건 사실이었다.
또 지진 후에 만나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긴자가 회복할 적에는 우리 둘 다 흰머리를 하고 있겠는걸." 이것이 사토가 내게 품은 가장 큰 오해이다. 언젠가 전라를 보니 사토는 시인과 어울리지 않는 당당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도무지 사토와 나란히 천수를 누릴 거 같지 않았다. 추악한 노년을 맞이하는 건 당연히 사토 하루오에게만 신들이 내려준 숙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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