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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하루오37

음료 이야기 - 사토 하루오 나이 먹은 이후로 매년 조금씩 찌기 시작해서 지금은 항상 십팔 관이상 나온다. 속옷도 평범한 건 맞지 않는데 이런 남자 같은 체중이 된 건 마흔 너머로 소년일 적에는 뼈와 가죽뿐인 말라깽이면서 몸은 건강하기 짝이 없는 체질로 오 척 육 촌의 키와 십이 관의 체중을 유지했다. 마른 탓인지 더위로 고생한 적은 없고 땀도 조금도 흘리지 않았다. 지금은 더위도 싫고 땀도 남들만큼 흘리나 살이 찐 지금도 다르지 않은 건 내 몸은 사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항상 마실 걸 요구한다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더욱 그렇다. 항상 마실 걸 요구한다고 하면 굉장히 애주가일 거 같고 평소에 갈망을 참지 못한다 하면 무언가 정신적 요구처럼 들리나 어느 쪽도 아니다. 마치 식물처럼 수분을 원할 따름이다. 처음에 마실 것에 관해 적겠다.. 2021. 11. 4.
넥타이와 지팡이 - 사토 하루오 넥타이와 지팡이. 나는 그런 물건의 애호가가 아니다.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든 건 천하의 가십이다. 가십에 따르면 나는 삼천 개의 넥타이를 지니고 있다 한다! 잘 생각해 보라. 하나에 오 엔이라 치고 삼천 개면 일만 오천 엔이다. 나는 불행히도 그만큼이나 철저히 비상식적이지 않다. 넥타이 삼천 개란 사실 백발 삼천 개처럼 수많다는 뜻일지 모른다. 그럼 나는 실제로 몇 개나 가지고 있을까. 세어 본 적은 없으나 고작해야 서른 개나 마흔 개. 물론 나는 어떤 것이든 수집하는 취미가 일체 없다――없었다고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조금이나마 수집가의 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렇더라도 나는 수집하기보다는 놓아주는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 나는 넥타이도 꽤나 많이 놓아주었다. 즉 남.. 2021. 11. 3.
우노 코지 군을 생각한다 - 사토 하루오 21일 오후 11시경, 이미 자리에 누워서 막 잠에 들려던 나는 두 신문사 손에 일어나 우노 군의 타계 소식에 놀랐다. 우노 군이 일 년 전부터 병으로 누운 건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본래 끈기 좋은 장건한 체질이며 이따금 병상에 눕다가도 곧장 기운을 차리는 우노 군도 알고 있었으니 그 재기는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병상을 찾지 않는 사이에 우노 군을 잃은 내가 단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예술원의 가을 회합에는 반드시 참가하리라 믿고서 신규 회원의 선정 등을 전화로 이야기한 게 한 달 전 일이었던가. 그때도 고용인 이야기로는 병상은 그리 걱정스럽지 않고 단지 다리가 조금 불편할 뿐이라서 전화도 받기는 받았던 것이다. 목소리도 기운찼고 말하는 것도 분명했다. 하지만 전화를 받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 2021. 11. 1.
천성 시인 - 사토 하루오 내게 '시인 바보'란 말이 있다. 시인은 보통 속세 사람으로선 무능력하지만 그 때문에 사람은 순진무구하다. 하늘은 그런 무구함을 보호할 생각으로 시인에게 속세적 재능을 주지 않았단 설이다. "시는 다른 재능이다"란 옛사람의 말도 같은 뜻일까. 이러한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람으로 나는 항상 무로우 사이세이 군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즉 내가 생각하는 천성 시인의 전형이다. 스스로 능력이 없다 말하는 그는 능력이 있네 없네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이란 생활 형태하고는 전혀 동조하지 못하는 야생아이다. 시인의 천직은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진 로봇화한 인간 사회에 인간 본연의 원시적인 창조주의 창조 그 자체를 보존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천성 시인은 당연히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이다. 이 천성 시.. 2021. 10. 31.
나가이 카후 - 사토 하루오 선생님하고는 약 반 세기 가량의 추억이 있어 이미 보잘 것 없는 글도 수천 장 가까이 적었다. 그 결론을 지금 여기에 두 장으로 요약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선생님은 자신을 무뢰한으로 칭했지만 실은 좋은 집안의 가르침을 받은 신사고 그 가르침과 가풍에 반역한게 카후 문학이다. 선생님은 온후하고 둔한 좋은 성품을 지녀 이것을 선생님 자신을 천하의 대작가로 만든 동시에 또 무뢰한을 자칭하고 다닌 건 전적으로 선생님의 이상한 색정 때문이다. 예술이란 결국 정욕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명문가와 호색가 사이에 있는 심리적 혹은 생리적 필연의 관게는 장래에 반드시 연구 발표되리라. 단눈치오의 시문, 레니오의 글, 우리 카후 문학도 그 때의 유력한 증거로 인용되어야 하리라. 색정은 본래 생물이 가진 천성의 가.. 2021. 10. 28.
첫 만남 - 사토 하루오 모년모월모일――이 날자는 당시 그가 보낸 편지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그 시절의 편지는 두 통이나 세 통――전집에도 미수록된 게 보존되어 있다――단지 홋카이도에 있는 동생이 소중히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아직도 돌려주지 않는다.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 남자는 무엇이든 남의 걸 가지려 드니 곤란하다. 이번 호에도 이 편지의 사본이라도 제공하면 유익할 터인데 화가 나기 시작했다.(이 부분을 발췌해 어리석은 동생에게 보내줄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어느 날, 해는 또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2월인가 3월 봄의 아직 추운 날이었다. 처음 아쿠타가와를 방문했다. 그전에 두세 번 편지를 주고받은 에구치를 통해 간접으로 교우 관계는 만들어져 있었나 직접 만나는 .. 2021.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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