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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시마키 아카히코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by noh0058 202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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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키 씨와 마지막으로 만난 건 올해(다이쇼 15년) 정월이었다. 나는 그날 저녁밥을 사토 씨에게 얻어먹고 있었는데, 육도삼략이니 조발성 치매 이야기 따위를 했다. 얻어먹은 장소가 다름이 아니라 도쿄 역 앞의 카게츠였다. 또 사토 씨와 의외로 한산한 간선 열차를 타고 아라라기 출판사로 향했다. 나는 그 전철 안에서 어딘가 중국 소녀에 가까운 한 가녀린 여학생이 홀로 앉아 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출판사로 들어가기 전에 빈병을 산처럼 쌓아놓은 길 좌측에 서서 소변을 보았다. 혹시 몰라 말해두는데, 이런 생각을 떠올린 건 내가 아니다. 나는 단지 선배인 사이토 씨의 고견에 따랐을 뿐이다.
 출판사 아래층의 손님방에는 히라후쿠 씨, 후시자와 씨, 타카타 씨(?), 고금서원의 주인 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손님방은 좋게 말하면 소산했다. 차에 곁들인 밀감도 굵되 작았다. 나는 특히 이 밀감서 아라라기 다운 친근함을 느꼈다.(물론 위산과다증 때문에 하나도 먹지 못 한 건 사실이다.)
 시마키 씨는 꽤나 초췌하셨다. 따라서 두 눈만은 크게 보였다. 화제는 아마 간행 중인 나가츠카 타카시 전집이었으리라. 시마키 씨는 그 이야기에 이르자 쓴웃음과 함께 "쓰레기지요"하고 말했다. 그건 "쓰레기"에 힘을 준 굉장히 특색 있는 말투였다. 나는 그 사람과 만난 적은 물론이요 작품도 읽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시마키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자 곧 쓰레기인 것만 같았다.
 또 시마키 씨는 뒤로 앉은 채로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려 의학 박사인 사이토 씨께 신경통 주사를 받았다.(시마키 씨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두 번째 주사는 아팠던 모양이다. 시마키 씨는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사이토 군, 이거 꽤 아픈걸."하고 평담히 말했다. 이 신경통인 줄 알았던 게 실은 훗날에 시마키 씨를 죽인 암의 고통이었다.
 두세 달이 지난 후, 나는 츠치야 분메이 군으로부터 시마키 씨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또 "개조"에 실린 사이토 씨의 "아카히코 종언기"를 읽었다. 사이토 씨는 시마키 씨의 말년에 편안히 가셨다 말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병을 지녔던 내게는 적잖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 감명이 남아 있었던 탓이리라. 나는 새벽의 꿈속에서 시마키 씨의 장례식에 참가해 많은 사람들과 노래를 만들었다. "똘망한 눈동자에 두툼한 감을 쥔 마을 사람 이젠 못 보네"――이것만은 잠에서 깬 후로도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위의 다섯 글자는 잊은 게 아니다. 아마 만들지 않은 것이리라. 나는 이 꿈을 떠올릴 때마다 아직도 쓸쓸해진다.

 혼은 언젠가 하늘에 갈 우리에게 준비할 새를 주지 않는다.

 이건 시마키 씨의 회고만이 아니다. 동시에 또 이 문장을 쓴 병중의 내 심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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