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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키시다 쿠니오245

신협극단을 보다 - 키시다 쿠니오 유라구좌의 '수천만이라 해도 나는 간다'는 줄곧 상연을 기대하고 있던 연극이다. 이번에 신극 협동 공연이란 계획 하에 이 히사이타 에이지로 군의 역작이 꼽힌 건 당연한 일이지 싶다. 이 작품은 이전 잡지에 발표된 것을 작가가 크게 손 대 그만큼 전체의 긴밀도를 높이며 전편 '북동의 바람'에서도 되도록 독립되도록 꾸며지게 됐다. 주인공 토요하라의 사상――보다 정확히는 그 온정주의적 신앙의 모순과 그 차질을 다루며 이를 계급 투쟁의 면으로 발달시키지 않으면서도 일종의 운명비극으로서 현대 사회의 도덕이 가진 문제에 비판의 눈초리를 보내도록 하는 노력과 배려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테마 중심이 살짝 불안정하단 우려는 있으나 이를 한 개의 전기극으로 꾸미면서 그 안에 역사적이며 사건적인 움직임을 자연스러운 극적 발전.. 2022. 11. 13.
폴 에르뷔에 - 키시다 쿠니오 천팔백구십오 년, '집게(Les Tenailles)'를 발표해 일약 극단의 주목을 받은 폴 에르뷔에는 천팔백구십칠 년 '사람의 규정(La Loi de l'Homme) 삼막이 국립극장의 상연목록에 더해진 행운(?)을 등에 업고 다음으로 천구백일 년 보트뷜좌의 '횃불(La Course du Flambeau)' 사막의 훌륭한 무대적 성공을 통해 시대적 작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자유극장 운동에서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 소설가로서 얼핏 사실주의적 경향을 가진 그는 그 희곡을 통해 개념적 무대 표현을 시도하고 이 점이 되려 실사만능의 당시 극단에 한층의 신선미를 준 건 말할 것도 없다. 그에게 상을 준 사람이 전통주의를 표방하는 비평가였던 점도 주목해야만 한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항상 어떤 '문제 해결'에.. 2022. 11. 12.
공개장 - 키시다 쿠니오 하타나카 씨. 일본의 신극 개척자 중 한 명. 먼저 당신을 이렇게 부르도록 허락해 주시지요. 나는 신극 협회를 위해 쓴소리 한 마디를 해보려 합니다. 당신의 재능과 당신의 용기를 신뢰하는 자는 일본신극단 특히 호극가 중에 저 하나만이 아니라 봅니다. 당신이 경제적 어려움과 싸우면서도 우리가 바라던 하나의 극단, 현대극을 정기 상연할 장소와 사람을 소유한 신극단 실현에 도달한 것은 오늘날 우리 극단계가 가장 주목해야 할 일이라 봅니다. 게다가 그 첫날은 또 어떨까요. 관객이 고작해야 서른 명 언저리. 초대장 발송이 늦어졌단 이유――아뇨, 그건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세간이 모르는 거지요. 당신은 닷새 동안 매일 서른 명씩 오면 되는 거 아니냐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와야만 하는 겁니다. 단지 모르는 거.. 2022. 11. 11.
궤도(침묵극) - 키시다 쿠니오 인물 여자. 남자. 취객. 역무원. 장소 대도심 교외를 지나는 고속 전철의 작은 정류장. 시대 현대. 무대는 플랫폼이다. 정면에 의자. 막차 시각. 초여름. 자칭 신사풍 취객 홀로 의자 위에 누워 있다.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가정부인 듯 보이나 그런 것치고는 살짝 몽상가 같다. 그러면서도 어딘가――아마 입가이리라――차가운 매력 같은 걸 가진 여자. 스물네다섯 쯤 되었을까. 빠른 걸음으로 들어온다. 취객과 살짝 거리를 두고 앉는다. 가방에서 커다란 각봉투를 꺼낸다. 편지로 그 봉투를 뜯더니 내용물을 읽는다. 무표정. 그러는 사이 한 젊은 양복――학생 분위기가 아직 빠지지 않은 중절모 착용법――이 유유히 들어온다. 물론 전차를 기다리나 부산스러운 심정으로 어딘가 여자 쪽을 훔쳐보며 플랫폼을 오가고 있다. .. 2022. 11. 10.
모리모토 카오루 군 - 키시다 쿠니오 모리모토 카오루 군의 작품을 읽으면 굉장히 새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모리모토 군의 진짜배기 새로움이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단 비평이 보입니다. 모리모토 군의 새로움은 요컨대 그렇게 문제시되는 성질의 것이라 봅니다. 이번에 우연히 모리모토 군이 죽은 교토에서 '게키사쿠'가 재간되게 되었는데 그 사실은 어쩐지 '게키사쿠'의 새로운 출발점에 지금도 모리모토 카오루가 있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무대적 리얼리즘의 추구는 다이쇼 첫해에 나온 작가군 쿠보타, 키쿠치, 야마모토, 쿠메 같은 사람들 손으로 첫 기반이 쌓였지요. 연극상의 리얼리즘의 첫 뿌리가 거기에 있다면 그게 점점 자라 이번에는 쇼와 10년 전후, 요컨대 '게키사쿠'의 운동이 열매를 맺은 시대에 드디어 근대적인 의미의 리얼리즘이 진정으로 완.. 2022. 11. 9.
돛단배 그림 - 키시다 쿠니오 벌써 10년 전 일인데 내가 친구 A군에게 우연찮게 사에키 유조의 그림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건 어떠냐며 작은 풍경 스케치를 가져와주었다. 파리 교외의 뫼동 주변으로 보이는 사에키치고는 보기 드물게 색이 밝고 포장지 같은 데에서 쉽게 찾아 볼 법한 초가을 숲이었다. 나는 기뻤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어 A군은 보도요원으로 남방으로 가게 됐고 내가 별송연에 그를 불렀을 때――자신은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이 그림만이라도 네가 가져둬 하고 말하며 한 눈에 내 마음을 사로 잡은, 작지만 사에키 유조 독특의 깊은 정서가 드러난 걸작을 주었다. 나는 이 그림에 그려진 하늘과 바다와 묵묵히 떠있는 돛단배 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이 작가의 혼이 가진 향수에 이끌.. 2022.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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