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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사카구치 안고

'이방인'에 관해 - 사카구치 안고

by noh0058 202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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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가라시쿠니에서 포로가 된 한 일본 시민이 그 땅의 병원 근무를 명 받아 잡역부로 일하는 이야기다.

 이를 사실로 보는 건 적합하지 않다. 기록 문학이라 불리는 것도 순수하게 사실을 기록했다 여기는 건 착각으로 주관이란 게 사실을 일그러놓기 마련이다.

 '이방인'의 경우에는 기록성이란 그림자를 두리우면서도 문학이라는 또렷한 자각 하에 만들어진 것이나 이제까지 나타난 억류 생활의 기록 문학과 비교하여 문학적 우위란 걸 이만큼 강력히 보여준 작품이 나타난 점은 일본 문단의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지.

 이 작품에 흘러넘치는 선의의 크기와 듬직함은 이 작가가 앞으로 무엇을 쓰지 않아도 이 한 작품만으로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에 살아남으리란 생명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리도 어리면서 꼬임 없이 안정된 선의란 실제 인생에는 없을지 모르나 문학에는 존재할 수 있으며 또 그 때문에 인간이 문학을 필요로 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나 어리고 안정된 선의란 아마 이제까지의 일본에선 그려진 적이 없었지 싶다.

 '25시'를 읽었을 때 철저하게 사실에 임한 거친 붓놀림과 인간을 다루는 선이 비슷하다 싶었다. 선의도 닮아 있다. 단지 이야기 줄기의 기복은 약간 차이가 심하다.

 하지만 나는 '이방인'을 훨씬 높게 평가한다. 이방인의 선의에는 탁함이 없다. 사람들은 너무나 탁함 없이 안정된 탓에 이 선의를 겉꾸민 것이나 거짓된 것으로 여길지 모르나 선의는 탁하지 않은 게 제일이다. 그리고 그런 걸 의도적으로 쓰고 싶어도 인간의 숭고함(기술적인 면도 포함해서)이 올 때까지는 아무도 쓰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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