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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떤 사회주의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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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젊은 사회주의자였다. 녹봉을 먹던 그의 아버지는 그 이유로 그와 절연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그건 그의 열정이 격렬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의 친구들이 그를 격려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은 단체를 꾸려 열 페이지 가량의 팜플렛을 만들거나 경연회를 열고는 했다. 그도 물론 그런 모임에 빠짐 없이 참석한 데다가, 이따금 팜플렛에 자신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은 그들 이외에는 누구도 읽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개중에 한 편――"리프크네히트를 추억하며" 한 편에 약간의 자신감을 품고 있었다. 치밀한 사색은 없더라도 시적인 정열을 품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그는 학교를 나와 어떤 잡지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모임에 참석하는 걸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열심히 자신들의 문제를 논했다. 그뿐 아니라 지하수가 돌을 꿇는 것처럼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려 했다.
 그쯤 되니 그의 아버지 또한 그에게 간섭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어떤 여자와 결혼하여 작은 집에 살게 되었다. 그의 집은 정말로 작았다. 하지만 그는 불만은 고사하고 꽤나 큰 행복감을 느꼈다. 아내, 작은 개, 가까운 공동체――그러한 것들은 그가 이제까지 느끼지 못 한 어떠한 친밀감을 주었다.
 그는 가정을 가졌기에, 또 한 시를 다투는 근무처의 일에 쫓기게 되었기에 어느 틈엔가 모임에 참석하는 게 소홀해졌다. 하지만 그의 열정만큼은 결코 죽지 않았다. 적어도 그는 지금의 자신 또한 몇 년 전의 자신과 다를 바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그의 동지는 그처럼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그들 단체에 새로 들어 온 청년들은 그의 태만함을 비난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마당이니 어느 틈엔가 모임에서 그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가 되었고 드디어 가정에 친밀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역시 사회주의를 향해 있었다. 그는 어두운 밤에 조명 하나를 켜둔 채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가 이전에 쓴 몇십 편의 논문에――개중에서도 "리프크네히트를 추억하며"에 점점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들 또한 그에게 냉담했다. 그는 이제 그들이 비난하기에 부족한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그를 남긴 채――혹은 대개 그와 비슷한 몇 명인가를 남긴 채 차근차근 일을 진행했다. 그는 옛친구와 만날 때마다 새삼스레 불평을 늘어놓고는 했다. 하지만 사실 스스로 또한 어느 틈엔가 속세인의 평화에 만족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로부터 몇 년인가 지나 그는 어떤 회사에서 중역들의 믿음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이전보다도 큰 집에 살고 아이를 몇이나 기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그 중 어디에 있는지는 신만이 아는 일일지 몰랐다. 그는 이따금 등의자에 앉아 담배 하나를 태우며 자신의 청년시절을 떠올렸다. 그런 행위는 묘하게 그의 마음을 울적하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양의 '체념'은 항상 그를 구해주었다.
 그는 분명히 낙오자였다. 하지만 그의 '리프크네히트를 추억하며'는 어떤 청년을 움직였다. 주식에 손을 댄 결과 부모님에게 물려 받은 재산을 잃은 오사카의 한 청년이었다. 그 청년은 그의 논문을 계기로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물론 그런 일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지금도 등의자에 기대어 담배 하나를 즐기며 자신의 청년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 인간적으로, 아마 굉장히 인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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