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제가 무슨 생각인지 책을 전부 불태웠다고 한다. 그 탓에 칸다의 고서점이 직업을 잃었다는 기사를 보고 지독하다 싶어 책이 불탄 흔적을 보러 마루노우치로 가려 했다. 그러자 긴자 오하리쵸의 사거리 앞 파출소 앞에 인파가 이루어 있었다. 뒤에서 발꿈치를 들고 들여다보자 중국인 할머니가 홀라 순사 앞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물론 중국인이라 해도 지금의 중국인은 아니다. 히라후쿠 햐쿠스이의 예양의 그림에서 나온 듯한 우아한 복장을 입은 할머니였다. 순사가 이래저래 달래보고 있지만 할머니의 귀에는 조금도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할머니가 너무 맹렬히 우는 통에 무슨 일인가 싶어 보고 있으니, 옆에 있던 어딘가의 우편부 둘이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저 사람 마루젠에 속한 킨돈의 어머니야."
"왜 그런 사람의 엄마가 저렇게 우는 거야?"
"뭐, 시황제가 오늘 도쿄의 학자를 모두 히노비야 공원의 연못에 던져 생매장했다네. 그래서 킨돈도 같이 생매장돼서 저렇게 엄마가 우는 거야."
"킨돈은 학자도 뭣도 아니잖아."
"학자는 아니지만 킨돈은 생물학 지식을 떠들고 다녔잖아. 덕분에 마루젠에선 학자라는 별명으로 통했다네. 그래서 경찰도 대학 교수인지 뭔지로 착각해서 생매장해버린 거지."
그러자 옆에 자리한 코쿠라오리로 된 하카마를 입은 서생이,
"발칙하군. 명성을 위해 실리를 보지 않는다니. 벌족의 횡포도 극에 달했군."하고 분개했다.
나도 난폭한 일이지 싶어서,
"정말로 발칙하군요."하고 서생의 분개에 찬성했다. 서생은 찬성하는 말을 듣고 지기라도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으리라. 그는 내 쪽을 돌아보고는 거침없이 이런 말을 토해냈다.
"매사 이런 식이니 놀랍습니다. 이런 일을 가장 잘 이해해야 할 문단마저 ism으로 사람을 다스리려 하니까요. 한 번 신기교파라는 이름이 나오면 그 이름을 한사코 밀어붙여서 때로는 아양을 떨고 때로는 물리려 하지요. 우리 청년은 먼저 이런 나쁜 풍습을 타파해야 합니다. 저는 요전 번에 박랑사에서 시황제의 수레에 철퇴를 떨구었습니다. 불행히도 그 일은 실패하였지만 아직 이 마음만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말한 서생은 군집을 불러들이며,
"여러분, 헌정의 비호를 위해 이 파출소를 파괴하지 않으시겠습니까."하고 절규했다.
그 말에 따라 어디선가 돌 하나가 비스듬하게 공중을 가르며 쨍하는 소리와 함께 파출구의 유리창문에 구멍을 뚫었다. 그 소리에 정신이 들어보니 나는 카페 바리스타의 테이블에 태연히 앉아 있었다. 쨍하는 소리는 커피 수저가 손에서 접시 위로 떨어진 소리인 듯했다. 나는 검은 모닝코트를 입은 듬직한 신사와 마주한 채로 눈을 뜨고서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신사는 내가 정신을 차린 걸 보고는,
"올해 신문에 글을 실어주시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이 시기에는 아무것도 쓰고 싶지 않으니 어렵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써주시죠. 뭐라도 괜찮습니다. 이를테면 '신기교파에 관해' 같은 거라도."
나는 깜짝 놀랐다. 어쩌면 이 신사는 내 꿈을 아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구기교와 신기교' 같은 건 어떻습니까."
"어렵습니다. 애당초 신기교파 같은 건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어요." 나는 부딪히듯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뭐라도 쓰실 수 있지 않습니까."
"쓴다면 당신께 부탁받아 썼다는 걸 쓸 뿐입니다."
"그거라도 괜찮으니 써주시죠."
신사는 주머니를 뒤지고는 원고용지와 만년필을 꺼냈다. 밖에서는 연말 세일을 알리는 악대의 소리가 들렸다. 옆 테이블에선 누군가가 켈렌스키를 논했다. 커피 냄새, 주문을 받는 종업원의 목소리, 크리스마스트리――그런 북적한 주위 속에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마지못해 원고용지와 만년필을 받았다. 그래서 적은 게 이 몇 장짜리의 어리석은 수다이다. 그러니 못난 글을 나무라려면 되려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듬직한 신사에게 해야 하지, 이걸 쓴 내게 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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