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슈의 미사카토게의 정상에 탄케차야라는 자그마한 찻집이 하나 있다. 나는 구 월 십삼 일부터 이 찻집의 이 층을 빌려 조금씩 별 볼 일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찻집 사람들은 친절하다. 나도 당분간은 여기서 일에 집중할 셈이다.
텐카차야. 정확히는 텐카잇차야라 한다. 가장 가까운 터널 입구에도 '천하제일'이란 큰 글자가 새겨져 있고 안다치 켄조란 서명이 있다. 이 주변 광경은 천하제일이란 뜻일 테지. 여기에 가게가 세워졌을 때도 꽤나 행렬이 생겼다고 한다. 도쿄의 관강객도 반드시 여기서 한 번 쉬고 간다. 버스서 내리고 먼저 언덕 위에서 소변을 본 후 아아, 좋은 경치인 걸 하고 감탄한다.
관강객들의 그런 탄성을 들으면 나는 2층서 일이 괴로워 드러누운 채로 그 천하제일의 광경을 옆에서 본다. 후지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이고 카와구치코가 그 아래서 차갑고 하얗게 펼쳐져 있다. 이렇다 할 감개는 없다. 나는 고개를 젓고 한숨을 내쉰다. 이 또한 내가 풍류가 없는 탓일까.
나는 이 풍경을 거부하고 있다. 가까운 가을 산들이 양쪽에 뻗고 그 안쪽에 호수가, 그리고 푸른 하늘에 후지의 꼭대기가 보인다. 이렇게 잘라 놓은 풍경이네는 무어라 도리 없는 부끄러움이 있지 않은가. 이래서야 마치 목욕탕의 페인트 그림만 같다. 연극의 배경이다. 너무나도 사람이 원하는 바를 고스란히 옮겼다. 후지가 있고 그 아래에 하얀 호수가 있다. 당최 무엇이 천하제일이란 말인가. 그런 말을 하고 싶을 지경이다. 너무 공을 들여 되려 볼품 없다. 지나치게 완성되어 있다. 그렇게 느끼는 것 또한 내가 젊기 때문일까.
소위 "천하제일"의 풍경이란 항상 놀라움이 따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선 케곤 폭포를 권한다. "케곤華厳, 화려하고 엄숙한"이란 이름도 잘 붙였지 싶다. 괜히 격렬함과 강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 나는 토호쿠 출신이나 눈앞도 보이지 않는 눈보라 부는 황야를 절경이라 말하진 않는다. 인간에게 무관심한 자연의 정신, 자연의 종교란 게 아름다운 풍경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후지를, 하얀 부채니하며 마치 앉아서 보는 구경거리로 삼는 게 내키지 않는다. 후지란 용암산이다. 새벽녘의 후지를 보라. 돌 투성이 표면이 아침해를 받아 붉게 빛난다. 나는 되려 그러한 후지의 모습에 숭고함을 느끼고 천하제일임을 실감한다. 찻집에서 양갱을 먹으며 하얀 부채구나 하는 게 안타까울 정도이다. 또 이 문장은 찻집 사람들이 읽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꽤나 친절히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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