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728x90
반응형
SMALL

사토 하루오37

이상한 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나는 등나무 장의자에 멍하니 누워 있다. 눈앞에 난간이 있는 걸 보면 배 간판이라도 되는 듯하다. 난간 너머에는 회색 파도에 뛰어드는 생선인지가 빛나고 있다. 하지만 무얼 위해 배에 탔는지는 이상하리만치 떠오르지 않았다. 일행이 있는가 혼자인가. 그런 것마저 애매했다. 파도 너머도 안개가 짙은 탓인지 한없이 애매하기 짝이 없다. 나는 장의자에 누운 채로 몽롱히 피어오른 안개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졌다. 그러자 염력이라도 통한 것처럼 서서히 섬 그림자가 떠올랐다. 중앙에 산 하나가 우뚝 선 원뿔에 가까운 섬 그림자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강의 윤곽 이외엔 또렷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먼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옅은 섬 그림자는 여전히 희미하기만 하다. 염력.. 2021. 8. 11.
버려진 편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는 히비야공원 벤치에 떨어져 있던 몇 장인가의 서양 종이에 적힌 편지이다. 나는 이 버려진 편지를 주었을 때 내 주머니에서 떨어진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꺼내 보니 누군가 젊은 여자에게 건넨 역시나 누군가 젊은 여자의 편지인 듯했다. 내가 이런 편지에 호기심을 품은 건 물론이다. 그뿐 아니라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내용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나로서는 놓칠 수 없는 한 줄이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멍청이야."! 나는 어떤 비평가가 말한 것처럼 "스스로의 작가적 완성을 망쳐 놓을 정도로 회의적"이다. 특히 나 스스로의 어리석음에는 누구보다도 한 층 더 회의적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멍청이야!" 이 얼마나 매서운 발언이랴. 나는 마음속에 붙은 불을 열심히 억누르며 일단 그녀의 논거를 점검해보.. 2021. 8. 1.
프롤레타리아 문학론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험담하는 게 아니다. 되려 변호해보려 한다. 하지만 나는 일반적으로 부르주아 작가로 구분되는 걸 보면 네가 변호할 필요는 없단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다. 프롤레타리아 문학이란 무엇이랴. 여러 사람이 제각기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는데 나는 프롤레타리아 문명이 낳은 문학으로 부르주아 문명이 낳은 부르주아 문학과 대비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엔 프롤레타리아 문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문명에 따라 만들어진 프롤레타리아 문학은 존재하지 않을 터이다. 그럼 달리 해당하는 게 없는가 하면, 같은 부르주아 문명이 낳은 문예 중 하나를 프롤레타리아 문학으로 봐야 하리라. 그럼 같은 문명 아래에 있어도 작가에 따라 프롤레타리아 문학도 되고 부르주아 문학도 되는 셈이다. 즉 프롤레.. 2021. 7. 20.
일본 소설의 중국 번역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하이의 상무인서관서는 세계총서란 걸 내놓았다. 그중 하나가 "현대 일본 소설집"이다. 안에 담긴 건 쿠니키다 돗포, 나츠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스즈키 미에키치, 무샤노코지 사네아츠, 아리시마 타케오, 나가요 요시로, 시가 나오야, 센게 마토마로, 에마 슈, 에구치 칸, 키쿠치 칸, 사토 하루오, 카토 타케오, 나까지 열다섯 명, 서른 편이다. 그 중 나츠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아리시마 타케오, 에구치 칸, 키쿠치 칸 다섯 명은 루쉰魯迅 씨의 번역이고 그 외에는 모두 저우쭤런周作人 씨의 번역이다. 그리고 후스胡適 씨가 교정을 보았다. 1922년 5월 베이징에서――그렇게 시작되는 저우쭤런 씨의 서문에 따르면 "일본 소설은 20세기서 놀랄만한 발달을 이루어 국민적 문학의 정수가 되었을 뿐 아니라 수많.. 2021. 7. 18.
「세 가지 보물」 서두를 대신하여 - 사토 하루오 다른 세계에 보내는 편지. 아쿠타가와 군. 네가 쓴 훌륭한 서적이 만들어질 거야. 너는 이 책이 나오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들었어. 왜 하다못해 이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은 거야. 그리고 왜 여기에 네 펜으로 서문을 적지 않은 거야. 네가 직접 쓰지 않은 탓에 내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문장을 쓰게 되어버렸잖아. 덕분에 나도 곤란해. 네 유족이나 오아나 군이 바라서 쓰고 있지만 내가 네 책을 장식할만한 글을 써낼 수 있을 거 같지 않아.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위해 단 하나 공을 올리긴 했어. 이 책의 교정쇄를 읽다 오식 하나를 발견해 수정해뒀거든. 물론 그 공적도 권두에 이런 이야기를 적어 네 아름다운 책을 더럽히는 죄에 비하면 작을지도 몰라. 분하면 뛰쳐나와서 불평이라도 한 마디 해줘. 아니면.. 2021. 6. 13.
사토 하루오 씨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사토 하루오는 불행히도 항상 나를 오해하고 있다. 내가 '아리시마 이쿠마 군에게 말한다'를 썼을 때,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평소에도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기치선명한 게 좋잖아." 나는 항상 기치선명하다. 단 한 번도 바보라 생각한 군자에게 총명해지라고 말한 적이 없다. 단지 바보라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걸 기치선명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사토의 오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또 내가 "야스키치의 수첩"을 쓸 때에 사토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응, 그건 좋아. 단지 내가 생각하기에 미완성의 미를 인정하지 않는 건 너를 위해서도 유감이지 싶어." 이 또한 사토의 오해이다. 나는 미완성의 미에 냉담한 게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처럼 아무렇지 않게 미완성작만 발표하지는 않을 터이다. 또 .. 2021. 3. 3.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