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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잊을 수 없는 인상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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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카호에 관해 쓰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카호는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와 둘이서 아카기산과 메우기산에 오르는 김에 잠깐 하룻밤 머문 게 고작이다. 때문에 보기 좋게 써줄 수가 없다. 애당초 어떤 마을이고 어떤 탕이었는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단지 산에 무성한 어린잎 사이를 전차로 오른 건 희미하게 나마 기억하고 있다. 또 아무개 숙소에 머물렀더니 옆방에 그럴싸한 신사가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온천을 어지간히 좋아하는지 아침부터 하루에 여섯 번이나 목욕에 어울려야 했다. 그랬더니 배 밑바닥부터 노곤해져 걷는 것마저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지쳐서 한가하게 숙소에만 앉아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날 저녁 그 신사와 셋이서 타카자키의 정류장까지 내려갔다. 단지 막상 내려와 보니 내 지갑에는 우에노까지 갈 기차삯마저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한껏 자세를 낮추며 신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해 내가 기억하기로 1엔 20 전 가량을 빌렸다. 이처럼 이카호라 해본들 산 풍경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이 신사의 기억만은 온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드시 떠오른다. 욕탕에서 이야기를 나눈 바에 따르면, 이 사람은 1인용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 하였다. 오늘 신문을 보니 승합자동차는 이미 만들어졌지만 1인용의 작은 자동차가 만들어졌다는 내용은 없다. 지금쯤 그 신사는 어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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