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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

후기를 대신해('교조 문학') - 사카구치 안고

by noh0058 2023.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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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회인으로서의 자아란 걸 생각하며 정치에 대해서도 생각하나 타고 날 적부터 정치가가 될 수 없는 생물이다.

 나는 요즘 시대에 태어났으니 문사가 되었으나 과거에 태어났어도 결코 이름을 날린 귀인이나 천하의 호걸이 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리라. 고작해야 비파법사나 음유시인 같은 게 되었겠지 싶다.

 물론 나도 어릴 적에는 군인이나 스님이 되려 생각했으니 천하의 호걸이나 고승이 되려는 시도는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음유시인이나 비파법사가 될 팔자라 본다.

 생각하기에 코바야시 히데오 또한 정치가가 될 수 없는 팔자의 교육 종교형 시인이나 그는 비파법사나 음유시인이 되어 평생을 끝내려 하는 생각은 없어 속세로 돌아가 겸호법사가 되는 점이 나와 큰 차이이리라.

 닮으면서도 미처 닮지 못하는 그 차이가 교조 문학이란 걸 쓰게 했으리라.

 논쟁의 여지는 없다. 나는 어릴 적부터 호걸을 꿈꾸는 동시에 음유시인을 뜨겁게 사랑했고 오랫동안 프랑스 책을 읽을 즘에도 저글러 같은 말을 찾으면 그리움에 잠기곤 했다.

 나는 지금도 악기를 들고 들과 산을 친구 삼아 마을 입구에 서서 자작 시와 극을 연주하는 여행가를 꿈꾼다. 이는 나의 모습이다.

 나로선 아내나 아이와 함게 조용히 여생을 보내는 건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정치를 향한 오만한 비판이나 권문세족을 향한 반골을 타고 나서 그 혼을 목소리에 실어 유랑하는 일생을 보내게 되리라.

 나는 실제로 내가 죽은 후의 일이나 내 무덤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즉 자손을 떠올릴 수 없게 태어난 듯하다.

 내게 연인은 있으나 아내란 사고방식은 도무지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죽은 후에 그 연인의 생활이 궁핍해지지 않도록 무언가 해주고 싶단 생각은 든다. 반면에 내 무덤을 지켜달란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으며 부디 훌륭한 남자를 찾아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란다. 이는 내 주위에 관한 생각이다.

 나는 단지 각 마을의 문 앞에서 노래할 뿐이다.

1947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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