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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928

내가 열네 살 때 일 - 모리 린타로 과거의 생활은 다 먹어버린 밥과 같다. 밥이 소화되어 살아 있는 즙이 되어 생활의 토양이 되듯이 과거의 생활은 현재 생활의 바탕이 된다. 또 앞으로 생활의 바탕도 되리라. 하지만 생활이란 특히 몸이 튼튼하여 생활하는 자는 하나같이 먹어버린 밥마저 생각할 여유를 지니지 못한다. 나는 바쁜 사람이다. 과거 생활을 생각할 새가 없다. 좀 더 나이를 먹어 현재가 공허해지거나 미래도 배기구 아래 공기처럼 서서히 희박해진다면 돌아보는 일은 있으리라. 어찌 됐든 먼 미래의 일이다. 내가 명사라서 이런 걸 묻는다는데 그 명사란 것도 좀 우습다. 사실 나는 아직 무엇 하나 성공했다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도 무언가 성공하려 마음먹고 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생각한다. 그것도 공상으로 끝날지 모른다. 단지 그.. 2023. 2. 26.
'현대어 번역 겐지모노가타리' 서문 - 모리 린타로 겐지모노가타리를 현대 입말로 번역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 문제의 해결을 꾀하는 게 이 책의 서문으로 적당하지 싶습니다. 단순히 필요가 있는가 하고 말한다면 시대가 그걸 요구하냐는 뜻이겠지요. 어리석은 제게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이를 피해 필요한가 불필요한가 하는 문제를 제 손에 담기는 방향으로 가져가려 합니다. 어떤 방향인가. 저는 문제를 제 개인으로 옮기고 싶습니다. 현대 입말로 번역한 겐지모노가타리를 원하는가. 누가 제게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원한다고 말할 겁니다. 저는 이 이야기의 번역본을 절실히 요구합니다. 요즘 들어 일본과 중국의 고문헌, 고문으로 쓰인 근대인의 저서 등이 수없이 번역됩니다. 하나같이 시대가 요구하는 걸지도 모릅니다만 그 안에 제가 바라는 책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합니다.. 2023. 2. 25.
모리 선생님 - 나가이 카후 한때 여러 잡지나 신문을 통해 모리 선생님에 관한 집필을 요청받았으나 이번 경우엔 뭘 쓰면 되나 정리가 잘되지 않는다. 좀 더 시간을 두어야 뭐라도 쓸 수 있을 듯하다. 모리 선생님이 예순 평생을 들여 연구한 학예는 거의 백과사전처럼 광범위하다. 내가 아는 건 선생님이 쌓아 올린 문예의 한 국면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 자세히 보면 굉장히 복잡하다. 문학자로서 모리 선생님을 보는 건 먼저 비평가, 번역가, 희곡가, 소설가, 한시가, 카진으로서의 선생님이 남긴 저술을 다시 읽고 나서 해야 할 일이지 여기선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선생님은 일본 문학을 새로 부흥시키신 분이다. 하지만 일본 문단에 대해선 어디까지나 딜레당트의 태도를 취하셨다. 이는 일본의 국가적 정서와 문단의 기풍을 알아보려 할 때 굉장히 .. 2023. 2. 24.
오가이 전집 - 나가이 카후 一문학미술 이론에 관한 의문이 생겼을 땐 먼저 심미망령과 심미신설 두 권을 읽는다. 一비평문을 쓸 때 전문 용어를 알지 못하면 이상의 두 권 이외에 영어 사전 등을 찾아본다. 一소설을 쓸 때 관찰 태도를 정하려 할 때엔 기러기와 재를 다시 읽습니다. 이미 이십 번은 다시 읽었겠지. 一다이쇼 5년 처음으로 시부에 츄사이전을 읽을 때까지 나는 에도 시대의 시문집엔 별 관심이 없었으나 그 후엔 선생님의 작품 속에 나타난 책은 한 번 정도 읽어보려 하고 있다. 사본을 구하지 못하는 건 별개로 간행본은 오늘도 발견하는 대로 읽어두고 있다. 一문학을 지망하는 청년 중에 내 의견을 찾아 오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내 말을 듣느니 일단 오가이 전집을 한 번 읽는 게 낫지 싶다. 그 후에 의문이 있다면 내가 언제든지 대답.. 2023. 2. 23.
하얀 바탕 - 이즈미 쿄카 색이라 하면 사랑이나 색정 등 여러 방면의 소재로 쓰이나 나는 크게 바깥으로 둘러 색채로 본다. 대신 조금 번거롭다. 색은 어찌 됐든 흰색이 바탕이 되기 마련이다. 이에 여러 색채가 꾸며진다. 여자 얼굴색도 하얗기만 해선 안 된다. 여자 얼굴은 까무잡잡한 게 좋으나 이것도 까무잡잡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 하얀 바탕이 있어야 비로소 그 까무잡잡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색이 하얀 건 일곱 어려움을 감쳐준다. 옛사람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저 색이 하얗기만 하고 뜻이 뚜렷하지 못한 여자 얼굴은 노랗게 보이는 거 같다. 나쁘게 말하면 창백하게 보이기도 한다. 정말로 색이 하얗다면 윤곽이 곱상하진 못해도 대개는 미인으로 보이리라. 내 편견일지 모르나. 같은 히지리멘의 나가지반을 입더라도 입는 사람에 따라 .. 2023. 2. 22.
소설에 쓰는 자연 - 이즈미 쿄카 소설을 쓸 때엔――도무지도 자연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이를 테면 서로 반한 남녀 둘이 서로 이야기하며 골목을 지날 때에도 맑은 날과 비오는 날엔 분위기가 어지간히 달라지니까요. 자연이라 해도 바다나 산에만 국한된 건 아닙니다. 실내서도 장자, 후스마 같은 건 자연의 분류에 들어가도 되지 싶습니다. 그러니 실내를 쓸 때도 자연을 허투루 봐선 안 됩니다. 또 밤 늦게 이야기하는 것과 대낮에 이야기하는 건 저절로 기분도 달라지는 법이니 주위에 있는 자연을 피할 수는 없을 테죠. 가령 장소를 도쿄 시내 칸다로 하자면 그곳 특유의 자연이 있을 터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제 작품 중에는 경치를 본 다음 인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 척 뿔'이나 '카츠시 카스나고' 등은 후카와의 경치를 보고 자.. 202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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