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SMALL 분류 전체보기1354 여름과 인형 ~남국에서 온 이야기 - 사카구치 안고 당신은 남국의 꼭두각시를 아십니까?(어떤 박식한 여행가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분라쿠 무대에 비하면 너무나 원시적이고 볼품 없지만 진정한 명인 기질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인형사가 마음을 담은 영묘한 인형은 오히려 버려진 꼭두각시꾼한테 전해져 있습니다. 칠 년 전 일입니다. 시코쿠의 한적한 길거리서 가장 신비한 꼭두각시꾼을 보았지요. 그 기묘한 연극이란! 제 마음은 끝이 없는 몽환의 깊은 곳에 이끌렸습니다. 하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건(그리고 그는 감동하여 눈을 꾹 감았습니다)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연극을 마친 인형 이마에 땀이 질척하게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단 점입니다. 박식한 여행가의 이마에는 땀 같은 게 남지 않으니 저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합니다. 2023. 2. 15. 토요시마 씨 - 사카구치 안고 예술가 중에 괴상하고 이상한 사람은 많을지 모르나 신선은 적다. 애당초 예술이란 대개 확장하는 일이니 괴이함과는 통하는 구석이 있으나 신선 노름하고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팔아내는 장사법이나 인기를 버는 성질상으로도 괴이함하고는 통해도 신선 노름하고는 인연이 적다. 당 시인 중에는 신선이 적지 않은 듯 여겨지나 대개 그 시대 시인은 정치에 뜻을 두고 있으나 실제로는 생활의 냄새가 풍기곤 했을 터이다. 일본이나 서양 시인은 주로 화조풍월이나 애수를 노래하니 풍화하여 신선이 될 확률은 높은 듯하나 이런 잔잔한 세계는 풍화 작용이 애매하니 기껏해야 반신수에 그치기 마련이다. 토요시마 씨는 신선이다. 현대서나 과거서나 찾아보기 힘든 부류다. 과거란 과거 속에 신선의 요소가 있었을 뿐이지 과거의 인간 그 자체는 .. 2023. 2. 14. [리뷰] CU K-오리지널 바베큐 버거 K-오래도 간다 뭐든지 앞에 'K-'를 붙이는 거... 금세 사라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짜 오래간단 말이죠. 뭐, 이전과 달리 마냥 국뽕만은 아니란 생각도 드니까요. 나쁘지 않지... 싶긴 하지만 설마 편의점 햄버거서까지 K 드립을 볼 줄이야. K- 오리지널 불고기와 K-오리지널 바베큐. 전자는 둘째치고 후자는 이름부터 영어인 게...? 하물며 전자는 굳이 안 붙여도 오리지널인 걸 누가 모를까요. 해외 여행객들이 편의점 자주 오니 그걸 노린 걸까요. 어찌 됐든 괜히 눈이 가서 바베큐 쪽으로 한 번 집어와 봤습니다. K-오리지널 바베큐 버거 겉표지는 이렇다 특이할 건 안 보이네요. 기와 모양이 달린 K-오리지널 표시 정도? 봉투로 볼 때엔 몰랐는데 제품 사진으로 보니 윗부분이 살짝 한지 풍이긴 한 거.. 2023. 2. 13. 후기('도쿄') - 사카구치 안고 도쿄란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소설 주인공은 되려 코켄 덴노다. 세 여주인 덕에 유지된 천황가란 가족 정부의 독자적인 성격, 집을 지키기 위해 오니처럼 깊은 진념을 가진 여주인의 뜻에 따라 길러져 그 의지의 정령처럼 결실을 맺은 쇼무 덴노와 그 황후, 더욱이 그 아래서 태어난 코겐 덴노. 내가 이 소설을 쓸 때 가장 큰 매력을 느낀 건 이 여제였다. 그럼에도 내가 '됴코道鏡'를 제목으로 삼은 건 저널리즘에 끌려서이다. 말하자면 상품으로서의 제목을 내 건 살짝 추한 속내였단 건 부정할 수 없다. 하물며 제목을 두고 이래저래 생각하는 게 귀찮아졌다. 나는 이전부터 제목을 두고 고민하는 걸 아주 싫어했다. 제목 따위는 문학 자체와 아무 관계도 없고 작가는 소설만 쓰면 그만이니 아무래도 좋았다. 내 소.. 2023. 2. 13. 슬픈 풍조 - 사카구치 안고 과거 문사들이 어떤 식으로 논쟁했는가. 나는 잘 알지 못하나 사토 하루오와 카와모리 요시조 두 선생님의 대논쟁에는 새로운 시대풍이 불고 있지 싶었다. 카와모리 선생님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신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결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사토 노인이여, 귀하의 대답은 귀중한 증언이 될 테니 신중히 대답해달라. 그런 도전 방식은 과거 문사가 깨닫지 못한 새로운 방법이지 싶은데 실제론 어떨까. 국가와 국가 사이에 분쟁이 생겨 국련에 기소한다. 과거의 약소국은 가까운 강국에 울며 매달리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요즘에는 국련이란 강력한 조직이 생겨 분쟁에 기소가 따른다.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신헌법 덕에 문사도 도리 없이 발매 금지를 먹어 눈물만 뚝뚝 흘리는 일도 사라졌다. 채털리 부인은 법정에.. 2023. 2. 12. 후기를 대신해('교조 문학') - 사카구치 안고 나는 사회인으로서의 자아란 걸 생각하며 정치에 대해서도 생각하나 타고 날 적부터 정치가가 될 수 없는 생물이다. 나는 요즘 시대에 태어났으니 문사가 되었으나 과거에 태어났어도 결코 이름을 날린 귀인이나 천하의 호걸이 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리라. 고작해야 비파법사나 음유시인 같은 게 되었겠지 싶다. 물론 나도 어릴 적에는 군인이나 스님이 되려 생각했으니 천하의 호걸이나 고승이 되려는 시도는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음유시인이나 비파법사가 될 팔자라 본다. 생각하기에 코바야시 히데오 또한 정치가가 될 수 없는 팔자의 교육 종교형 시인이나 그는 비파법사나 음유시인이 되어 평생을 끝내려 하는 생각은 없어 속세로 돌아가 겸호법사가 되는 점이 나와 큰 차이이리라. 닮으면서도 미처 닮지 못하는 그 차이가 교.. 2023. 2. 11. 이전 1 ··· 58 59 60 61 62 63 64 ··· 226 다음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