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고전 번역928 장례식의 기록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멀리서 전화를 걸고 주름진 프록코트의 소매를 신경 쓰며 현관으로 오니 아무도 없었다. 손님방을 들여다보니 아내분이 누구인지 검은 몬츠키를 입은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과 서재의 경계에는 아까까지 관의 뒤에 세워져 있던 하얀 병풍이 세워져 있다. 어찌 된 건가 싶어 서재 쪽으로 가보니 입구에 와츠지 씨와 두세 명 가량이 멈춰 서있었다. 안에도 물론 많은 사람이 있었다. 마침 다들 선생님의 얼굴에 마지막 인사를 하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나는 오카다 군의 뒤를 따라 내 순서가 오는 걸 기다렸다. 이미 밝아진 유리창문 바깥에는 서리 방지용 밀짚을 씌운 파초가 가장 빠르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올라와 있었다――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이윽고 사람이 줄어 서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2021. 5. 9. 신기루――또는 속 "바다 옆"――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어느 가을의 점심쯤.. 나는 도쿄에서 놀러 온 대학생 K군과 같이 신기루를 보러 외출했다. 쿠게누마 해안에 신기루가 보이는 건 누구라도 알고 있으리라. 실제로 우리 집 여종은 거꾸로 뒤집힌 배를 보고 "얼마 전에 신문에 나온 사진이랑 똑같아요."하고 감탄했었다. 우리는 아즈마야의 옆을 지나 겸사겸사 O군도 부르기로 했다. 여전히 붉은 셔츠를 입은 O군은 점심밥 준비라도 하고 있는지,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우물 옆에서 펌프를 다루고 있었다. 나는 진피수 지팡이를 들어 올려 O군에게 신호를 보냈다. "거기로 올라와――아, 너도 왔구나?" O군은 내가 K군과 같이 놀러 온 거라 생각한 듯했다. "우리 신기루 보러 가려고. 너도 같이 갈래?" "신기루?――" O군은 불쑥 웃기 시작했다. "신기루가 유행이네.. 2021. 5. 8. 잡신일속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하나 유럽적 한커우 이 물웅덩이에 비친 영국 국기의 선명함――이런, 차에 부딪힐 뻔했다. 둘 중국적 한커우 복권이나 마작 도구 사이에 서쪽에 뜬 태양의 붉은빛이 감도는 모래길. 그곳을 홀로 걸으며 문득 헬멧 아래서 한커우의 여름을 느낀 건―― 한 바구니의 더위를 받아 가는 천도복숭아 셋 황학루 감당주다루라는 붉은 벽돌의 찻집. 유정현진루라는 건 역시 붉은 벽돌의 사진관――그 외에는 보이는 게 없다. 물론 갈색의 양자강은 눈앞에 줄지은 벽돌 지붕에 밝은 흰색을 빛내고 있다. 장강 너머는 대별산. 산 정상에는 나무 두세 그루. 그리고 작은 하얀벽의 우묘…… 나――앵무주는? 우츠노미야 씨――저 왼쪽에 보이는 겁니다. 물론 지금은 살풍경한 목재 저장소가 되었지만요. 넷 고금대 앞머리를 내려놓은 어린 기생 하나... 2021. 5. 7. 인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야스키치는 이제 막 서른이 되었다. 그런 데다가 여러 매문업자처럼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러니 '내일'은 생각하더라도 '어제'는 자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길을 걷거나 원고용지를 마주하거나 전차에 타고 있을 때에 문득 과거의 정경 하나가 선명히 떠오를 때가 있다. 후각 자극이 종래의 경험을 연상시켜 생기는 결과라고 한다. 또 그 후각 자극이란 것도 도심에 살고 있는 슬픔으로 악취라 불리는 냄새뿐이다. 이를테면 기차 매연 냄새를 맡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이다. 하지만 어떤 아가씨의 기억――5, 6년 전에 만난 아가씨의 기억은 그 냄새만 맡으면 굴뚝에서 올라오는 불꽃처럼 금세 되살아 난다. 그 아가씨와 만난 건 피서지의 정차장이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그 정차장의 플랫폼이었다. 당시 그 .. 2021. 5. 6. 세 개의 반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옛날옛날, 바그다드의 이슬람 사원 앞에 한 거지가 자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설교가 끝나 사원에서 사람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이 거지에게 적선하는 법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 거지를 보고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폐하. 알라께서 당신을 지켜주실 겁니다"하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상인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려 했기에 거지는 말했습니다. "폐하,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자 상인인 듯한 사람은 돌아보아 "나는 폐하가 아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거지는 "아뇨, 이번 폐하는 낙타꾼이나 물 운반부로 꾸며 아래 것들을 살피신다 합니다. 저는 아침부터 이렇게 연민을 팔고 있는데 누구 하나 제게 돈.. 2021. 5. 5. 청년과 죽음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배경은 없다. 환관 둘이 이야기하며 나온다. ――이번 달도 출산이신 왕비가 여섯이나 되십니다. 아이를 밴 분은 몇 십 명이나 되시는지 알 수가 없어요. ――다들 상대를 알 수 없는 건가요? ――한 사람도 알 수가 없네요. 애당초 왕비 분들 저희 말고는 남자가 출입할 수 없는 후궁에 계시니 그런 일은 불가능할 텐데 말이죠. 그럼에도 다달이 출산하시는 왕비가 계시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누가 숨어드는 남자라도 있는 거 아닌가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을 했죠. 그런데 아무리 보초 병사의 수를 늘려도 왕비들의 출산을 막을 수가 없네요. ――직접 여쭈면 어떻습니까. ――그게 묘해서요. 이래저래 물어보니 숨어드는 남자가 없는 건 아니랍니다. 그런데 목소리뿐이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가요.. 2021. 5. 4. 이전 1 ··· 127 128 129 130 131 132 133 ··· 155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