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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84

후지산에 관해 - 다자이 오사무 코슈의 미사카토게의 정상에 탄케차야라는 자그마한 찻집이 하나 있다. 나는 구 월 십삼 일부터 이 찻집의 이 층을 빌려 조금씩 별 볼 일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찻집 사람들은 친절하다. 나도 당분간은 여기서 일에 집중할 셈이다. 텐카차야. 정확히는 텐카잇차야라 한다. 가장 가까운 터널 입구에도 '천하제일'이란 큰 글자가 새겨져 있고 안다치 켄조란 서명이 있다. 이 주변 광경은 천하제일이란 뜻일 테지. 여기에 가게가 세워졌을 때도 꽤나 행렬이 생겼다고 한다. 도쿄의 관강객도 반드시 여기서 한 번 쉬고 간다. 버스서 내리고 먼저 언덕 위에서 소변을 본 후 아아, 좋은 경치인 걸 하고 감탄한다. 관강객들의 그런 탄성을 들으면 나는 2층서 일이 괴로워 드러누운 채로 그 천하제일의 광경을 옆에서 본다. 후지산이.. 2022. 2. 10.
'후지산 백경' 서장 - 다자이 오사무 수록――"후지산 백경", "여학생", "만원", "직소", "여자의 결투", "달려라 메로스", "그는 과거의 그가 아니니", "로마네스크" 메이지 42년 초여름에 혼슈 북단에서 태어난 연약한 남자아이가 그럼에도 남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거들먹 거리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서, 그래도 살아 있는 한 하나의 긍지를 지니려 바보 같이 노력한 걸 하나하나 적어 남긴 게 제가 하는 모든 일의 테마입니다. 어젯밤에도 늦게까지 전장에서 돌아 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 사람 모두 동시에 인간은 어디서 뭘 하든 단 하나 "올바름"이란 것만 새겨두면 된다는 말을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 문학이 엉망이네 과장이네 바보 같은 해석은 하지 않고 제가 항상 괴롭게 살고 있다는 독자는 몇이나 될까요. 하지만 작가란 자.. 2022. 2. 9.
세 교장 - 다자이 오사무 내가 히로사키의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입학식서 훈화를 한 교장은 아마 쿠로가네란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금테 안경을 쓰고 몸이 말랐으며 살짝 태도가 건방진 사람이었다. 타카타 사나에를 닮았다. 나무 심는 걸 좋아하여 학교 주위에 다양한 나무를 우아하게 배치하고 이따금 홀로 뒷짐을 친 채 그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걷고는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교장으로 스즈키 신타로 씨가 왔다. 이 사람의 이름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이 사람은 교장일을 그르친 사람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정치가 기질이 있는 사람이며 조금은 정당과도 관련이 있었던 듯하다. 취임하자마자 일 주를 오 일로 하여 토요일을 쉬는 날로 삼으며 평일에도 오전 수업만 하고 싶다, 그 때문에 학생들이 나태해질 거 같지 않다. 자신.. 2022. 2. 6.
요코즈나 - 다자이 오사무 2, 3년 전의 미야코신분 정월호에 요코즈나 미나노가와에 대해 쓴 적이 있는데 올해는 요코즈나 후타바야마를 조금 다뤄 볼까 한다. 나는 스모를 전혀 모른다만 그래도 요코즈나에겐 무관심하지 않다. 어느 정직한 사람에게 들은 말인데 후타바야마란 남자는 필요 없는 일에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잘 지내시나요. 춥네요. 바쁘시죠. 전부 불필요한 말이다. 후타바야마는 대답하지 않는다고 한다. 뭐라고 대답해라. 그렇게 일어서 완력으로 어떻게 해보고 싶어도 상대는 후타바야마다. 도무지 이길 수 없다. 어느 오뎅집 토코노마에 '인忍'이라는 글자가 족자에 크게 적혀 있었다. 별로 잘 쓴 글자는 아니었다. 어떤 이상한 명사가 쓴 글일까 하는 생각에 경멸하며 서명을 보니 후타바야마였다. 나는 술잔을 손에 들고 길고 큰.. 2022. 2. 2.
새로운 형태의 개인주의 - 다자이 오사무 소위 사회주의 세상이 되는 건 당연한 일로 여겨야 한다. 민주주의라 한들 그건 사회민주주의를 말하는 거지 과거의 사상과 달라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리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개인주의가 대두되는 현실을 직시하여 긍정함에 우리의 삶의 방식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2022. 2. 1.
괴로움 일기 - 다자이 오사무 월 일 우편함에 누군가가 살아 있는 뱀을 넣었다. 화가 났다. 하루에 스무 번 가량 집 우편함을 들여다보는 팔리지 않는 작가를 비웃는 사람이 하는 일이 분명하다. 꺼림칙해서 종일 누워만 있었다. 월 일 고뇌를 팔지 마라. 지인이 그런 서란을 보냈다. 월 일 몸 상태가 안 좋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왔다. 고향에 이야기해도 믿어 주지 않을 듯하다. 정원 구석에 복숭아꽃이 피었다. 월 일 백오십만의 유산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얼마나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 한다. 8년 전, 호적에서 파였다. 친형의 정으로 어제까지 살아왔다. 앞으로 어쩌면 좋을까. 스스로 생활비를 번다는 건 꿈에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대로는 죽는 것 이외엔 도리가 없다. 오늘까지 더러운 일을 한 탓이다. 꼴좋다지, 문장이라고는 볼품..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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