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이목기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우리의 성격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목덜미의 선에 드러나 있다. 이 선이 둔한 자는 민감하지 않다. × 또 우리의 성격은 목소리에도 드러난다. 목소리가 딱딱한 자는 반드시 강하다. × 죽순, 김, 소바――고양이가 그런 걸 먹는 건 내게도 놀라운 일이었다. × 어떤 광신자의 초상화――그는 피부에 광택을 지니고 있다. 또 열심히 이야기할 때에는 항상 한 쪽 눈을 감고 총이라도 조준하는 것처럼 군다. × 나는 대화에 열중할 때마다 왼쪽 눈썹만 들어 올리는 사람과 이야기했다. 그런 눈썹은 꽤 많은 걸까. × 나는 교육이든 취미이든 대개 비슷한 정도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몇 장인가의 여자 사진을 주어 가장 미인을 고르게 했다. 하지만 스물다섯 명 중 같은 여자를 미인이라 말한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 즉 여자의.. 2021. 4. 27. 수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시황제가 무슨 생각인지 책을 전부 불태웠다고 한다. 그 탓에 칸다의 고서점이 직업을 잃었다는 기사를 보고 지독하다 싶어 책이 불탄 흔적을 보러 마루노우치로 가려 했다. 그러자 긴자 오하리쵸의 사거리 앞 파출소 앞에 인파가 이루어 있었다. 뒤에서 발꿈치를 들고 들여다보자 중국인 할머니가 홀라 순사 앞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물론 중국인이라 해도 지금의 중국인은 아니다. 히라후쿠 햐쿠스이의 예양의 그림에서 나온 듯한 우아한 복장을 입은 할머니였다. 순사가 이래저래 달래보고 있지만 할머니의 귀에는 조금도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할머니가 너무 맹렬히 우는 통에 무슨 일인가 싶어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어딘가의 우편부 둘이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저 사람 마루젠에 속한 킨돈의 어머니야." "왜 그런 사람의 엄.. 2021. 4. 26. 회화나무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회화나무란 이름을 익힌 건 "돌베개"라는 잇츄부시의 죠루리를 들었을 때이리라. 나는 물론 잇츄부시를 연습할 정도로 정통한 건 아니다. 단지 아버지니 어머니가 연습하는 걸 듣고 기억한 것이다. 그 문구는 듣자 하니 관세음보살의 "정원에나무란 이름을 익힌 건 "돌베개"라는 잇츄부시의 죠루리를 들었을 때이리라. 나는 물론 잇츄부시를 연습할 정도로 정통한 건 아니다. 단지 아버지니 어머니가 연습하는 걸 듣고 기억한 것이다. 그 문구는 듣자 하니 관세음보살의 "정원의 나이 먹은 회화나무 가지"에서 나온다고 했다. "돌베개"는 한 집안의 할머니가 돌베개에 여행자를 눕히고 길삯을 뺏기 위해 위에서 줄로 묶은 큰 돌을 떨구어 여행자의 목숨을 빼앗는 이야기다. 그런 와중에 한 아름다운 어린아이 하나가 하룻밤 잠자리를 청.. 2021. 4. 25. 새봄의 정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벚꽃 비가 그치니 상쾌하네요. 물론 꽃받침은 붉어져 있지만요. 밤나무 저도 슬슬 싹을 피우겠죠. 살짝 갉아 먹힌 싹을요. 대나무 저는 아직 노랗기만 하네요………… 파초 이런 이 녹색 램프, 바람에 뚜껑이 부러질 뻔했는걸. 매화 어째 춥다 했더니 벌써 벌레가 기어오르네. 팔손이 가려운걸, 이 갈색 솜털이 있는 동안엔. 백일홍 무얼, 아직 이른걸요. 저는 보다시피 마른 가지뿐이니까요 무도철쭉 ――상스러운 소리 말거라. 나 같은 건 너무 바빠서 올해는 그만 여느 때와 달리 옅은 보라색을 피우고 말았어. 선인장 제멋대로 하라지. 내 알 바 아냐. 석류 가지 한 쪽에 벼룩이 오른 거 같네요. 이끼 더 잔다고? 돌 응, 조금만 더. 단풍 "어린 단풍 갈색이 되는 일도 쉽지 않다"――정말 쉽지 않네요. 지금은 주위랑.. 2021. 4. 24. 시마키 아카히코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시마키 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건 올해(다이쇼 15년) 정월이었다. 나는 그날 저녁밥을 사토 씨에게 얻어먹고 있었는데, 육도삼략이니 조발성 치매 이야기 따위를 했다. 얻어먹은 장소가 다름이 아니라 도쿄 역 앞의 카게츠였다. 또 사토 씨와 의외로 한산한 간선 열차를 타고 아라라기 출판사로 향했다. 나는 그 전철 안에서 어딘가 중국 소녀에 가까운 한 가녀린 여학생이 홀로 앉아 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출판사로 들어가기 전에 빈병을 산처럼 쌓아놓은 길 좌측에 서서 소변을 보았다. 혹시 몰라 말해두는데, 이런 생각을 떠올린 건 내가 아니다. 나는 단지 선배인 사이토 씨의 고견에 따랐을 뿐이다. 출판사 아래층의 손님방에는 히라후쿠 씨, 후시자와 씨, 타카타 씨(?), 고금서원의 주인 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 2021. 4. 23. 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어두운 겨울의 오후였다. 나는 요코스카발 이등 객차 구석에 앉아 멍하니 발차 기적을 기다렸다. 벌써 전등의 불이 들어온 객차 안에는 보기 드물게 나 말고는 한 명의 손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밖을 들여다보니 어두운 플랫폼에도 웬일로 배웅하는 인기척마저 끊겨 있었다. 단지 우리에 갇힌 작은 개 한 마리가 이따금 쓸쓸하게 짖을 뿐이었다. 신기할 정도로 당시의 내 심정과 닮아 있는 광경이었다. 내 머리 위에는 말로 못 할 피로와 권태가 마치 눈구름 낀 하늘처럼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나는 외투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 채로, 그 안에 담겨 있던 석간을 꺼내 볼 기운마저 들지 않았다. 이윽고 발차 기적이 울렸다. 마음이 살짝 안정되는 걸 느끼며 뒤쪽 창틀에 고개를 얹고서, 눈앞의 정차장이 뒤로 .. 2021. 4. 22. 이전 1 ··· 129 130 131 132 133 134 135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